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나일 살인사건] - '누가, 왜?'보다 '어떻게?'에 방점을 찍는 스릴러

쭈니-1 2017. 12. 19. 15:53

 

 

감독 : 존 길러민

주연 : 피터 유스티노브, 미아 패로, 로이스 차일스

 

 

황금같은 주말을 영화없이 보낼 수는 없었다.

 

지난 주말, 저는 연말 모임 약속 때문에 바빴습니다. 그러한 와중에도 토요일 저녁에 영화를 보겠다며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를 예매해놓았지만, 회사에서 워크샵을 다녀온 구피가 감기몸살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를 보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결국 황금같은 주말, 극장에서 영화 한편 보지 못하고 보내야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다면 다운로드로라도 영화를 봐야 한다는 굳은 의지로 구피와 웅이를 꼬드겨 1978년 영국 스릴러 [나일 살인사건]을 보는데 성공했습니다.

[나일 살인사건]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며칠 전 국내에 개봉된 케네스 브래너 감독, 주연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후속편으로 결정된 [나일강의 죽음]과 같은 원작의 영화인 셈입니다. 제가 [나일 살인사건]을 선택한 이유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대한 추억도 되새기고, 몇 년후 개봉할 [나일강의 죽음]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며칠 전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보며 범인 맞추기 놀이를 했던 웅이는 [나일 살인사건]을 보자고 하자 '이번에도 영화 끝나기 전에 범인을 맞춰야 하는거죠?'라고 묻습니다. 그 덕분에 2시간 2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저와 웅이는 포와르(피터 유스티노브)가 되어 리넷(로이스 차일드)를 죽인 범인 맞추기에 집중했답니다.

 

 

 

친구의 약혼자와 결혼을 한 백만장자 상속녀 리넷은 누가 죽였나?

 

[나일 살인사건]의 시작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리넷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리넷이 반갑게 맞이한 것은 가난한 친구 재키(미아 패로)입니다. 그녀는 리넷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하며 약혼자인 사이먼(사이먼 맥코킨데일)의 취업을 부탁합니다. 친구의 부탁을 거부할 수 없었던 리넷은 일단 사이먼을 만나보기로합니다. 그리고 몇개월후 리넷과 사이먼의 결혼소식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리넷은 친구의 약혼자인 사이먼을 빼앗은 것입니다.

이후 재키는 신혼여행을 떠난 리넷과 사이먼을 쫓아다니며 괴롭힙니다. 리넷과 사이먼은 재키를 따돌리려해도 집요한 재키는 두 사람의 이집트 여행까지 쫓아옵니다. 그리고 나일강의 유람선에서 리넷은 재키의 총으로 리넷은 살해당합니다. 이쯤되면 범인은 누가봐도 재키입니다. 하지만 재키에겐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람선에 탄 다른 승객에겐 모두 리넷을 죽일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 과연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재키가 범인일까요? 아니면 유람선 안의 다른 승객이 리넷을 죽이고 재키에게 누명을 씌우려한 것일까요?

이 어려운 난제를 이번에도 포와르는 명쾌하게 풀어냅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 범인에 의해 수면제가 탄 술을 마시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포와르는 처음엔 사건의 방향을 잘못잡고 잠시 헤매기도 하지만 이내 사건의 진실을 깨닫습니다. (이후 스포가 가득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버리니 진실이 보인다.

 

사실 이 영화의 진실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처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유람선 안에 모든 승객들이 리넷을 죽일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재키만큼은 아닙니다. 결국 문제는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입니다. 포와르마저도 속아 넘어갈만큼 완벽했습니다. 리넷이 먼저 잠자리에 든 시간, 재키와 사이먼은 실랑이를 벌였고, 그 와중에 재키는 우발적으로 사이먼을 총으로 쏩니다. 이후 재키는 간호사의 간호를 받았고, 총을 다리에 맞은 사이먼은 역시 의사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와중에 리넷이 살해되었으니 용의선상에 재키와 사이먼이 제외된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과연 사이먼은 정말 총에 맞은 것일까요? 사건 현장에 없었던 포와르는 재키가 사이먼을 총으로 쐈다는 전제아래 수사를 진행하며 난관에 부딪히지만, 두번째, 세번째 살인이 벌어지며 포와르 역시 사이먼과 재키의 알리바이가 가지고 있는 허점을 파악해냅니다. 

사실 영화를 보던 도중 구피가 "이 영화와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읽은 것 같다."며 무의식적으로 스포를 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저와 웅이의 범인 맞추기 놀이는 김이 빠져 바렸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그들이 어떻게?'에 방점을 찍고 보니, 영화의 마지막에 포와르의 추리가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명작의 힘이란 이런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