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너와 100번째 사랑] - 그들의 선택은 감동적이었지만, 매력은 부족했다.

쭈니-1 2017. 12. 6. 11:36

 

 

감독 : 츠키카와 쇼

주연 : 사카구치 켄타로, 미와

개봉 : 2017년 5월 25일

관람 : 2017년 12월 4일

등급 : 12세 관람가

 

 

일본 판타지 로맨스 영화에 필이 꽂혔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본 후 일본영화 특유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비슷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를 찾아봤는데 지난 5월에 개봉한 [너와 100번째 사랑]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더군요. [너와 100번째 사랑]은 타임리프 능력을 가진 리쿠(사카구치 켄타로)가 첫사랑 소녀인 아오이(미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3월에 본 [나만이 없는 거리]와도 설정이 비슷합니다. 단지 [나만이 없는 거리]는 스릴러적 요소가 강했다면, [너와 100번째 사랑]은 리쿠와 아오이의 사랑에 영화의 모든 러닝타임을 온전히 내걸었다는 것이 다릅니다.

[너와 100번째 사랑]의 설정은 간단합니다. 리쿠는 삼촌에게 물려 받은 인생 레코드로 인하여 타임리프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어린 리쿠는 이 능력을 아오이를 위해 쓰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남몰래 키워나갑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오이는 생일날인 2016년 7월 31일 세토 페스티벌 공연이 끝난 오후 6시 10분에 죽는다는 점입니다. 리쿠는 타임리프 능력을 이용해서 몇번이고 아오이의 죽음을 막으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아오이도 리쿠의 능력을 알아버립니다. 두 사람은 함께 1년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친구에서 연인사이로 관계를 발전시키지만 어김없이 2016년 7월 31일은 다가옵니다. 아오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또다시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 상황. 하지만 아오이는 두 사람이 함께한 추억을 되돌리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실 아오이는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무한 반복해서 살고 있는 리쿠에게 미래를 돌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예정된 비극으로 마무리될까요?

 

 

 

로맨스 영화에서 배우의 매력은 절대적 요소이다.

 

분명 [너와 100번째 사랑]은 제가 기대했던 핀타지 로맨스 영화의 모든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춘의 풋풋한 사랑이 있고,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판타지적 능력도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마지막엔 가슴 먹먹히지는 슬픔도 갖추고 있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원했던 제겐 완벽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는 있지만 [너와 100번째 사랑]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배우의 매력입니다.

로맨스 영화만큼 배우의 매력이 중요한 영화 장르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제가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그들의 사랑에 공감해야만 영화 속의 먹먹함도 먹혀 들어갈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완벽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에미를 연기한 고마츠 나나의 매력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는 배우의 매력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리쿠를 연기한 사카구치 켄타로는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오이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무한대로 반복해서 살고 있는 리쿠는 그렇기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외모는 20대 청년 그대로이겠지만 같은 시간을 반복한 까닭에 그의 내면은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해져 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친구들은 너무 완벽한 그를 '재수없다'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아오이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여유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필사적입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그러한 리쿠를 거의 완벽하게 연기해냅니다. 

 

 

 

문제는 아오이를 연기한 미와이다.

 

분명 사카구치 켄타로의 연기는 제게 합격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아닙니다. 아오이를 연기한 미와의 매력입니다. 저는 남성이기에 당연히 리쿠에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무엇보다도 아오이의 매력이 필수적입니다. 아오이가 매력적이어야 리쿠에게 감정이입된 저는 아오이를 살리기 애쓰는 리쿠의 안타까운 심정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오이를 연기한 미와는 그러한 매력을 발산하기에 한참 부족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출연작은 [너와 100번째 사랑]을 포함해서 두편 뿐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미와라는 배우가 배우가 본업이 아닌 가수가 본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맞았습니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있는 가수로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도 영화속 주제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합니다. 어쩐지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 미와는 연기보다는 에쁜척, 귀여운척만 하고 있더라고요.

미와의 연기는 [도리화가]에서의 배수지 연기를 연상하게 했습니다. 분명 외모적으로 예쁘지만, 영화속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연기하기엔 한참 부족한 연기력. 아오이는 그렇게 만만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리쿠를 위해 무한 반복되는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게 말이 쉽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만감이 교차할까요? 리쿠를 위해서는 괜찮은척 해야하지만, 슬픔 속에 남을 가족, 친구들을 생각한다면 미안한 마음도 들고, 삶에 대한 미련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미와는 이 복잡한 아오이를 그저 예쁜척, 귀여운척 연기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너와 100번째 사랑]에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선택은 용감했다.

 

아쉽게도 미와의 부족한 매력 때문에 [너와 100번째 사랑]을 재미있게 볼 수는 없었지만, 영화 자체는 꽤 좋았습니다. 분명  리쿠와 아오이의 사랑을 위해서 해피엔딩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영화는 조금 억지스러워졌겠지만 어차피 타임리프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가져온 영화인만큼 해피엔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억지 해피엔딩보다 자연스러운 비극을 선택합니다.

아오이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무한 반복해서 살고 있는 리쿠. 그렇기에 그는 아오이를 더욱 보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무한 반복해도 결코 아오이를 살릴 수도 없고, 그들의 사랑 또한 쳇바퀴돌듯 같은 시간대만 반복할 뿐입니다. 결국 용기가 필요합니다. 포기할 수 있는 용기,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 리쿠와 아오이의 선택은 그렇기에 용감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내내 아쉬웠습니다. 미와가 좀 더 연기를 잘했다면, 그래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 에미를 떠나보낼때처럼 제 가슴도 아팠더라면 좋았을텐데... 이 한가지 아쉬움이 영화 전체의 재미를 앗아가버렸네요. 이렇게 일본 판타지 로맨스 영화에 대한 제 기대감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너와 100번째 사랑] 이 두편으로 불이 커져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