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일본영화의 젊은 감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쭈니-1 2009. 12. 8. 19:48

 



감독 : 호사다 마모루
더빙 : 나카 리이사, 이사다 타쿠야, 이타쿠라 미츠타카
개봉 : 2007년 6월 14일
관람 : 2007년 6월 14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다.

제가 처음으로 참가한 영화제인 SICAF 2007(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꽤 많은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놓친 애니메이션도 많았습니다. 개막작인 [초속 5cm]은 매진으로 인하여 아깝게 놓쳤고, 프랑스의 흑백 느와르 애니메이션 [르네상스]는 예매까지 했다가 시간대가 안 맞아 취소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SICAF에서 최대 기대작중 하나였던 [파프리카]는 치열한 예매 경쟁 끝에 볼 수 있었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을 하여 아쉬움을 덜어 주네요. ([초속 5cm]도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개봉하였습니다. SICAF가 막을 내린지 3주 만의 개봉입니다. 다시 말해 저는 이 영화의 개봉을 3주간 기다린 셈이죠. 비록 집 근처 CGV 목동에선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개봉 첫날 아침 일찍 서두른 끝에 CGV 용산까지 찾아갔답니다.
CGV 용산에 가면 제가 항상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피규어 매장입니다. 하지만 너무 비싸 항상 구경만 하고 말죠.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 시간이 남아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다가 소빅스라는 대형 서점 앞에 건담 피규어 자동판매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피규어 매장의 것보다 훨씬 싼...
결국 점심 사먹으려고 아낀 돈을 5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꿔 건담 피규어 두개를 사버렸답니다. 자동판매기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동전을 넣으며 제가 원하는 피규어가 나오길 바라며 두근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내 스스로도 '넌 참 못 말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 재미있는 것은 건담 피규어를 사이에 둔 웅이와의 한판 전쟁이 예고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웅이에게 '이건 아빠 장난감이야.'라고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건만 건담 피규어를 보며 '이거 하나만 주면 안 돼?'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웅이. 구피는 '그냥 웅이 줘. 다 큰 어른이...'라며 두 눈을 흘깁니다. 하지만 나도 정말 큰 맘 먹고 산 피규어인것을...
장난감을 가지고 5살 난 아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35살의 아빠라니... 이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고 좋아해야하는 것인지, 철없는 아빠라고 스스로 자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건담 피규어만큼은 웅이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


 

 


타임리프의 소박한 사용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마코토(나카 리이사)라는 말괄량이 소녀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는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지니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과연 엉뚱 소녀 마코토는 이 놀라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능력. 이러한 이 영화의 소재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상당히 무궁무진한 이야기꺼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대한 SF가 될 수도 있고, 흥미진진한 영웅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니 원한다면 그 어떤 스케일로도 영화를 꾸며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이 소재를 가지고 단지 한 여자 아이의 성장담과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아니, 이 놀라운 SF적 소재를 겨우 청춘 멜로 영화에 써먹다니... 사실 처음엔 이 조촐한 스토리 전개에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코토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곧 빠져들게 되더군요.
요즘 저는 일본의 청춘 멜로 영화를 몰아서 보고 있습니다. [태양의 노래], [무지개 여신], [허니와 클로버], [메종 드 히미코] 등등... 이들 영화의 특징은 뻔해 보이는 청춘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쿨한 감성과 보고나면 아련함이 남는 영화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그러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소박함이 지나칠 정도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소박함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아련함에 가슴이 저려 옵니다.
친구로만 생각했던 치아키(이사다 타쿠야)의 프로포즈, 이 프로포즈를 승낙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 마코토는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바꾸려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치아키의 고백을 없었던 일로 만들었지만 자꾸만 치아키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마코토의 타임리프 때문에 친한 친구인 고스케(이타쿠라 미츠타카)가 큰 사고를 당합니다. 고스케를 사고에서 구하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이미 마코토의 타임리프의 사용 횟수가 0가 되어 버립니다. 과연 마코토는 이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느닷없는 반전이 기다리고, 마코토와 치아키의 애절한 사랑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마코토와 치아키의 마지막 이별에 아련함이 남지만 슬프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코토는 씩씩하게 치아키를 위해 달려 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어디든지 상관없이 말입니다.


 

 


카즈야도 만나고 싶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장식한 수  많은 영화제의 수상 경력과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결코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러브 레터]에서부터 이어진 일본 영화의 젊은 감성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에 담은 이 영화는 너무 뻔해 이젠 멸종 위기에 몰린 우리의 청춘 멜로 영화와 자연스럽게 비교되더군요. 도대체 그들의 쿨한 젊은 감성의 원천은 어디일지 궁금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 소설을 구입했습니다. 1965년에 발표되어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재구성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라는 이 소설은 놀랍게도 주인공이 마코토가 아닌 마코토의 이모인 카즈야라고 합니다. 소설의 경우 거의 모든 상황이 영화와 비슷하지만 마코토와는 달리 차분하고 내성적인 카즈야 덕분에 영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군요. 지금 현재 인터넷으로 주문을 마친 상태인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개봉할 때까지 설렌 기다림처럼 소설이 내 손에 배달되는 그 기다림의 시간까지 역시 설렐 것 같습니다.
젊음... 그것은 언제나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아름다운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였기에 그들의 사랑, 그들의 성장기는 언제나 풋풋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보고나면 부러움과 눈물과 미소가 번집니다.
사실 일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 며칠간 봤던 일련의 일본 청춘 멜로 영화들 덕분에 일본영화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통해 일본 소설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지도 모르겠군요. 최근에 본 마지막 일본 소설이 [냉정과 열정 사이]였거든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소설인데, 과연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어떨지... 암튼 일본의 젊은 감성의 영화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어서 우리 청춘영화도 다시 부활해야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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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빵 흐아...'ㅈ'
정말 최고의 영화의 최고의 리뷰입니다~!!!
저 역시 이 영화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같이 본 제친구는 지루하다고 하는....ㅠㅠ
 2007/06/16   
쭈니 최고의 영화는 맞지만 최고의 리뷰는 창피하네요. ^^;  2007/06/17   
기주.
지금 막 보고 올립니다 ㅠ..
아; 애니메이션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정말 재미있네요; 새로운 경험을 한느낌입니다 ㅠ
 2007/06/17   
쭈니 애니메이션을 싫어하면서도 이 영화는 보시는 센스~~~ ^^
저도 새로운 애니로 젊은 에너지 충전한 기분입니다. ^^;
 2007/06/17   
월드무비
어라~ 전 오션스13보고 왔는디.... 리뷰적고계신가~~?
시달소(?).. 이걸 볼껄 그랬나
 2007/06/17   
쭈니 내일 하려고요, 주말엔 가족들과 노느라 리뷰 못 씁니다.
아마도 그리 좋은 내용의 리뷰는 못나올듯...
개인적으로 3개의 시리즈중 이번이 가장 재미없었습니다.
 2007/06/17   
ZARD
초반에 너무 일상적인생활을 그려내서 지루하다는거..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섯손가락에 손꼽히는 애니
최고의 웃음과 감동과 반전
 2007/06/22   
쭈니 요즘 일본 영화의 추세가 일상적인 생활 그리기인가 봅니다.
오늘 [초속5센티미터]도 보고왔는데... 정말 잔잔하더군요.
하지만 그 덕분에 더더욱 아름다운 애니였더랬습니다. ^^
 2007/06/22   
ssook
저는 시종일관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소소한 일상조차도...
여튼 마코토가 왠지 모르게 몇몇 영화에서 봐 왔던 [우에노 쥬리]를 연상 시켰던지라..........제가 작년부터 쥬리양에게 버닝중이거덩요........
여튼 마지막이 조금 슬펐지만 내내 유쾌했던 애니였어요.........ㅎㅎ
 2007/07/01   
쭈니 혹시 [무지개 여신]에 나왔던???
그녀라면 분명 마코토와 어울릴것 같네요. ^^
 2007/07/01   
일상적이지 않다면 겪지 않는편이 행복할지도 모릅니다..가
계속 생각나던..
 2007/08/07   
쭈니 멋있네요. ^^  2007/08/07   
db
누가 그린거에요  2007/08/10   
쭈니 이 영화의 감독인 호사다 마모로 감독의 이력은 꽤 화려합니다.
극장판 [세일러문]과 [은하철도 999]의 수석 에디터로 활약했고, 연출작으로는 [디지몬]과 [원피스]등이 있다고 하네요.
 2007/08/10   
길가던행자
ㄷㄷ 이제야 감상을 올리네요;;본지는 제법됐는데 ㄷ;;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류는 딱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그냥 애니는 좋아하지만 극장판처럼 "영화"로 만든건 왠지...정이안간달까요 킁;;) 그래도 왠지 모르게 제목과 포스터가 끌려서 봤는데 제법 재미있게 봤습니다~타임리프는 영화에서도 딴데에서도 이리저리 자주 쓰인 소재지만 그에너지 충전방법이 냅따달리는 거라는데에 감동(?)받은..클~:; 요즘은 영화랑 애니를 병행해서 보는데 쓰르라미 울적에라는 애니가 2기가 시작해서 다시 보는중입니다~ 장르가 미스테리+공포+드라마...라고 해야할지 ㄱ-...음
어쨌든 애니쪽도 보시면 쭈니님도 한번 봐보세요 ㅋ;;스토리가 탄탄해서 즐겁게 보는중이랍니다~보고 재미있으시면 말씀하시면 다른것도 몇편 추천해드릴께요~장르와 자료가 매우 많은 세계라서 =ㅅ= ㅎㄷㄷ
 2007/08/10   
쭈니 사실 애니 많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극장판은 보는데 시간이 많이 안걸려 고내찮지만 시리즈를 보면 그 시리즈를 다 볼때까지 안달이 나는 바람에 다른 것을 못한 답니다.
예전에 [에반게리온]볼때도 그랬죠.
[에반게리온] 그림 모은다고 엄청 비싼 일본 잡지책을 사다 모으기까지...
암튼 그런 이유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가급적 시리즈물은 피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
 2007/08/11   
케이치
일본영화도 괜찮아요~ 전에 쭈니님께서 일본영화.드라마는 별로라고 하셨었는데// 애니는 자주 보시나 보네요.^^  2007/08/13   
쭈니 극장에서 개봉하는 애니는 전부 볼 정도로 애니에 관심 많습니다.
그리고 애니에 관심이 많은만큼 당연히 일본 애니에도 관심이 많죠.
일본 애니는 할리우드 애니와는 또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더군요. ^^
 2007/08/14   
데이드림
감사히 담아감니다.
//이 글을 보니 참 공부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영화를 볼떄 아무 생각없이 보니깐 시간을 되돌아가는건

영화로 많이 나와 재밌없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글을 보니깐 새로운 느낌이드네요. 감사히 잘봤습니다.
 2007/11/21   
쭈니 감사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난후 글을 쓰다보면 간혹 볼 당시엔 재미없었던 영화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런 느낌 때문에 결국 이렇게 영화보고나면 글을 쓰는지도... ^^
 2008/02/09   
Park
고3 수험생의 머릿속을 정화시켜주는 그런 귀여운 애니였습니다 ㅠㅠㅠㅠ  2008/05/28   
Park
특히나 마지막 크래딧올라오면서 나오는 곡이 정말로 좋았고 치아키의 마지막대사도
대박이었습니다 ㅠ 외로운 고3 남정네를 충분히 울릴만한 ㅠㅠ
 2008/05/28   
쭈니 머리속을 정화해주는 애니라...
재미있네요.
제게도 30대의 고단한 일상을 정화해주는 애니라고 해두죠. ^^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