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그런데 원작소설이 내 가까이에 있더라.
며칠전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스릴러 영화 [스노우맨]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스노우맨]은 마이클 패스벤더, 레베카 퍼거슨, 샤를로또 갱스부르 주연의 영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12월 14일에 단관개봉 후 조용히 잊혀진 영화입니다. 그러나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어린시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연쇄살인마와 냉소적인 형사의 대결이라는 소재가 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은 후 다음에 읽을 소설을 찾아 회사 책장의 책 목록을 뒤지는 순간 요 네스뵈의 장편소설 <스노우맨>을 발견한 것입니다. <스노우맨>은 의심의 여지없이 영화 [스노우맨]의 원작소설입니다. 그 순간 저는 <스노우맨>과 저와의 강한 인연을 느꼈습니다.
<스노우맨>은 무려 624페이지짜리 두꺼운 소설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과 비교한다면 분량이 2배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저는 <스노우맨>을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설을 읽은 후 재미가 있다면 영화도 보기로 결심한후 두꺼운 책장을 한장씩 넘겼습니다. (이후 소설의 반전이 언급됩니다.)
유부녀만 상대로한 연쇄살인마 '스노우맨'
<스노우맨>은 아기를 낳은 적이 있는 결혼한 여성만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스노우맨'을 쫓는 해리 홀레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스노우맨'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은 단순한 실종 사건으로 처리됩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종된 여성의 시체(확실히 말하자면 얼굴)가 발견되며 '스노우맨'의 잔혹한 범죄가 하나씩 밝혀집니다.
스릴러 영화와 마찬가지로, 추리 소설 역시 독자들에게 게임을 제시합니다. 책에서 반전이 제시되기 전까지 독자 스스로 범임을 알아내라는... 일단 '스노우맨'의 정체를 알아내려면 두가지 수수께끼를 먼저 풀어야합니다. 범행동기와 시체의 행방을 먼저 추리해낸다면 '스노우맨'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 저는 소설의 초반에 '스노우맨'의 범행동기, 시체의 행방, 그리고 정체를 모두 알아맞췄습니다. (뿌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우맨>은 뒤로 가면 갈수록 이야기에 매력에 빠지게 만듭니다. 초반엔 1980년과 2004년, 1992년을 거쳐 다시 2004년으로 왔다갔다하는 복잡한 구조와 수 많은 캐릭터 때문에 책 읽는 속도가 더뎠지만, 200페이지 정도를 넘어서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단서는 초반에 제시된다.
책의 초반 복잡한 구성은 마지막 반전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1980년의 이야기는 '스노우맨'의 범행 동기를 설명해주고, 1992년의 이야기는 해리의 동료이자, 독자로 하여금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카트리네 브라트의 정체에 대한 설명입니다. '스노우맨'의 시체를 어떻게 경찰에게 발견되지 않고 처리했는지에 대한 비밀은 해리의 전 애인 라켈의 약혼자 마티아스가 해부학 연구소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물론 요 네스뵈는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도록 이야기를 꼬아놓았습니다. 처음엔 이다르 베틀레센, 그리고 필리프 베케르와 아르베 스퇴프를 의심하게끔 함정을 파놓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에겐 범행동기가 없거나, 시체를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 네스뵈는 반전에 조금 서툴르긴 했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짜임새만큼은 억지없이 잘 이뤄낸 셈입니다.
<스노우맨>의 후반, 제가 추리한 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느끼는 쾌감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짜릿함 때문에 제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제 추리가 틀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인이 나타났을 때의 짜릿함도 좋습니다. 아무래도 한동안 추리소설의 짜릿함을 더 즐겨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영화 [스노우맨]도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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