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러브레터] - 홋카이도의 추억을 되새기며...

쭈니-1 2017. 9. 25. 17:14

 

 

감독 : 이와이 슌지

주연 :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지인 홋카이도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마도 작년 이맘때였을 것입니다. 웅이는 무심코 "내 친구 중에서 해외여행을 안간 사람은 나 밖에 없어요."라며 지나가듯이 말했습니다. 순간 저는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결국 저는 웅이에게 해외여행 한번 보내주지 못한 무능력한 아빠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저 또한 해외여행이라고는 20대 후반에 다녀온 홍콩이 전부였고, 영어 울렁증이 있는 저로써는 해외여행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웅이마저도 이렇게 좁디 좁은 대한민국 안에 가둬놓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제 쥐꼬리만한 용돈을 쪼개서 한달에 10만원씩 저금을 했고, 그 돈으로 저는 웅이와의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흘러 제가 모은 돈은 정확히 100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돈을 구피에게 내밀며 올 여름에는 해외여행을 가자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저희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기에 100만원이라는 돈은 턱없이 부족한 돈입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가 조금 보태주시고, 기난한 누나를 위해서 처남도 보태주고, 처갓집에서도 보태주고, 저희 회사와 구피의 회사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여름휴가 보너스를 주며 저희 가족의 해외 여행 경비가 얼추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 4일부터 3박 4일간 드디어 일본 홋카이도로 저희 가족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홋카이도를 다녀오니 [러브레터]가 보고 싶더라.

 

저희 가족이 홋카이도를 첫 해외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일단 가깝고, 패키지 여행이라 부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자유 여행에도 도전을 해볼 생각입니다.) 가이드를 따라 홋카이도를 누비다보니 어느새 3박 4일이 지나갔고, 그렇게 훗카이도 여행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홋카이도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홋카이도의 오타루에서 촬영한 [러브레터]입니다.

저희 가족은 우스개소리로 [러브레터]가 '오뎅을 죽도록 까는 영화'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러브레터]의 명대사인 '오뎅끼데스까'에 대한 썰렁농담입니다. 아! 물론 '오겡끼데스까'가 맞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홋카이도에 다녀온지 어느덧 한달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러브레터]를 보며 홋카이도에서의 추억을 되새겼습니다.

[러브레터]는 지금까지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멜로 영화 순위에 오르내리는 영화입니다. 사랑했던 연인 후지이 이츠키가 산에서 조난당해 죽은지 2년. 그의 약혼녀인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지금은 사라진 그의 옛 주소로 안부 편지를 보내고, 어찌된 영문인지 거짓말처럼 답장을 받으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두 명의 후이지 이츠키, 그리고 드러나는 첫사랑의 추억

 

히로코에게 답장을 보낸 것은 이츠키와 동명이인인 여성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입니다. 그녀는 중학교 시절 이름이 같은 이츠키 때문에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었습니다. 하지만 약혼자의 중학교 시절 모습을 궁금하다는 히로코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이츠키는 중학교 시절의 자신(사카이 미키)과 이츠키(카시와바라 타카시)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순수했던 첫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러브레터]는 히로코와 성인이된 이츠키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 동명이인이 두 명의 이츠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게다가 히로코와 성인이 된 이츠키는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맡아서 영화 중반 웅이는 '영화가 조금 헷갈린다.'라며 제게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뒤쫓다보면 약혼자를 잊지 못했던 히로코가 이츠키로 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는 결말과 동시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첫사랑의 훈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의 명대사인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는 이츠키로부터 자유로워진 히로코의 마지막 작별인사임과 동시에 미처 깨닫지 못한 첫사랑을 향한 이츠키의 미안함이 담긴 속삭임이었습니다.

 

 

 

낯익은 오타루의 풍경

 

[러브레터]를 보며 저는 1999년 당시 봤던 영화의 아련한 여운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지금은 40대 중년이 되었지만, [러브레터]를 처음 봤던 당시에는 아직 첫사랑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대의 풋내기였습니다. 그땐 [러브레터]가 왜 그리도 내 이야기같았던지...(제 첫사랑도 짝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이 [러브레터]를 보기 시작한 것은 홋카이도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우리가 갔던 곳을 열심히 찾았지만 솔직히 수비게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저는 오타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오타루 운하 장면을 [러브레터]에서 기대했는데, 영화에서 오타루 운하 장면은 안나오더군요. (구피는 아주 짧게 스치듯이 오타루 운하가 나왔다고 하던데...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타루 시내 장면에서도 낯익은 풍경이 펼쳐져서 반가웠습니다. 영화를 보며 저희 가족은 "저기... 우리 갔던 거 같아."라며 호들갑을 떨었답니다. 물론 정확히 그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말 갔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낯익은 풍경... 그것만으로도 [러브레터]는 저희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인 홋카이도의 추억을 되새기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