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고인돌 가족] -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구석기 가족들.

쭈니-1 2015. 7. 30. 17:06

 

 

감독 : 브라이언 레반트

주연 : 존 굿맨, 릭 모라니스, 카일 맥라클란, 할리 배리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던 시절?

 

웅이와 함께 추억의 영화를 보는 시간인 주말. 금요일 밤에 일찌감치 [윌로우]를 보고나니 더이상 딱히 떠오르는 영화가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몇년전 웅이와 함께 볼 영화 제목을 정리했던 수첩입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웅이를 위해 애니메이션 영화들 위주로 리스트를 작성했었는데, 그 중에서 [고인돌 가족]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인돌 가족]은 1960년 9월부터 1966년 4월까지 ABC에서 방영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1994년에 만들어졌으며, [베토벤], [솔드아웃], [스노우 독스] 등 주로 어린이 영화를 연출했던 브라이언 레반트 감독의 영화입니다.

장래희망이 공룡박사인 웅이를 위해 공룡영화는 거의 섭렵했지만 [고인돌 가족]만큼은 이제서야 보게된 이유는 제 기억속의 [고인돌 가족]이 너무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웅이는 [고인돌 가족]을 보기 전 "실제로는 인간과 공룡이 같은 시대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해요."라며 말도 안되는 영화의 설정을 꼬집었지만, 그래도 막상 영화를 보니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로는 제격이었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소품들

 

[고인돌 가족]의 최대 재미라고 한다면 현대 사회를 연상하게 만드는 구석기 소품들입니다. 예를 들어서 맘모스 코에서 품어져 나오는 물줄기로 설겆이를 하고, 새의 부리로 병마개를 땁니다. 음식물 쓰레기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돼지도 있습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기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구석기 시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참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영화의 내용도 현대 사회에서나 어울릴법한 우정, 성공, 음모 입니다. 채석장에서 일하는 플린스톤(존 굿맨)과 바니(릭 모라니스)의 우정, 거액의 돈을 횡령하려는 부사장 클리프(카일 맥라클란)의 음모가 구석기라는 시대적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펼쳐집니다.

결국 성공에 눈이 멀어 바니와의 우정을 등한시했던 플린스톤은 클리프의 음모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결국 아내의 도움으로 클리프의 음모를 밝혀내고 바니와의 우정도 회복한다는 지극히 착한 영화입니다. 정통 공룡영화를 아니지만 웅이와 함께 부담없이 즐길만한 영화로는 딱 제격이었습니다.

 

 

 

눈 앞의 성공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

 

[고인돌 가족]을 보는 동안 구석기 시대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감탄하고, 한때 제가 좋아했던 할리 베리의 풋풋한 모습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사장이라는 눈 앞의 성공 때문에 점점 변해가는 플린스톤의 모습에서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바니가 플린스톤을 위해 답안지를 바뀌치기한 덕분에 중역의 자리에 오른 플린스톤. 하지만 그는 애초의 결심과는 달리 성공의 자리에 오르자 자만심에 빠져 눈뜬 장님이 됩니다. 직장에서 쫓겨나 플린스톤의 집에서 얹혀 살아야 하는 바니 부부를 무시하며 고가의 살림들을 장만하는데 정신이 팔린 플린스톤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반성해봅니다.

1994년 이제 막 스무살의 나이로 본 [고인돌 가족]은 제게 유치한 어린이 영화에 불과했지만 20년이 흘러 어느덧 중소기업이 관리부 부장 자리에 오른 후에 다시본 [고인돌 가족]은 현대서회에 대한 풍자가 맛깔스러운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