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미키 타카히로
주연 : 후쿠시 소우타, 고마츠 나나
개봉 : 2017년 10월 12일
관람 : 2017년 12월 3일
등급 : 12세 관람가
주말동안 27시간 잠을 자다.
10월 한달동안 회사에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습니다. 12월 주말엔 여기저기 약속이 잡혀있다보니 쉴 틈이 없네요. 결국 유일하게 약속이 잡혀 있지 않은 12월의 첫째 주말동안 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서 잠만 자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토요일에 12시까지 늦잠을 잤고, 온 가족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보고 온 후에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려 6시간동안 낮잠(?)을 잤습니다. 일요일 새벽 12시 30분에 다시 잠이 들어서 아침 9시 30분에 일어났으니 주말동안 제가 잠을 자기 위해 소모한 시간은 무려 27시간. 정말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주말내내 잠만 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늘어지게 잠을 잤더니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는 좋은 컨디션으로 영화 한편 보기로 결심했는데, 제가 선택한 영화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는 제목의 일본 판타지 멜로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컨디션으로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를 본 후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제목 그대로 서로 반대로 흐르는 시간대에 사는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스무살의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동갑내기 에미(고마츠 나나)에게 첫눈에 반해 고백합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매일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지만, 사실 에미에겐 믿을 수 없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0일 뿐입니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그들의 사랑 연대기
사실 이 영화는 냉정하게 본다면 참 말도 안되는 영화입니다. 에미의 시간이 반대로 흐른다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그러한 설명을 건너뜁니다. 그냥 세상엔 다른 존재가 있다라는 간단한 한마디만 있을 뿐입니다. 결국 이 영화의 판타지적 설정은 타카토시와 에미의 슬픈 사랑을 위한 단순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덕분에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의 여운이 꽤 짙었으니 그것으로 이 말도 안되는 장치는 성공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두 사람의 사랑의 연대기를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일단 두 사람은 5년마다 30일동안 만날 수가 있습니다. 타카토시가 다섯살때 강가에 빠져 죽을뻔 했는데, 서른다섯살인 에미가 구해줍니다. 타카토시에겐 에미와의 첫 만남이고, 에미에겐 타카토시와의 마지막 만남입니다. 타카토시가 열살이 되던 해 서른살의 에미는 타카토시에게 작은 상자를 주며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간직해달라고 말합니다. 그 상자안에는 스무살의 타카토시와 에미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가 겹치는 시기는 스무살 때입니다. 타카토시와 에미는 스무살에 만나 30일간 사랑을 나눕니다. 하지만 타카토시에게 지하철에서 스무살 첫만남의 순간은 에미에겐 마지막 만남의 순간이고, 30일 후 타카토시의 작업실에서의 마지막 만남의 순간은 에미에겐 스무살 첫 만남의 순간입니다. 이후 타카토시가 스물다섯살 때 열다섯의 에미에게 두 사람의 스무살때 나눈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타카토시가 서른다섯일때 다섯살의 에미를 축제의 폭발 현장에서 구해줍니다. 그것이 타카토시에겐 에미와의 마지막 만남이고, 에미에겐 타카토시와의 첫 만남입니다.
눈물이 많은 그녀, 그 눈물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솔직히 영화의 초반엔 그들의 사랑의 연대가 조금 헷갈렸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벤자민(브래드 피트)의 나이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 아예 에미의 시간적 흐름 자체가 거꾸로이다보니 에미 입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영화의 앞장면과 뒷장면을 바뀌어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카토시가 에미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저 역시도 남몰래 힘들어했을 에미의 심정이 느껴졌습니다.
왜 그토록 에미는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에미에겐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타카토시 입장에서는 에미를 첫만나는 순간이 에미에겐 타카토시와 만나는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타카토시 입장에서는 에미와 처음으로 손을 잡는 순간이 에미에겐 마지막으로 손을 잡는 순간이기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것입니다. 처음엔 '조금 독특한 설정의 판타지 멜로 영화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봤지만, 에미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알게되는 순간 먹먹함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에미를 연기한 고마츠 나나의 매력 덕분일 것입니다. 처음엔 한채영을 닮았다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아이유를 닮은 것 같기도한 그녀는 미소가 예뻤고, 눈물을 흘르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흠... 제가 일본 여배우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 [연애사진]의 히로스에 료코 이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7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 왕가흔] - 첫사랑 찾기의 결말엔 어른이 되어버린 그가 있다. (0) | 2017.12.06 |
---|---|
[너와 100번째 사랑] - 그들의 선택은 감동적이었지만, 매력은 부족했다. (0) | 2017.12.06 |
[로마의 휴일] - 그런데 이 영화, 코미디이긴 한걸까? (0) | 2017.11.30 |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깐 보이지 않을 뿐이다. (0) | 2017.11.29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부정확한 기억과 태워버린 일기가 빚어낸 첫사랑 미스터리 (0) | 2017.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