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나의 엔젤] -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두 사람의 사랑에만 집중하다.

쭈니-1 2018. 1. 10. 11:03

 

 

감독 : 해리 클레븐

주연 : 플뢰르 제프리어, 엘리나 로웬슨

개봉 : 2017년 10월 12일

관람 : 2018년 1월 7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매우 특별한 사랑 이야기

 

2018년 oksusu 다운로드로 본 제 첫번째 외국영화는 [나의 엔젤]입니다. 사실 [나의 엔젤]은 지난 10월에 개봉할 때만 해도 제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 영화입니다. 제겐 익숙하지 않는 벨기에 영화인데다 제가 좋아하는 아니, 제가 아는 배우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엔젤]에 대해서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라는 호평이 간간히 들려왔고,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와 몸이 투명한 소년의 사랑이라는 소재도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나의 엔젤]은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두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oksusu 다운로드 버튼을 살며시 눌렀습니다.

[나의 엔젤]은 앞서 소개한대로 눈이 보이지 않아 늘 혼자인 소녀 마들렌과 투명인간으로 태어나 어머니 루이스(엘리나 로웬슨)에게만 존재를 인정받던 소년 '나의 엔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루이스는 '나의 엔젤'에게 늘 주의를 줍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말라고... 그러면 사람들은 널 두려워하며 괴물 취급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루이스의 걱정은 앞을 볼 수 없는 마들렌에겐 예외입니다. 어차피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마들렌 입장에서는 '나의 엔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존재일테니까요.

 

 

 

시력을 되찾은 그녀, 그들의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

 

만약 이대로 마들렌이 앞을 보지 않는 상황이라면 마들렌과 '나의 엔젤'은 천생연분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마들렌이 시력을 되찾기 위한 눈 수술을 받게 된 것입니다. 마들렌은 '나의 엔젤'에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하지만 '나의 엔젤'은 알고 있습니다. 시력을 되찾은 그녀와는 더이상 사랑을 지속할 수 없음을...

루이스의 죽음으로 철저하게 혼자가 된 '나의 엔젤'은 시력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온 마들렌(플뢰르 제프리어)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하고 그녀의 주위만 지킵니다. 그러다가 마들렌이 자신을 애태게 찾고 있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어 그녀 앞에 나서기로 합니다. 먼저 그녀의 눈을 가린채 만남을 지속하고, 어느정도 마들렌의 사랑을 확인한 후 투명인간의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마들렌은 깜짝 놀라고, 결국엔 눈물을 흘립니다. 어쩌면 그녀의 눈물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들렌의 눈물을 확인한 '나의 엔젤'은 그녀의 행복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슬프게 마무리될 듯하지만, 마들렌이 용기를 내어 '나의 엔젤'에게 손을 내밀며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만 집중한다.

 

[나의 엔젤]에 대한 전체적인 제 느낌은 굉장히 특이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소재 자체가 특이합니다. 하지만 투명인간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의 방식은 더욱 특이합니다. 만약 일반적인 영화라면 '나의 엔젤'과 마들렌의 사랑을 가로 막는 수 많은 장애물들이 튀어 나왔을 것입니다. 마들렌 부모의 반대, 투명인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두려움 등등. 그런데 [나의 엔젤]은 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로지 '나의 엔젤'과 마들렌의 사랑에만 집중합니다. 마치 이 세상엔 그 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관음적인 장면도 특이했습니다. 사춘기 소년에게 투명인간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 몰래 훔쳐 본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그러한 음흉한 상상력이 영상미를 중시한 [나의 엔젤]에서 나옵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나의 엔젤'은 마들렌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가 옷을 벗고 자는 모습, 목욕하는 모습 등을 훔쳐봅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 이유입니다.

이렇게 [나의 엔젤]은 너무 특이하다보니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 흥미를 자아낼만한 전개가 튀어나올 법도 한데, 너무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마들렌과 '나의 엔젤'의 사랑에만 집중하고, 그러면서도 관음적인 시선으로 저를 깜짝 놀라게 한 [나의 엔젤]. 어쩌면 그것이 미국영화와 유럽영화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