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 늦은 나이에라도 깨닫게 되는 더불어 사는 삶

쭈니-1 2018. 1. 4. 14:31

 

 

2018년 새해 계획은 독서

 

2018년의 첫날, 저희 가족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새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 계획은 뱃살빼기와 독서입니다. 사실 뱃살빼기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진행중입니다. 그동안 저는 야식의 유혹을 뿌리쳤고, 맥주로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살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결국 2018년에는 매일 뱃살빼기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독서도 제가 매년 새해마다 결심했던 일입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영화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핑계를 대곤 했는데, 2018년에는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짜투리 시간이 남을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읽을 계획입니다.

구피와 웅이 앞에 2018년의 계획을 발표한 저는 당장 새해 첫날부터 실천에 들어갔습니다. 구피가 사놓은 프랑스 소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를 집어 들었고, 단숨에 256페이지중 절반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류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아 책을 읽은지 3일만에 2018년 첫 책읽기 임무를 완수했답니다.

 

 

고집불통 팔십 노인 페르디낭의 위기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는 고집불통 팔십 노인 페르디낭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기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 까칠 할배입니다. 아내는 우편배달부와 바람이 나 이혼을 했고, 하나뿐인 딸은 외교관이 되어 싱가포르에 살고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노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드는데 성공하며 한동안 페르다낭의 일상은 조용하고 나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유일한 친구인 애완견 데이지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혼자 남은 아버지가 걱정된 그의 딸 마리옹은 페르디낭을 양로원에 보내려 하고, 양로원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아파트 관리인 쉬아레 부인에게 잘 보여야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공공연하게 페르디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과연 페르디낭은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양로원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는 것일까요?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페르디낭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바꿉니다. 그 결과 이웃에 이사온 당돌한 꼬마 여자아이 줄리엣의 집안 방문을 받아들이고, 이웃집 노파 베아트리스와도 친해집니다. 자신이 바뀌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를 양로원에 보내겠다는 마리옹의 결심도 바뀔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복병은 쉬이레 부인입니다. 쉬이레 부인은 데이지를 죽게 만든 것도 자신이라고 밝히며, 순진한 마리옹을 끄더겨 페르디낭을 양로원에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릅니다.

페르디낭의 위기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갑작스럽게 쉬아레 부인이 심장마비로 죽고 페르디낭이 쉬아레 부인 살해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됩니다. 줄리엣과 베아트리스의 도움으로 살인 혐의에서 벗어난 페르디낭은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예전의 고집불통 모습을 버립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가 없다. 아무리 고집불통 팔십 노인이라도...

 

처음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입니다. 솔직히 저는 책은 읽지 않고 영화만 보긴 했지만 고집불통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라는 것과 그가 이웃과 소통하며 조금씩 변해간다는 설정이 비슷합니다. 다른 것은 <오베라는 남자>는 오베가 고집불통 할아버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고,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는 페르디낭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를  읽으며 저는 딱 두번 당황했습니다. 한번은 고집불통 페르디낭이 베아트리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노파라면 질색을 하는 페르디낭이 베아트리스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책엔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쉬아레 부인의 죽음입니다. 저는 페르디낭과 쉬아레 부인의 대결이 책의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줄 알았는데 갑자기 쉬이레 부인은 죽어버리더군요. 이렇게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는 꽤 재미있었던 소설입니다. 제가 3일만에 읽은 것을 보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