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이웃집 스타] - 웃음도, 감동도, 건져내지 못했다.

쭈니-1 2017. 10. 27. 11:48

 

 

감독 : 김성욱

주연 : 한채영, 진지희

개봉 : 2017년 9월 21일

관람 : 2017년 10월 26일

등급 : 12세 관람가

 

 

부모라면 느끼는 자식에 대한 미안함

 

며칠전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저희 집이 망해서 웅이를 고아원에 맡겨야 하는 상황, 저는 웅이를 고아원에 데려다주며 웅이에게 "1년만 기다리면 데리러 올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웅이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런 웅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웅이를 꼭 안아줬습니다. 비록 꿈이었지만 제 품에 안긴 웅이는 굉장히 따뜻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 한동안 저는 웅이에게 대한 미안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특히 저를 슬프게 했던 것은 고아원에 맡기겠다는 무능한 제게 웅이가 반항을 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제가 응원하는 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에게 막혀 1대0으로 완봉패를 당하자 저는 분을 삭히기 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웃집 스타]입니다. [이웃집 스타]는 톱스타 한혜미(한채영)와 그녀의 숨겨진 딸 한소은(진지희)에 대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니 불현듯 며칠전 꾸었던 제 꿈이 생각났습니다.

특종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기자(임형준)에게 소은과의 관계가 들킬 위기에 빠지자 혜미의 소속사는 소은을 유학보내자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인기 때문에 딸을 희생시켜야하는 상황. 그런데 소은은 유학을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엄마의 인생에서 자신은 시한폭탄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러한 소은의 모습에서 며칠 전 꿈 속의 웅이를 발견한 셈입니다. 순간 저는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자식에 대한 혜미의 미안한 감정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코믹하지 않은 코믹 조연

 

제가 소은에 대한 혜미의 미안함에 공감하긴 했지만 [이웃집 스타]의 전체적인 만듦새를 놓고 평가한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이면서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아이돌 스타 갓지훈(임슬옹)과 핑크빗 열애설로 화제의 중심에 선 혜미 탓에 갓지훈의 열렬한 팬인 소은은 엄마의 악플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혜미와 소은의 상황이 영화 초반의 코믹 코드이지만, 김성욱 감독은 이러한 코믹 코드를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냅니다.

[이웃집 스타]의 코믹 코드가 제대로 먹히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코믹 조연의 활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혜미와 소은으로 관객을 웃긴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녀들의 상황은 웃기지만, 톱스타 엄마와 숨겨진 딸의 관계는 후반부의 감동 코드를 위해 아껴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코믹 조연의 활약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이웃집 스타]의 조연들은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이웃집 스타]와 비슷한 소재를 가진 [굿바이 싱글]만 봐도 그녀의 불알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인 평구(마동석)가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코믹함으로 영화의 재미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이웃집 스타]에서는 혜미의 매니저인 우실장(안지환)은 웃길 생각이 없어 보이고, 소은의 친구 3인방은 억지 오버 연기만 하고 있을 뿐이며, 혜미와 소은의 비밀을 캐내는 기자는 웃기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어정쩡합니다. 히든카드로 3차원 엉뚱 가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솔비가 투입되었지만 미지근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 어색한 마무리

 

[이웃집 스타]의 더 큰 문제는 영화의 후반부가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철없는 톱스타 엄마 혜미와 사춘기 악플러 딸 소은. 얼핏 보면 코믹한 소재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기 때문에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혜미는 그로인해 항상 소은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엄마의 앞길을 가로 막는 시한폭탄이라는 생각 때문에 소은 역시 혜미에게 미안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 모녀 관계는 오히려 기자의 폭로로 정상화되는데, 혜미가 사람들 앞에서 소은이 자신의 딸임을 밝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혜미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톱스타 혜미가 아닌, 엄마 혜미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소은은 지금까지 헤미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털어내고 자신을 낳아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눈시울이 뜨거워져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언가가 이 중요한 장면에서 감정이입을 방해합니다. 그것은 김성욱 감독의 연출력과 빈약한 전개이며, 배우들의 연기력 미숙도 한 몫했습니다. 김성욱 감독은 2007년 흥행에 성공한 [못말리는 결혼]을 연출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웃집 스타]는 [못말리는 결혼]보다 뒤로 후퇴한 영화입니다. 후반의 감동까지 이끌어가는 중반의 과정도 억지스러웠고, 연기 베테랑인 한채영과 진지희의 연기도 그러한 억지스러운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채 겉돌기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