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나의 붉은 고래] - 사랑과 희생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쭈니-1 2017. 10. 11. 13:33

 

 

감독 : 양선, 장춘

더빙 : 계관림, 소상경, 허위주

개봉 : 2017년 6월 15일

관람 : 2017년 10월 2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중국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왔나?

 

제가 처음 본 중국 애니메이션은 1998년 서극이 제작에 참여한 [천녀유혼]이었습니다. 정소동 감독, 왕조현, 장국영 주연의 1987년작 동명의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것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제겐 꽤 신선하게 다가왔던 영화입니다. 당시 저는 [천녀유혼]을 본 후 중국의 애니메이션이 더 많이 제작되길 바랬었습니다. 하지만 [천녀유혼]이후 제 기억에 남는 중국 애니메이션은 전무합니다. 대부분이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한 저예산 애니메이션 뿐이었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중국의 영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관객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에서 [주토피아], [쿵푸팬더]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중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 제작된 텐 샤오펑 감독의 애니메이션 [몽키킹 : 영웅의 귀환]은 9억 5652만 위안의 흥행을 거두며 [주토피아], [쿵푸팬더 3]에 이어 중국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으니까요.

[나의 붉은 고래] 역시 중국 애니메이션이 최근 이루어낸 성과 중 하나입니다. 2016년에 제작된 [나의 붉은 고래]는 5억 6528만 위안의 흥행성적으로 중국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6위에 오르며 제작비 대비 18배 이상의 수익을 냈습니다. 결국 저는 [천녀유혼]이후 무려 20여년 만에 보는 두번째 중국 애니메이션으로 [나의 붉은 고래]를 선택했습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라 너무 우습게 봤나보다.

 

최근 들어서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진 저는 [나의 붉은 고래] 역시 웅이와 함께 볼 영화 리스트에 올려 놓았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나의 붉은 고래]가 일본 애니메이션일 것이라 생각했다가 중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는 관람 리스트에서 제외를 시켰었습니다. 제게 있어서 중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는 [천녀유혼]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잊혀졌고, [나의 붉은 고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따라한 짝퉁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 블로그 이웃이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제가 [나의 붉은 고래]를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로그 이웃이 [나의 붉은 고래]의 영상과 스토리가 너무 아름답다며 추천을 했고, 그 추천을 따라서 지난 추석 연휴때 웅이와 함께 봤습니다. 그렇게 [나의 붉은 고래]를 보기 시작했지만, 중국의 짝퉁 애니메이션이라는 제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저는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나의 붉은 고래]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해 어리둥절해야 했으니까요.

결국 마음을 추스리고 [나의 붉은 고래]를 두번째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세계관, 그리고 주제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중국 애니메이션이라고 [나의 붉은 고래]를 너무 우습게 봤나봅니다. 영화를 두번째 보고나서야 [천녀유혼]이후 무려 20여년의 간극이 있지만 중국 애니메이션이 제법 잘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 깊은 세계관, 그리고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

 

일단 [나의 붉은 고래]의 세계관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인간 세상의 바다 밑에는 영혼계의 존재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간 세상의 바다는 영혼계의 하늘과 같으니 엄밀하게 따진다면 두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영혼계의 존재들은 16살 성년이 되는 성인식에 붉은 고래가 되어 인간 세상을 보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데, 한가지 불문율은 절대 인간과 접촉을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영혼계의 소녀 춘(계관림) 또한 성년이 되어 인간 세상에 나갑니다. 하지만 영혼계로 돌아오는 도중 그물에 걸리고 이를 목격한 인간 소년(허위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하지만 인간 소년은 춘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게 됩니다. 자신 때문에 인간 소년이 죽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던 춘은 인간 소년을 되살릴 방법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절반의 생명과 맞바꾼 방법은 붉은 고래의 된 인간 소년의 영혼을 잘 보살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춘은 인간 소년의 영혼이 깃든 붉은 고래에게 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잘 보살핍니다.

하지만 춘의 행동은 인간과 접촉을 하면 안된다는 영혼계의 불문율을 어긴 것으로 그로 인하여 영혼계에는 대홍수로 인한 재앙이 펼쳐집니다. 곤을 죽이려는 영혼계 존재들로 인하여 춘과 곤은 위기를 맞이하지만 춘을 사랑한 추(소상경)의 희생으로 춘과 곤은 무사히 인간 세상에 가게 됩니다.

 

 

 

사랑과 희생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일단 [나의 붉은 고래]의 사랑과 희생에 관한 영화입니다. 인간 소년은 붉은 고래가 된 춘을 위해 희생합니다. 그리고 춘은 인간 소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의 절반을 주는 희생을 선택합니다. 결국 춘과 곤의 관계는 희생으로 얽매여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희생을 하면서 사랑을 싹틔워나갑니다.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는 추라는 캐릭터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춘을 추를 그저 오빠와도 같은 존재로밖에 여기지 않지만, 추는 춘을 사랑했고, 그녀를 살리기 위한 희생을 선택합니다. 사실 곤을 위한 춘의 희생은 미안함,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앞섰고, 자신의 생명력 전부가 아닌 절반이라는 절충이 있었지만, 추의 희생은 그야말로 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한 희생이었습니다. 결국 추의 희생 덕분에 춘과 곤의 사랑은 인간 세상에서 이어졌지만, 추는 소멸됩니다.

어쩌면 그들의 희생은 모두 기적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곤을 위한 춘의 희생은 인간 소년의 영혼을 되살리는 기적을 일으켰고, 춘을 위한 추의 희생은 영혼계의 곤과 춘의 사랑이라는 기적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추는 영매의 후게자가 되어 또다른 기적의 주인공이 됩니다. [나의 붉은 고래]는 중국의 도가 사상과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이야기인 사랑과 희생, 그리고 기적을 잘 버무린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