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였다.
지금까지는 저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도 많고,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 이야기도 써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책 읽을 시간을 낼 수가 없다는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책 읽기를 2018년 새해 계획으로 선정 한 후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를 읽어보니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전부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퇴근 후, 멍하니 TV보는 시간에 책을 읽으니 3일만에 책 한권이 뚝딱하고 읽어지더군요. 2018년의 두번째 책인 <탐정 갈릴레오>도 4일만에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러다간 2018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게 될지도...
<탐정 갈릴레오>는 몇 개월전 회사에 꽂혀 있던 것을 읽겠다고 집으로 가져왔지만 무심코 책상위에 잊혀진채 방치된 소설입니다. 사실 책도 잘 읽지 않던 2017년의 제가 굳이 <탐정 갈릴레오>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탄생시킨 유가와 마나부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입니다. 유가와는 는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된 일본영화 [용의자 X의 헌신]에 등장한 천재 물리학자입니다. <탐정 갈릴레오>는 우가와를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입니다.
다섯개의 초자연적 사건
<탐정 갈릴레오>는 다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장 타오르다'는 폭주족을 죽음에 이르게한 자연 발화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고, '2장 옮겨 붙다'는 죽은 이의 얼굴이 새겨진 망령의 마스크의 수수께끼가 주요 내용입니다. '3장 썩다'는 가슴에 세포가 괴사한 반점을 가진채 심장마비로 사망한 어느 중년 남자의 이야기이고, '4장 폭발하다'는 해변가에서의 일어난 불기둥 폭발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 '5장 이탈하다'는 한 소년의 유체이탈에 대한 논란이 내용입니다.
모두 한결같이 초현실적인 현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입니다. 그렇기에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는 대학동창인 데이도 대학 물리학과 교수 유가왈르 찾아 조언을 구하고, 그때마다 유가와는 초현실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사건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범인을 잡는데 일조합니다. 말 그대로 과학과 추리의 콜라보레이션인 셈입니다.
웅이와 함께 읽다.
성향으로 따진다면 저와 구피는 문과 계통에 가까습니다. 저는 수학, 과학 점수는 엉망이지만 국어, 역사 과목의 점수는 굉장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정 반대입니다. 웅이는 이과 계통을 좋아합니다. 과학, 수학, 화학 등... 그래서 저는 <탐정 갈릴레오>를 웅이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고, 1장부터 3장까지의 내용을 웅이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4장부터는 읽어달라고 보채네요. 15살 녀석이 아빠한테 책 읽어달라고 보채다니...
그로인하여 웅이가 감기기운으로 집에서 꼼짝 할 수 없었던 일요일, 웅이에게 <탐정 갈릴레오> 중에서 4장과 5장을 읽어주었습니다. 누워서 흥미진진하게 듣던 웅이는 책을 전부 읽고나서 유투브로 4장의 불기둥 폭발 사건 실험 영상을 찾아냈습니다. 이렇듯 <탐정 갈릴레오>는 그저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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