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치킨 런] - 15년 전에는 아픈 추억을, 15년 후에는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영화

쭈니-1 2016. 2. 9. 22:21



감독 : 피터 로드, 닉 파크

더빙 : 멜 깁슨, 줄리아 사왈하, 미란다 리처드슨



설 황금 연휴 두번째 영화는 추억의 영화 [치킨 런].


[앱솔루틀리 애니씽]으로 저희 가족의 설 연휴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설 연휴의 첫날, 저는 웅이와의 두번째 영화로 [치킨 런]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8월 [숀더쉽]의 영화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치킨 런]은 제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2000년 크리스마스날 밤에 봤고, 영화를 본 후 멋모르고 초계탕이라는 것을 먹으러가서 추위에 덜덜 떨었던 아픈(?) 추억이 있답니다. (저는 초계탕이 삼계탕처럼 따뜻한 국물이 있는 닭고기 요리인줄 알았습니다.)

비록 유쾌한 추억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날의 웃지못할 해프닝은 결코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웅이와 함께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 oksusu에 등록되어 있는 영화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보던 중 [치킨 런]을 발견한 저는 15년이 지난 그날의 추억을 떠올라며, 설 황금 연휴에 웅이와 볼 두번째 영화로 안성마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예상대로 [치킨 런]의 관람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앱솔루틀리 애니씽]의 경우는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섹스 코미디 요소가 조금 있어서 조금 민망했지만, [치킨 런]의 경우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높은 완성도와 닭농장을 탈출하려는 닭들의 기상천외한 모험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종일관 저와 웅이를 즐겁게 했답니다.




영국의 트위티 닭 농장에 미국산 수탉이 날아들었다.


[치킨 런]은 1950년대 영국의 트위디 닭 농장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농장의 닭들은 주인인 트위티 여사(미란다 리처드슨)의 강압아래 달걀 낳아야 하고, 달걀을 낳지 못하면 트위디 여사에게 끌려가 닭요리가 되어야 하는 신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탉 진저(줄리아 사왈라)는 동료들과 탈주 계획을 세우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맙니다.

이제 남은 탈주 계획은 하늘을 날아서 철조망을 넘는 것뿐. 문제는 닭은 날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마치 구세주처럼 하늘에서 미국산 수탉 록키(멜 깁슨)가 날아서 트위디 닭 농장에 추락합니다. 날개를 크게 다친 록키. 그러한 록키에게 진저는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록키를 숨겨주는 대신 자신들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트위디 여사는 달걀 판매로 푼돈을 버는 것 대신, 치킨 파이로 큰 돈을 벌 계호기을 세우고, 트위디 여사의 계획을 알게된 진저는 탈주 계획에 박차를 가합니다. 하지만 디데이날... 록키는 혼자 농장을 도망칩니다. 사실 록키는 서커스단의 닭으로 그가 날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이었던 것이죠. 실의에 빠진 진저.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습니다. 진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농장을 벗어날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포로 수용소같은 트위디 닭농장.


닭이 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트위디 닭농장의 풍경이 새롭게만 보여졌습니다. [치킨 런]은 닭 농장을 마치 포로 수용소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달걀을 낳지 못해서 끌려가 닭요리가 되는 암탉의 모습에서 유태인 수용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농장에 기적처럼 하늘을 날아 들어온 록키의 존재도 꽤 신선했습니다.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를 떠올리기하는 화려한 입담과 매력을 지닌 록키는 거짓말을 통해 진저에게 허황된 희망을 안겨주지만, 오히려 그로인하여 진저는 희망을 끝까지 잃지 않고 마지막에는 기발한 탈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닭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남편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그를 무시했던 트위디 여사가 영화의 후반에 당하는 장면에서는 속이 다 시원했는데, 구피가 저와 웅이에게 잔소리를 하면 저와 웅이는 구피에게 "이런 트위디 여사같은..."이라며 놀립니다. [치킨 런]을 보며 졸았던 구피는 "트위디 여사가 누군데?"라며 어리둥절해합니다. 그럴때마다 저와 웅이는 우리 둘만의 암호를 주고받으며 좋아한답니다. 이렇게 [치킨 런]은 15년 전에는 초계탕의 아픈 추억을, 그리고 15년 후에는 저와 웅이의 즐거운 추억이 되어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