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송 투 송] - 나래이션과 아름다운 영상만으로 이뤄진 영화

쭈니-1 2017. 10. 30. 15:29

 

 

감독 : 테렌스 맬릭

주연 : 라이언 고슬링, 루니 마라, 마이클 패스벤더, 나탈리 포트만

개봉 : 2017년 7월 26일

관람 : 2017년 10월 28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테렌스 맬릭 감독의 무게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할리우드라고 한다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블록버스터로 대변되는 상업영화입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모두 상업영화인 것만은 아닙니다. 비록 흥행 성적은 미비하지만 평론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작가주의 감독도 수두룩합니다. 그 중 한명이 테렌스 맬릭입니다. 그는 1973년 저예산 영화 [황무지]로 데뷔하였고, 1978년 [천국의 나날들]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농장 생활을 중심으로 1910년대의 서부를 그린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미국의 새로운 거장이 탄생하였음을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천국의 나날들]은 흥행에 참패했고, 테렌스 맬릭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20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그린 [씬 레드 라인]으로 복귀한 테렌스 맬릭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트리 오브 라이프], 벤 애플렉, 올가 쿠릴렌코, 레이첼 맥아덤스 주연의 [투 더 원더],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란쳇,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나이트 오브 컵스] 등 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에는 수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송 투 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주연은 무려 라이언 고슬링, 루니 마라, 마이클 패스벤더, 나탈리 포트만입니다. 이쯤되면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이지만, 테렌스 맬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상 평범한 할리우드 영화가 아님은 자명합니다. 실제 초호화 캐스팅의 음악영화를 기대했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나중에 다운로드로 본 저 역시도 영화의 혼란스러운 내러티브 때문에 영화를 보다 말다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네, 남녀의 사랑과 이별, 용서에 대한 이야기

 

우선 [송 투 송]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영화엔 네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무명인 뮤지션 BV(라이언 고슬링)는 유명 프로듀서 쿡(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됩니다. 쿡은 BV에게 함께 작업을 하자고 제안하고, BV는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한편 그즈음 BV는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 페이(루니 마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페이는 한때 쿡의 부하직원이었으며, 음반을 내준다는 쿡의 제안에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했었습니다.

쿡에게는 론다(나탈리 포트만)라는 부인이 있습니다. 학교 선생을 꿈꿨지만 가난한 웨이트리스에 불과했던 론다는 부유한 쿡의 청혼에 그와 행복한 결혼을 꿈꿉니다. 하지만 쿡은 마약중독자에 변태 성욕자로 두 여성과 함께 섹스를 해야만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론다는 쿡의 변태 성욕을 채워주는 한 명의 여성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결국 론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쿡이 자신의 음악 저작권을 가로 챈 사실을 알게된 BV는 쿡과 결별을 선언합니다. 게다가 페이마저 과거에 쿡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에 BV는 깊은 슬픔에 빠져 방황합니다. 결국 BV와 페이는 결별하게 되지만 오랜 방황끝에 페이는 BV에게 용서를 구하고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송 투 송]은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만 놓고본다면 음악에 얽힌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결코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서 어려울 것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두반에 걸쳐 봐야 했고, 그제서야 영화의 내용과 캐릭터간의 관계를 겨우 이해할 수 있었을만큼 [송 투 송]은 매우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무엇이 이 영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스토리 전개에 따라 영화를 진행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 투 송]은 주인공들의 나래이션으로 진행되는데, 그들의 나래이션은 영화에 대한 설명이 아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들의 나래이션만으로 영화의 내용을 유추해야하는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영화의 영상은 마치 단편적으로 끊겨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나래이션과 단편적인 영상을 조합해서 관객 스스로 영화 속의 상황과 그로인한 전체적인 내용을 유추해야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가 [송 투 송]이 처음이고, 제가 워낙에 스토리 중심의 영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 또한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분명 영화 속의 음악이 좋았고 (테렌스 맬릭 감독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고 합니다.) 영화 속의 영상은 감각적이었으며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버드맨], [그래비티]로 3회 연속 아카데미를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의 작품입니다.) 네명의 주연 배우들 또한 매력적이었지만, 역시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는 제게 너무나도 멀고도 어려운 영화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