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스파이 게임] - 제목만큼이나 평범한 첩보 스릴러

쭈니-1 2017. 11. 3. 11:12

 

 

감독 : 마이클 앱티드

주연 : 누미 라파스, 올랜도 블룸, 토니 콜렛, 존 말코비치, 마이클 더글라스

개봉 : 2017년 9월 14일

관람 : 2017년 11월 1일

등급 : 15세 관람가

 

 

두편으로는 역시 모자랐다.

 

하루간의 연차 휴가를 냈던 지난 수요일. 웅이는 제게 "오늘 영화 몇 편 봤어요?"라고 묻습니다. 저는 "두 편봤어. [유리정원]하고, [마더!]."라고 대답했고, 웅이는 "겨우 두 편 밖에 못봤어요?'라고 되묻습니다. 사실 연차 휴가를 낸 날이면 저는 최소한 영화 세 편을 극장에서 봅니다. 하지만 그날은 화장실 청소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두 편만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두 편만으로는 모자라더군요.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다운로드로 [스파이 게임]까지 보고 나서야 비로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파이 게임]은 영국의 첩보 스릴러 영화입니다. [007 언리미티드], [나니아 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 등을 연출했던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누미 라파스, 올랜도 블룸, 존 말코비치, 마이클 더글라스 등 꽤 믿음직한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인만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스릴러처럼 호쾌한 재미를 기대하긴 조금 어려운 영화이기도합니다.

실제로 [스파이 게임]은 꽤 아기자기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모든 첩보 스릴러가 거대한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콜린 퍼스 주연의 영국 첩보 스릴러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경우는 스케일보다는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렇다면 [스파이 게임]은 어떨까요?

 

 

 

제목만큼이나 평범한 첩보 스릴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스파이 게임]은 제목만큼이나 평범한 첩보 스릴러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의 원제는 '스파이 게임'이 아닌 'Unlocked'입니다. 번역을 하자면 '잠겨있지 않는' 정도일텐데... 아마도 내부의 적으로부터 뚫려버린 CIA의 사정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수입사는 이 제목을 '스파이 게임'이라는 창의력이 1도 없는 제목으로 바꿉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스파이 게임'를 검색하면 무려 다섯편의 영화가 검색되고, 그 중 토니 스콧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스파이 게임]은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입니다.

수입사는 왜 이렇게 흔한 제목을 갖다 붙였을까요? 어쩌면 영화 자체가 너무 평범해서 흔한 제목이 어울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스파이 게임]은 과격파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런던 생화학 바이러스 테러를 막기 위한 CIA 요원 앨리스(누미 라파스)의 활약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녀는 파리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CIA 유럽지부장인 밥 헌터(존 말코비치)의 지시로 현장에 복귀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에 스파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앨리스는 우연히 만난 잭 올커트(올랜도 블룸)와 팀을 이뤄 진실을 캐기 시작하고, 결국 예상하지 못한 진실에 직면하게됩니다. 하지만 정말 이 영화의 결말이 예상하지 못한 진실일까요?

 

 

 

쉬워도 너무 쉬운 영화의 반전 (이후 스포 포함)

 

영화 초반, 내부의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앨리스는 자신이 가장 믿는 상관인 에릭 라쉬(마이클 더글라스)의 집으로 피신합니다. 하지만 에릭 라쉬 역시 괴한의 침입에 살해 당하고, 그는 죽기전 알리스에게 아무도 모르는 은신처를 알려줍니다. 에릭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가 알려준 은신처에 도착한 앨리스는 빈집털이범 잭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진실을 파헤칩니다.

자! 이쯤되면 베일에 쌓인 내부의 스파이가 누군지 모두들 눈치채셨겠죠? 그렇습니다. 바로 에릭입니다. 앨리스가 에릭의 집에 도착한 이후부터 뭔가 석연치 않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에릭은 앨리스의 상처를 치료해야한다며 시간을 끌고, 그 사이 괴한이 침입합니다. 피가 솟구치는 배를 움켜잡고 에릭은 죽기 전 아무도 모른다는 은신처를 알려주는데, 하필 그곳에 빈집털이범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요? 결국 잭은 에릭이 앨리스에게 심어놓은 첩자인 셈입니다.

에릭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이용해서 영국에 생화학 바이러스 테러를 일으키려 하는 이유도 웃깁니다. 테러로 인하여 미국에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테러 방지법을 강화하기 위해서랍니다. 이 무슨 헛소리를... 관객을 앞도하는 거대한 스케일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영국 첩보 스릴러만의 재미만큼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마치 2016년 3월에 개봉했던 키트 해링턴 주연의 영국 첩보 스릴러 [스푹스 : MI5]처럼 할리우드 첩보 영화와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가 없어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