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주키퍼스 와이프] -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는 밋밋한 느낌뿐...

쭈니-1 2018. 1. 17. 17:26

 

 

감독 : 니키 카로

주연 : 제시카 차스테인, 다니엘 브륄, 요한 헬덴베르그

개봉 : 2017년 10월 12일

관람 : 2018년 1월 16일

등급 : 12세 관람가

 

 

2차 세계대전 소재 영화는 싫어하지만...

 

사실 저는 공포영화와 더불어 전쟁영화를 싫어합니다. 저는 전쟁이 인간의 잔인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저지른 만행은 그들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고, 그래서 저는 전쟁영화, 특히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한 영화들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주키퍼스 와이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게 침공된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한 영화입니다. 남편 얀 자빈스키(요한 헬덴베르그)와 함께 동물원을 운영하는 안토니나(제시카 차스테인)가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 점점 심해지자 얀과  함께 비밀리에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빼내 동물원에 숨겨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의 내용만 듣고 보면 단번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3년작 [쉰들러 리스트]가 떠오를 것입니다. [쉰들러 리스트]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된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는 약 1,100명의 유대인을 나치의 학살로부터 구해내었습니다. 그에 비해 자빈스키 부부는 300여명의 유대인을 구해줬다고합니다. 이렇게 잔인한 전쟁의 이면에는 따뜻한 휴먼스토리가 숨겨 있기에 전쟁영화를 싫어하는 저도 [주키퍼스 와이프]만큼은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와 다른 점

 

만약 [쉰들러 리스트]가 제작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주키퍼스 와이프]는 더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릅니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웨일 라이더], [노스 컨츄리]로 주목을 받았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뮬란]의 감독의 내정된 여성감독  니키 카로가 메가폰을 잡았고, 지금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이 제작 및 주연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키퍼스 와이프]는 북미에서도, 국내에서도 조용히 개봉했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아쉬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일단 [주키퍼스 와이프]는 [쉰들러 리스트]와 비슷한 소재,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몇가지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빈스키 부부가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초반까지 동물원의 다양한 동물들과 안토니나의 교감으로 딱딱한 전쟁영화를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실제 영화의 포스터에도 제시카 차스테인이 아기 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삽입함으로써 [쉰들러 리스트]와의 차별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여성인 안토니나의 관점에서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유대인 구출 작전은 얀이 시작하고 주도했지만 얀이 마지막까지 동물원을 지키며 독일군 장교 루츠 헥(다니엘 브륄)으로부터 유대인을 보호한 것은 안토니나입니다. 그럼으로써 [주키퍼스 와이프]는 잔인한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나약하게만 보였던 여성의 용기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안토니나를 향한 루츠의 사랑

 

[주키퍼스 와이프]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안토니나와 루츠의 관계입니다. 히틀러의 수석 동물학자인 루츠는 폭격으로 동물원의 동물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안토니나에게 접근합니다. 그녀의 동물들을 독일에 있는 자신의 동물원으로 옮겨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전쟁이 끝나면 다시 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안토니나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고, 얀과 안토니나는 그러한 루츠를 이용해서 유대인을 구출합니다.

문제는 안토니나를 향한 루츠의 사랑을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실제로 얀은 안토니나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루츠를 보며 질투를 느끼기도합니다. 안토니나는 루츠의 사랑을 이용해서 유대인을 구함과 동시에 얀의 질투마저 잠재워야하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그렇기에 루츠에게 질투를 느끼는 얀의 모습이 조금은 한심해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엔 루츠의 사랑이 안토니나를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루츠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나치이면서도, 사랑에 빠져 나치의 잔인함을 끝내 감춰야만 했던 남자이기도 했습니다.

 

 

 

긴장감 부재는 아쉬웠다.

 

안토니나를 사랑했기에 안토니나의 행위를 눈감아준 루츠 덕분에 영화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영화의 긴장감은 부족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서 3시간 12분의 러닝타임동안 긴장감 느꼈던 것과는 달리 [주키퍼스 와이프]에는 러닝타임 2시간 6분을 지탱할만한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안토니나가 유대인을 숨겼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루츠의 분노가 영화의 마지막 긴장감이 될 수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안토니나를 사랑했던 루츠의 우유부단(?)함이 긴장감의 파괴력을 키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그냥 실화를 바탕으로한 감동적인 영화를 한편 봤다는 뻔한 느낌 뿐이었습니다. [쉰드럴 리스트]를 봤을때처럼의 강렬함이 [주키퍼스 와이프]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는 느낌만으로도 분명 [주키퍼스 와이프]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쉰들러 리스트]가 괴물같은 영화였을 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