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로마의 휴일] - 그런데 이 영화, 코미디이긴 한걸까?

쭈니-1 2017. 11. 30. 15:37

 

 

감독 : 이덕희

주연 :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 강신일

개봉 : 2017년 8월 30일

관람 : 2017년 11월 28일

등급 : 15세 관람가

 

 

임창정이 오랜만에 정통 코미디로 복귀했다.

 

오전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봤고, 오후엔 [잠깐 회사 좀 관두고 올게]를 본 저는 마지막 영화로 고심 끝에 [로마의 휴일]을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영국영화와 일본영화를 봤으니 마무리는 한국영화로 해야한다는 한국영화 사랑에 의한 무의식적 선택이었을지도...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로마의 휴일]은 비록 흥행에 실패하긴 했지만 임창정을 내세운 코미디 영화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임창정의 코미디인 만큼 제 입장에서는 반가웠습니다.

임창정은 [비트]에서 정우성의 친구 역으로 얼굴을 알린 이후 [엑스트라], [색즉시공], [시실리 2km], [1번가의 기적] 등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매력을 발산했던 배우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동안 엇비슷한 코미디 영화에만 출연을 하다보니 관객들은 지쳤고, 결국 [청담보살], [불량남녀], [사랑이 무서워]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임창정의 코미디는 이제 한물갔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2012년 [공모자들]을 통해 웃음끼를 뺀 스릴러 영화에서도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임창정은 정통 느와르 [창수], 액션 [치외법권]에 출연하며 배우로써의 활동영역을 확장해나갔습니다. [로마의 휴일]은 2011년에 개봉한 [사랑이 무서워]이후 임창정이 무려 6년만에 코미디 영화로 복귀한 영화입니다. 

 

 

 

겉보기엔 완벽한 코미디, 하지만 뭘로 웃길건데?

 

[로마의 휴일]은 강인한(임창정)을 필두로 진기주(공형진)와 정두만(정상훈)이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면서 시작됩니다. 어리숙한 계획으로 인하여 경찰인 안반장(강신일)에게 금새 꼬리를 밟힌 인한 일당은 '로마의 휴일'이라는 지하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 숨게됩니다. 경찰과 인한 일당, 그리고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 봉변을 당한 수십명의 인질들. 그들의 기묘한 인질극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고아인데다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회의 루저 인한 일당이 화려한 나이트클럽에 모인 인질들을 붙잡고 벌이는 통쾌한 한방.관객은 인한 일당의 한방을 보며 쾌감을 느끼면 됩니다. 이제는 코미디 영화의 전설이 되어버린 199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과 비슷한 전개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제2의 [주유소 습격사건]을 기대하며 [로마의 휴일]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사회의 루저들이 벌이는 통쾌한 한방이 [로마의 휴일]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인한의 절절한 사연만이 흘러나올 뿐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영화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그저 조금은 바보같은 기주 캐릭터로 어설프게 웃기려 시도할 뿐입니다. 그 순간 저는 '속았다'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로마의 휴일' 안보다, 밖에 신경을 쓰다.

 

[로마의 휴일]이 제2의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불리며 관객의 웃음보를 빵빵하게 터트리기 위해서는 나이트클럽 '로마의 휴일'의 인질극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인질이 된 사람들은 대기업 총수의 아들, 조폭, 졸부 등 우리들의 마음을 쓰리게 하는 캐릭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루저인 인한 일당이 그들에게 속시원한 한방을 먹인다면 관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덕희 감독은 '로마의 휴일' 안보다는 밖에 신경을 씁니다. 정직한 경찰 안반장을 내세워 인한이 어렸을 적 안반장과의 인연, 해외로 입양된 인한의 여동생, 그리고 인한 일당 진압에 얽힌 권력자들의 뒷구멍 거래 등으로 영화 대부분을 채워버립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억지스러운 장면도 여럿 연출됩니다. 가까스로 탈출한 졸부 나성기는 나성기가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인질들을 죽이겠다는 인한의 협박과 인질 가족들의 강요에 의해 다시 '로마의 휴일' 안으로 되돌아가고, 기주와 두만은 안반장의 묵인 아래 몰래 '로마의 휴일'에서 나와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그리고 인한은 죽은 아내와 딸을 보기 위해 바다로 향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설정인 것인지...

 

 

 

차라리 처음부터 진지하게 갔더라면...

 

[로마의 휴일]은 연출한 이덕희 감독은 [파이란], [두사부일체]의 조감독 출신이며 [창수]로 감독에 데뷔했습니다. 특히 [창수]는 우리나라 느와르 영화로 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흥행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덕희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파이란]과 [창수]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은 아쉬웠고, [두사부일체]는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흥행에선 대박을 냈습니다. 어쩌면 이덕희 감독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 이덕희 감독은 [로마의 휴일]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흥행성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억지 코미디를 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이덕희 감독의 선택은 [로마의 휴일]을 이도저도 아닌 영화로 내몰았습니다. 차라리 사회 부조리에 희생되고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인한 일행의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영화를 진행시켰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창수]와 같은 꽤 잘만든 느와르 영화는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참고로 [로마의 휴일]의 누적관객은 13만명, [창수]의 누적관객은 42만명으로 오히려 [창수]의 흥행성적이 더 좋습니다.)

영화 후반 인한의 사연은 꽤 절절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절절했기에 코미디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흥행을 위해 코미디가 될 수 없는 영화를 억지로 코미디로 꾸며 놓은 것이 이 영화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