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내 사랑 왕가흔] - 첫사랑 찾기의 결말엔 어른이 되어버린 그가 있다.

쭈니-1 2017. 12. 6. 15:18

 

 

감독 : 베니 라우

주연 : 황우남, 우첸위

개봉 : 2017년 10월 24일

관람 : 2017년 12월 4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로 하루를 마감할 순 없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중에서 타카토시는 에미와의 첫 데이트를 위해서 미리 약속장소에 나가 에미와 함께 먹을 피자를 미리 맛봅니다. 그러한 타카토시의 노력 덕분에 에미는 피자를 맛있게 먹습니다. 피자를 맛있게 먹은 에미는 타카토시와 근처 튀김 가게로 갑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튀김은 맛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에미는 다시 피자 가게로 가서 피자 하나를 더 먹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먹는 게 이 튀김이면 내 마음이 마무리가 안 돼!"라고 말합니다.

제가 월요일 저녁 [너와 100번째 사랑]을 본 후 [내 사랑 왕가흔]까지 보기로 결심한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여운을 안고 본 마지막 영화가 [너와 100번째 사랑]이라면 내 마음이 마무리가 안되기 때문에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한편 더 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본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찾지 못했고, 대신 실화를 바탕으로한 홍콩의 멜로 영화 [내 사랑 왕가흔]을 선택한 것입니다.

[내 사랑 왕가흔]은 1992년 홍콩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사랑을 믿는 순수한 청년 천인(황우남)이 우연히 극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매표원 왕가흔을 찾아 헤맨다는 내용입니다. 얼핏 장유정 감독 임수정, 공유 주연의 [김종욱 찾기]의 리메이크가 아닌가 싶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본과는 다른 홍콩영화만의 감수성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내 사랑 왕가흔]을 봤습니다.

 

 

 

너무 착해도 바보같아 보인다.

 

하지만 [너와 100번째 사랑]과 마찬가지로 저는 [내 사랑 왕가흔]에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문제는 배우의 매력이었습니다. 베니 라우 감독은 199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추기 위해 주인공인 천인을 굉장히 촌스럽게 그려넣습니다. 뭐 그것까지는 좋습니다. 시대배경에 따른 디테일이니... 그러나 천인이라는 캐릭터는 외모적 촌스러움에 그치지 않고 뭔가 모자란 바보처럼 보이기까지합니다.

아마도 베니 라우 감독의 의도는 천인의 순수함을 부각시키는 것이었을 겁니다. 천인은 평주라는 한적한 마을에서 누나의 식당일을 돕는 천진난만한 청년입니다. 그의 꿈은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 하지만 아무도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노래가 듣기 싫다며 무시하고, 누나는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하지만 천인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보같은 미소를 띄우며 실실거리기만 할 뿐입니다.

영화의 초반, 저는 천인이 분명 정신 박약아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만큼 그는 바보같았습니다. 분명 착하고, 낙천적인 것과 바보 같은 것은 다릅니다. [내 사랑 왕가흔]이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가 되려면 먼저 천인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꾸며야만 했습니다. 그는 우연히 한번 만난 왕가흔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청년이지만, 57번째 왕가흔(우첸위)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매력도 갖춰고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엔 그의 사랑이 집착처럼 보이더라.

 

57번째 왕가흔의 도움을 받으며 천인의 왕가흔 찾기는 속도를 냅니다. 솔직히 라디오 방속국에 장난전화를 걸고, 다짜고짜 천인에게 화를 내는 57번째 왕가흔의 무례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뭐 이 정도는 넘어가줄만합니다. 암튼 57번째 왕가흔의 합류 덕분에 무작정 전화번호부의 모든 왕가흔에게 전화를 거는 천인의 무식한 방법 대신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왕가흔 찾기에 근접해나갑니다.

문제는 영화의 후반부 천인의 모습은 첫사랑을 찾는 순수한 청년이 아닌, 무서운 집착남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당신이 찾는 왕가흔이 여기있지 않냐고 울며 매달리는 57번째 왕가흔의 모습도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이성을 잃고 화내며 공중전화에 매달리는 천인의 모습은 로맨스 영화의 절절함 대신 무슨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히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온 시간이 흘러 우연히 버스에서 자신이 찾던 왕가흔과 마주친 천인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애타게 찾을땐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일것이라 생각하고 집착하지만 막상 찾고나면 집착이 풀리고 별 것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도 천인에게서 왕가흔은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요?

 

 

 

사람은 그렇게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된다.

 

저는 [내 사랑 왕가흔]에서 천인의 왕가흔 찾기보다는 바보같다고 생각할만큼 대책없이 착하기만하던 천인의 성장담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천인은 누나에게 남자도 만나라며 충고합니다. 하지만 천인의 누나가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천인 때문입니다. 천인의 보호자인 그녀 입장에서는 세상물정 모르고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것으로 하루를 소모하는 동생을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술에 잔뜩 취한 그녀가 자신에게 청혼한 남자와 영국에 가서 살것이라며 들뜬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그래서 슬펐습니다. 그것이 그녀의 본심이었지만, 다음날 술에 깬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와 같이 식당일을 하며 영국엔 안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천인은 자신이 누나의 족쇄였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저는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때 비로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타치며 노래부르고, 우연히 만난 왕가흔을 찾겠다고 나서는 천인. 그는 아직 어른이 아닌 그저 바보같이 착한 아이였던 것입니다. 그런 그가 누나를 떠나보내고, 직업을 갖게 되면서 결국 어른이 됩니다. 뜬구름같은 사랑찾기 놀이를 더이상 할 수 없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 어쩌면 그것이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제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빠져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저 역시 스스로를 책임져야하는 어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