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내가 미처 몰랐던 도서관이 있다.
저희 회사 강당에는 갈 곳을 잃어 덩그러니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수십권의 책들이 아무렇게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지만 회사일로 바쁜 직원들에겐 관심밖의 대상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그곳에서 <미생>을 발견했고, 지난 여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책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책장의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읽을 만한 소설을 골라 놓았습니다.
두번째로 제 흥미를 이끌어 낸 것은 <탐정 갈릴레오>입니다. 그리고 웅이와 함께 <탐정 갈릴레오>를 재미있게 읽은 후로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사랑하기 때문에>가 선택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는 구피가 먼저 읽겠다며 찜하는 바람에 대신 <츠나구>라는 이상한 제목의 일본 소설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츠나구>는 죽은 자와 산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츠나구'는 '연결하다', '이어주다'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 동사 '츠나구'를 사자라는 단어에 결부시켜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해주는 사자라는 판타지한 소재가 결국 <츠나구>에 대한 제 호기심을 이끌어냈습니다.
죽은 자를 만나고 싶은 네 명의 사람들
<츠나구>는 다섯개의 쳅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번째 쳅터인 '아이돌의 본분'은 소심한 성격의 한 여성이 평소 자신이 동경하던 아이돌 스타가 돌연사하자 '츠나구'의 도움으로 돌연사한 아이돌 스타와 만난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의 설정에 따르면 산 자가 만날 수 있는 죽은 자는 단 한명 뿐이고, 죽은 자 역시 단 한번 산 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기회를 고작 아이돌 스타에게 소비해버리다니... 하지만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동료 사이에서도 왕따인 그녀의 사연을 읽다보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쳅터인 '장남의 본분'은 고지식한 중년의 사업가가 죽은 어머니를 만나는 이야기이고, 세번째 쳅터인 '단짝의 본분'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단짝 친구를 만나길 원하는 한 여학생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네번째 쳅터인 '기다리는 자의 본분'은 7년전 갑자기 모습을 감춘 약혼녀를 만나게된 한 남성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자의 본분'은 할머니로부터 '츠나구'의 능력을 물려 받은 고등학생 아유미의 이야기와 함께 아유미와 죽은 자를 만나고 싶어했던 앞선 네 명의 사람들의 사연을 한데 엮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하나의 인연으로 엮인다는 면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슷해 보이지만, 솔직히 평가하자면 이야기의 흡입력면에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교해서 굉장히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처음엔 별로였는데, 뒤로 갈수록 나아진다.
사실 <츠나구>를 읽는 동안 그다지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돌의 본분'과 '장남의 본분'의 이야기는 너무 평범했고, 감동을 느끼기에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짝의 본분'과 '기다리는 자의 본분'에 이르러서는 이야기의 재미가 점점 살아나더니 '사자의 본분'에 이르러서는 저자인 츠지무라 미즈키가 <츠나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명확해지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할머니에게 '츠나구'의 후계자로 지목된 아유미는 죽은 자를 다시 만나는 것은 산자의 교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산 자가 자신의 마음이 편하고자 죽은 자를 이용하는 것이라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네 명의 의뢰인을 만나고 그들에 의한 경험을 통해 아유미는 깨닫습니다.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츠나구>는 처음엔 실망하며 읽다가, 세번째 쳅터에서부터는 점점 흥미를 느끼고, 마지막 쳅터에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어찌되었건 438페이지에 달하는 <츠나구>를 고작 3일에 걸쳐 읽었으니, 제 책 읽는 속도가 2018년 들어서 갑자기 급속도로 향상된 것일 아니라면 <츠나구>가 제 흥미를 이끈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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