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8년 아쩗평

[반드시 잡는다] - 노년 스릴러의 특징을 좀 더 살렸어야 했다.

쭈니-1 2018. 1. 11. 12:52

 

 

감독 : 김홍선

주연 :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 배종옥, 김지은

개봉 : 2017년 11월 29일

관람 : 2018년 1월 10일

등급 : 15세 관람가

 

 

보기드문 노년 스릴러

 

2017년 한국영화계는 스릴러 풍년이었습니다. 2017년 박스오피스 TOP10에 오른 영화 중에서 [공조], [범죄도시], [청년경찰], [더 킹]이 스릴러 장르의 영화였고, 2017년에 개봉한 스릴러 영화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로 기분을 확대해보면 [꾼], [강철비], [살인자의 기억법], [보안관], [재심],  [임금님의 사건수첩], [기억의 밥], [브이아이피], [특별시민], [악녀], [해빙], [하루]까지 무려 16편이나 됩니다. 그러한 스릴러 영화의 강세는 [1급기밀],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 등으로 이어져 2018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스릴러 영화는 하위 장르가 다양합니다. [꾼]은 경쾌한 분위기의 케이퍼 무비이고,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사극 스릴러입니다.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한 스릴러이며, [공조], [강철비], [브이아이피]처럼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한 스릴러도 있습니다. [특별시민]은 시사 풍자와 스릴러를, [하루]는 스릴러에 판타지를 적당히 섞어 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흔하디 흔하고 다양하게 변조된 스릴러 영화 중에서 저는 [반드시 잡는다] 만큼은 꼭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게 노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년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 중에서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흥행작이 없고, 그렇다보니 노년에 접어든 배우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반드시 잡는다]의 흥행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바람은 [반드시 잡는다]가 44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아쉽게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 원작이다.

 

[반드시 잡는다]는 제피가루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는 아리동에서 혼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단순사건 사고로 위장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아리동의 터줏대감 심덕수와 30년전 비슷한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형사 박평달이 힘을 합쳐 범인을 잡는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비록 무료로 이용가능한 5회(총 32화)까지 봤지만, [반드시 잡는다]는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착실하게 영화로 옮긴 듯이 보입니다.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에서 속 마음은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돈 밖에 모르는 구두쇠처럼 행동하는 심덕수는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에서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논설주간 이강희를 연기하며 카리스마 악역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 백윤식이 맡았습니다. 심덕수는 월세를 밀린 세입자들에게 악담을 서슴치 않는 고약한 구두쇠이지만, 삼거리 토스트 사장 민영숙(배종옥)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섬세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백윤식과 잘 매치가 되지 않지만, 백윤식 입장에서는 연기변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박평달을 연기한 성동일입니다.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에서 선글라스를 쓴 백발의 위풍당당한 노인이었던 박평달이 [반드시 잡는다]에서는 원작에 비해 젊어도 너무 젊은 성동일로 바뀐 것입니다. 실제 성동일은 이제 갓 50세가 넘은 배우로 노년 스릴러 [반드시 잡는다]와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작사와 김홍선 감독은 백윤식만으로는 흥행에 어렵다고 판단, 여러 흥행작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조연 배우 성동일을 캐스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오히려 원작에 비해 너무 젊어졌다는 것에 있다.

 

아마도 성동일을 박평식으로 캐스팅한 것은 흥행을 염두에 둔 계산에 의한 것이겠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반드시 잡는다]가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은 성동일은 모든 면에서 박평달이라는 캐릭터에 부적합해보입니다. 박평달이 심덕수에게 자네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심덕수와 박평달이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과정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영화 중반에 박평달이 치매임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그러게, 박평달 역에는 성동일이 아닌 더 나이가 많은 배우가 했어야 했어.'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제 갓 50이 넘은 것으로 보이는 박평달이 치매라니... 차라리 성동일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도 박평달의 캐릭터와 어울리는 박인환이나, 이대근같은 노년 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했습니다.

심덕수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민영숙 역의 배종옥도 너무 젊습니다. 물론 민영숙은 30년전 범인에게 납치되었다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온 캐릭터이다보니 5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가 민영숙 캐릭터 나이의 마지노선일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심덕수가 민영숙을 짝사랑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나이차가 커보여서 어색해보였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차라리 민영숙이 30년전 피해자였다는 설정을 포기하고 선우용녀를 캐스팅했다면 더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밀한 구성도 아쉽다.

 

만약 [반드시 잡는다]가 제가 기대했던대로 노년 배우들을 활용한 스릴러 영화엿다는 저는 좀 더 점수를 후하게 줬을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새로운 시도의 영화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다작 조연배우인 성동일을 캐스팅함으로써 다른 스릴러 영화와 별다른 차별점이 없는 평범한 스릴러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스릴러 영화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구성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잡는다]는 아쉽게도 치밀한 구성조차도 평균 이하입니다. 범인은 처음부터 너무 쉽게 노출되고, 관객의 범인 추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등장한 기타 역무원은 억지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범인은 정체가 드러나자 심덕수에게 주저리 주저리 떠들며 자신의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도합니다. 이 무슨 어이없는 짓인지...

박평수는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도 무슨 '터미네이터'처럼 끄덕없이 움직입니다. 그에 비해 범인은 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저합니다. 이쯤되면 제가 스릴러 영화에서 한심하게 생각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솔직히 아주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봐야할 영화도 아닌, [반드시 잡는다]을 보고나서의 느낌은 그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