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곽경택
주연 : 김래원, 김해숙, 성동일, 전혜진
개봉 : 2017년 10월 12일
관람 : 2018년 1월 5일
등급 : 15세 관람가
독특한 소재의 스릴러 영화
2018년을 [여배우는 오늘도]로 산뜻하게 출발한 저는 두번째 영화로는 곽경택 감독의 스릴러 [희생부활자]를 선택했습니다. [희생부활자]는 [여배우는 오늘도]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일단 장르가 스릴러인데, 김규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희생부활자' (RV: Resurrected Victims)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RV란,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스릴러와는 맞지 않는 초현실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희생부활자]는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에 RV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끼워 넣음으로써 새로움을 확보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러합니다. 7년 전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명숙(김해숙)이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옵니다. 검사인 진홍(김래원)은 엄마가 살아 돌아왔다는 누나(장영남)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에 옵니다. 그런데 진홍을 본 명숙은 갑자기 진홍을 공격한 후 쓰러집니다.
국정원 요원 영태(성동일)는 국민적 혼란을 막는다며 국내 최초의 RV 사례인 명숙을 은폐시키려 하고, 명숙의 살해범으로 진홍이 진범임을 의심하는 경찰 수현(전혜진)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진홍 역시 7년전 명숙의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깨닫고 진범을 뒤쫓는데... 그러한 와중에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국정원, 경찰, 검찰 간의 흥미로운 상관관계
[희생부활자]에서 RV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빼고 나면 굉장히 평범한 스릴러의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 하지만 경찰은 주인공을 진범으로 생각하고, 그러한 누명에서 벗어나려면 주인공 스스로 가족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이러한 전개는 스릴러 영화에서 흔해도 너무 흔한 뻔한 클리셰(영화, 노래, 소설 등의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희생부활자]는 뻔한 클리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당연히 RV라는 이 영화만의 소재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는 국정원, 경찰, 검사 간의 흥미로운 상관관계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영화에서 국정원은 국민적 혼란을 막아야 한다며 RV를 은폐시키려 하고, 검찰과 기소권을 두고 정치적 대립관계에 놓여 있는 경찰은 이 사건을 통해 검사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여론을 조성해서 기소권 다툼을 유리하게 이끌려합니다. 진홍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뒤쫓지만, 국정원과 경찰은 서로 다른 이유로 진홍의 진실 찾기를 막아섭니다. 곽경택 감독은 이러한 국정원, 경찰, 검찰 간의 서로 상반된 입장을 통해 [희생부활자]를 흥미롭게 이끌어 나갑니다. (이후 영화의 결말을 공개합니다.)
문제는 RV라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희생부활자]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입니다. 누적관객 32만이라는 성적표는 2017년 박스오피스 순위로 본다면 무려 107위의 성적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이 영화에 합격점을 줄 수가 없습니다. 분명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고, 국정원, 경찰, 검찰 간의 상관관계를 통해 흥미로운 전개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RV라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스릴러 영화가 되지 못했습니다.
RV는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자입니다. 그리고 RV인 명숙은 아들 진홍을 공격합니다. 다시말해 명숙의 죽음은 진홍 때문이라는 결론이 이 영화의 전제조건이 됩니다. [희생부활자]는 이렇게 결론을 먼저 내놓고, 명숙의 죽음에 진홍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파고듭니다. 그런데 [희생부활자]는 바로 이 부분에서 한번 더 꼬아버립니다. 명숙 외에 또다른 RV를 등장시킨 것입니다. 그러면서 7년 전 명숙의 죽음은 RV에 의한 복수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희생부활자]에는 RV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명숙에게 복수하기 위한 7년전 RV가 첫번째 RV이고, 진홍에게 복수하기 위한 어린 소녀의 RV와 명숙까지 세 명의 RV가 나오며, 그 중 두 명의 RV는 진홍이 복수 대상자입니다. 이쯤되면 특별한 이유없이 너무 RV가 난발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사건의 진실은 그냥 흐지부지 공개된다.
RV의 난발도 문제이지만, 꼬이고 꼬아 버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방식은 거의 한숨이 튀어나올 지경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진홍이 친구들과 과음을 한 후 음주운전으로 어린 소녀를 차로 치어 죽인데에서 시작합니다. 다음날 아침 진홍은 전날의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고, 아들의 앞날을 위해 명숙은 소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사건을 은폐시킵니다.
여기에서 소녀의 아버지가 RV가 되어 명숙을 죽이는 것과, 어린 소녀가 진홍을 죽이기 위해 RV가 되어 부활한 것까지는 어느정도 말이 됩니다. 하지만 명숙이 부활해서 진홍을 공격하더니 나중엔 어린 소녀 RV에게 진홍을 용서해달라고 비는 것은 너무 과한 무리수입니다. RV의 개념 자체를 무시하고 명숙의 모성애를 부각시켜 모성애에 의한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 셈인데, 그러한 과한 욕심은 RV라는 독특한 소재에 의한 스릴러의 완성도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7년 전 사건의 진실은 진홍이 스스로 알아냈다기 보다는 그냥 영화 말미에 관객에게 보여집니다. 제가 스릴러 영화 중에서 가장 한심하게 생각하는 영화가 사건의 진실이 후반부 누군가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영화인데, [희생부활자]는 아예 한술 더 뜬 셈입니다. 소재는 참 좋았는데,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RV의 개념을 잘 이용해서 착실하게 영화를 진행해 나갔다면 새로운 스릴러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곽경택 감독의 과한 욕심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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