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쭈니-1 2015. 8. 6. 15:10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주연 : 로빈 윌리엄스, 샐리 필드, 피어스 브로스넌

 

 

웅이와의 휴가 첫날

 

지난 7월 31일 금요일부터 저는 여름휴가였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전남 장흥의 노력도에 위치한 구피의 시골 외가집으로 토요일 새벽에 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금요일에도 출근해야 했던 구피는 제게 몇가지 주의사항을 신신당부했는데, 그 중 하나가 웅이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지 말라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웅이와 극장에 가지 말고 집에서 푹 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웅이와 극장에서 [미니언즈]도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후라이드 치킨과 짜장면을 시켜먹으며 여름휴가의 첫날을 즐기려 했는데, 제 계획은 구피에 의하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피의 말을 잘 듣는 그런 착한 남편은 절대 아니죠.

일단 금요일에 극장에 가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목요일 밤에 구피와 함께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고 왔으니 웅이와 함께 [미니언즈]를 보러 가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맥도날드에 가서 '미니언 슈비 버거'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미세스 다웃 파이어]를 함께 보며 맘껏 웃었습니다. 웅이는 저와 노느라고 학원가는 것도 잊어버린... 퇴근한 구피는 제게 눈을 흘기며 나쁜 아빠라고 나무라네요.

 

 

 

다니엘은 좋은 아빠일까? 나쁜 아빠일까?

 

사실 제가 그날 [미세스 다웃 파이어]를 고른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단지 젊었을 때 재미있게 본 영화이고, 웅이도 재미있어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다니엘(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가 제 이야기처럼 마음와 와닿았습니다.

솔직히 다니엘은 그리 좋은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성우인 그는 툭하면 직장에서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그가 일정한 수입을 집에 가져오지 못하니 아내인 미란다(샐리 필드)가 사회 전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결국 미란다는 다니엘에게 지칩니다.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은 없고, 어린 아이처럼 놀기 좋아하는 다니엘을 더이상 믿고 의지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분명 미란다에게 다니엘은 나쁜 남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미란다에게 다니엘이 나쁜 남편이라고해서 아이들에게도 나쁜 아빠는 아닙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놀아주는 다니엘은 충분히 좋은 아빠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란다는 다니엘과 이혼을 결심하며 다니엘이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주말로 한정시켜 버렸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다니엘의 미란다 이해하기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미란다와의 이혼으로 사랑하는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게된 다니엘이 특수분장사인 동생의 도움으로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되어 미란다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이 영화의 재미는 중년 여성으로 완벽 변신한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입니다. 그는 다니엘과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이중생활을 하며 유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식당에서의 해프닝은 영화의 큰 웃음입니다.

하지만 제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가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것을 싫어했던 다니엘은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되어 미란다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핸섬한 스튜어트(피어스 브로스넌)와 새로운 사랑에 빠진 미란다를 질투하면서도 다니엘은 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미란다의 심정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죠. 어쩌면 다니엘이 좋은 아빠뿐만 아니라, 좋은 남편이 되었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겠죠.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픈 상처도 남기지 않았을테고요. 

 

 

 

미란다의 변화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인하여 변한 것은 다니엘 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함께 있을 때 진정 행복해 했다는 것을 깨달은 미란다는 아이들을 위해서 다니엘이 언제든지 아이들과 만날 수 있게끔 해줍니다. 비록 미란다와 다니엘은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두 사람의 이혼으로 아빠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인 것입니다.

어쩌면 저는 웅이에게 다니엘과 같은 아빠가 도히어 주고 싶습니다. 친구같은 아빠, 함께 있으면 신나고 재미있는 아빠. 하지만 제가 다니엘이 된다면 구피 또한 미란다처럼 지쳐버릴 것입니다. 결국 진정 좋은 아빠라는 것은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가 아닐까요?

그날 웅이는 학원에도 안가고, 구피가 그토록 먹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신나게 보냈습니다. 저는 가끔은 웅이에게 이런 날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날만 지속된다면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다니엘처럼 나쁜 남편이 되겠죠.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결코 단순하고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웅이가 저를 필요로 하는 그 순간까지만이라도 좋은 아빠이고 싶은 저는 이렇게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