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읽어서 내 스스로가 놀랬다.
저는 책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립니다. 그래서 웅이와 나란히 앉아 같은 책을 읽으면 웅이가 다 읽고나서 한참 후에야 저는 책장을 넘깁니다. 아마도 제 뇌는 영상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텍스트로 인한 이야기 전달은 조금 둔해진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구피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건네주며 "아마도 너무 재미있어서 3일이면 다 읽을걸."라고 햇을때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는 단 이틀만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습니다. 무려 456페이지의 두툼한 이 소설을 월요일과 화요일 자녁에 잠시 짬을 내서 읽었을 뿐인데도 나답지 않고 이틀만에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좀도둑 3인방이 고민상담을 해준다.
사실 제가 2018년 세번째 책으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선택한 것은 2월 28일 개봉 예정작인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영화 개봉에 앞서 원작 소설을 읽는다면 영화에 대한 감상이 훨씬 풍성해질 것을 기대한 것이죠. 그리고 또한가지 이유는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2018년에 읽은 두번째 책 <탐정 갈릴레오>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얼치기 삼인조 좀도둑이 폐가와도 같은 '나미야 잡화점'에 숨었다가 고민을 상담하는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처음엔 남의 고민 따위에 관심조차 없었던 그들은 고민 편지가 과거의 시간에서 왔으며 '나미야 잡화점'의 시간은 바깥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그냥 막 생각나는대로 고민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데, 놀랍게도 그들의 편지로 인하여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들의 인생은 뒤바뀌게됩니다.
판타지와 감동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처음 구피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내용을 설명할땐 '이게 뭔가'싶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가 판타지의 소재를 끌어다가 감동적인 이야기의 소설을 썼다고?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다보니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요소들이 적절하게 어울려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제가 이 두꺼운 책을 이틀만에 읽은 원동력일 것입니다.
올림픽 출전과 시한부를 선고받은 약혼자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여성,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상과 생선가게를 물려 받아야 한다는 꿈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년,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아기를 갖게된 여성, 야간도주를 해야하는 부모를 쫓아가야할지 알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큰 돈을 벌고 싶은 젊은 여성의 이야기까지... 이 각기 다른 사연들이 고민 상담을 통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지켜보다보면 어느새 456페이지의 책장이 전부 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 것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고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습니다. 사실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그 사람이 해결책을 마련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저 단순히 내 고민을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사실만 위안을 삼는 것이죠.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둔 여성은 좀도둑 3인방의 조언을 제멋대로 해석해 위안을 삼았고, 부모와 함께 야간도주를 했던 소년은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유지의 조언과 반대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백지를 보낸 좀도둑 3인방에 대한 나미야 유지의 정성어린 조언처럼 잘못된 길을 걷는 이들의 인생을 바꾸는 조언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속의 그들처럼 내 자신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참으로 가슴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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