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쭈니-1 2017. 11. 29. 17:53

 

 

감독 : 나루시마 이즈루

주연 : 쿠도 아스카, 후쿠시 소우타, 쿠로키 하루

개봉 : 2017년 10월 19일

관람 : 2017년 11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나, 이러다가 회사 짤리는거 아닐까?

 

11월 들어서 벌써 세번째 연차휴가를 냈고, 12월 5일에 건강검진 위 내시경 때문에 하루 연차휴가를 또 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구피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러다가 회사에서 짤리는거 아냐?"라고 묻습니다. 물론 저희 회사는 연차휴가를 자주 냈다고 짤리는 악덕 기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본 후 제 눈에 들어온 영화가 바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입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제목 그대로 일본 회사원의 애환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사회 초년생 아오야마(쿠도 아스카)입니다. 그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매일 반복되는 야근과 상사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지하철 선로로 떨어지려던 찰라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가 그를 구해줍니다. 그날 이후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와 급속도로 친해집니다.

하지만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도 아닐 뿐더러 3년전 회사내 폭력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투신자살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야마모토는 아오야마를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걸까요?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의 도움으로 회사를 관두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힘든 회사 생활, 남의 일 같지 않다.

 

사실 저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에 적당한 코미디와 판타지가 버무려지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가 기대했던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아오야마가 겪는 회사에서의 고충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불과 11년전에는 아오야마가 겪었던 일들을 실제로 겪었으니까요. 매일 직장 상사한테 혼나는 것이 일과였고, 그러한 일이 반복되다보니 정말 제가 쓸모없는 쓰레기같은 인간이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피와 이제 막 태어난 웅이를 위해서 회사를 관둘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1년이 넘게 지옥같았던 회사 생활을 참고 견뎠습니다.

아오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일상은 지옥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 지옥에서 빠져 나갈 수 없었던 것은 다른 곳에 취직이 안될 것이라는 불안감입니다. 이미 그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인한 고통을 경험했기에 실직은 그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야마모토는 말합니다. 회사를 관두는 것이 어떠냐고... 회사를 관둔다고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라고... 그러한 야마모토의 충고는 11년전 구피의 따뜻했던 한마디와도 같았습니다. 매일 힘들어하는 제게 구피는 "내가 돈을 벌고 있으니 회사 관둬도 돼."라며 제 어깨를 토닥여줬고, 그 덕분에 저는 지옥에서 빠져나갈 용기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무한 경쟁의 사회... 그 곳에서 그들의 행복해지는 법

 

무한 경쟁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불행은 야마모토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부서내 영업퀸이었던 이가라시(쿠로키 하루)에게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녀는 뛰어난 영업 성과로 막말 부장에게 칭찬을 받는 존재이지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오야마의 거래처를 빼앗는 짓도 서슴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도 불안해서 그랬다며 변명합니다.

모든 경쟁에는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1등을 희망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결국 무한 경쟁 사회에서는 누군가는 승자의 축배를 들고, 누군가는 패자의 낙인이 찍혀야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1등이라 할지라도 이가라시처럼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요? 아무리 꼴등이라 할지라도 내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진짜 승자가 아닐까요?

야아모토는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는 곳의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세상에는 잠깐 보이지 않는 희망에 좌절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목숨을 끊을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학교 성적, 고단한 직장생활, 돈, 명예, 권력... 한때 중요했던 모든 것들은 지나고보면 한낱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행복하게 웃는 아오야마와 야마모토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이러한 사실을 관객에게 알려줍니다.

 

 

 

그런데 귀신은 왜 나온걸까?

 

야마모토의 정체가 밝혀지고 영화는 훈훈하게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오야마와 야마모토가 함께 했던 식당에서 잠시 나왔던 여자 귀신 장면입니다. 아오야마는 잠시 서늘한 기운을 느꼈고, 아오야마 뒤 테이블에는 여자 귀신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 장면 때문에 사실 아오야마는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야마모토는 귀신이라 믿으며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를 본 후 제가 잘못 본 것은 아닌지 검색해봤는데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연관 검색어가 귀신일 정도로 많은 분들이 귀신 장면을 목격했더군요. 하지만 그 분들중 아무도 그 장면의 의미를 모르시던... 혹시 이 영화의 원작을 읽으셨거나 귀신의 장면의 의미를 아시는 분께서는 댓글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