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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 댄버스 부인의 기괴함으로 시작해서 '레베카'의 무서운 복수로 종결된다.

쭈니-1 2017. 10. 20. 11:21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주연 : 로렌스 올리비에, 조안 폰테인, 주디스 앤더슨

 

 

회사 야유회 대신 뮤지컬 관람으로...

 

저희 회사는 매년 10월에는 단체로 야유회에 갑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고, 2016년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단촐하게 강화도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다른 장소, 다른 테마로 야유회를 기획해야하다보니 관리부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원들이 만족하는 야유회를 기획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직원들이 만족하는 야유회가 될 수 있게끔 가을만 되면 저는 항상 고민에 휩싸입니다.

올해 야유회는 여행이 아닌 뮤지컬 관람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연말 송년회 행사로 관람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아이다>,  <고스트>에 이은 저희 회사의 네번째 뮤지컬 관람은 <레베카>로 결정되었습니다. <캣츠>, <벤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저희 회사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뮤지컬로 <레베카>가 신정된 것입니다.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0년 스릴러 영화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과연 스릴러를 어떻게 뮤지컬로 변환시켰을지도 궁금하고, [레베카]의 경우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이기에 뮤지컬을 관람하기 이전에 먼저 영화를 봐야 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심은 지난 일요일 이뤄졌습니다.

 

 

 

죽은 '레베카'가 살아 있는 그녀를 괴롭힌다.

 

[레베카]는 한 여성의 나래이션과 꿈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녀는 폐허가된 대저택 맨덜리의 풍경을 꿈속에서 바라보며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회상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영화는 호화로운 여행지로 옮깁니다. 아버지를 여의고 귀부인의 말동무로 채용되어 돈을 버는 평범한 여성(조안 폰테인)이 아내 '레베카'와 사별하고 슬픔에 빠진 부유한 신사 막심(로렌스 올리비에)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까지 이릅니다.

막심과의 행복한 신혼여행 후 맨덜리 저택에 들어선 그녀. 하지만 그곳은 막심의 전부인인 '레베카'의 숨결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특히 '레베카'의 몸종이었던 집사 댄버스 부인(주디스 앤도슨)은 그녀에게 경계심을 드러냅니다. 결국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되었지만, 이전 안주인인 '레베카' 때문에 그녀는 숨통이 막혀옴을 느낍니다.  

결국 그녀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막심에게 가면 무도회를 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댄버스 부인은 일부러 그녀에게 죽은 '레베카'의 옷을 입히고, 그로인하여 막심은 분노에 휩싸입니다. 깊은 자괴감에 빠진 그녀. 그녀에게 댄버스 부인은 자살을 권하기에 이르는데... 바로 그때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레베카'와 막심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댄버스 부인의 기괴함으로 시작해서 '레베카'의 무서운 복수로 종결된다.

 

[레베카]는 굉장히 특이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일단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레베카'는 영화에서 단 한번도 출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레베카'이지만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그와는 달리 주인공인 그녀는 이름조차 영화에서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이미 죽은 '레베카'의 망령에 시달리고 휘둘립니다.

영화 중반부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댄버스 부인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새로운 안주인을 주눅들게 만드는 그녀. 뮤지컬에서는 김선영, 신영숙, 옥주현이 댄버스 주인으로 캐스팅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옥수현이 기괴한 댄버스 부인에 꽤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뮤지컬에는 신영숙이 나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레베카'와 막심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면서는 죽으면서까지 막심에 대한 복수를 기획했던 '레베카'의 무서움이 영화를 휘어잡습니다. 결국 '레베카'의 복수극은 댄버스 부인의 광기로 완벽하게 완성되는데 뮤지컬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됩니다.

[레베카]를 보기 전 과연 웅이가 무려 77년전만 만들어진 흑백 스릴러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마지막까지 집중하며 재미있게 보더군요. 그렇다면 다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된다면 제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현기증]과 [싸이코], [새]도 웅이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