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내 사랑] - 창문밖 세상이 전부였지만,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을 하다.

쭈니-1 2017. 10. 9. 22:01



감독 : 에이슬링 월쉬

주연 : 샐리 호킨스, 에단 호크

개봉 : 2017년 7월 12일

관람 : 2017년 10월 1일

등급 : 12세 관람가



캐나다 최고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


[내 사랑]은 캐나다의 여류 화가 모드 루이스의 삶을 담은 영화입니다. 1903년에 태어난 모드 루이스는 8살때부터 관절염을 앓으며 성장이 느려졌으고, 모드의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시켰다고합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관찰하며 남들과는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드의 유일한 울타리와도 같았던 어머니가 죽으면서 모드는 딕비에 사는 고모에게 보내지고, 그곳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자립하고 싶었던 모드는 때마침 가정부를 구하던 거친 생선장수 에버렛 루이스의 가정부가 됩니다. 이렇게 시작은 에버렛의 가정부여지만 에버렛은 모드가 화가로서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가정부 대신 화가의 길을 걷게 합니다. 결국 모드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준 에버렛과 34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고 에버렛과 함께 걸은 사랑의 여정을 그들의 작은 집에 그녀 놓기 시작했습니다. 모드와 에베렛이 살았던 작은 집은 현재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캐나다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규 미술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모드 루이스의 그림이 캐나다의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그림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인 순박성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녀는 단지 남편과 하께 사는 작고 낡은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었고, 그녀의 그러한 순박한 소망은 그림에서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어차피 여행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손에 붓이 쥐어져 있고 눈 앞에 창문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라던 모드 루이스. 눈 앞 창문밖 세상이 전부였던 그녀이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을 했기에 그녀의 그림은 더욱 빛이 났나봅니다.




모드와 에버렛의 사랑

 

솔직히 영화의 중반까지만해도 저는 모드(샐리 호킨스)와 에버렛(에단 호크)의 사랑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자신을 집안의 수치로 여기는 고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해 가정부를 구하는 에버렛의 집에 들어간 모드. 하지만 모드를 대해는 에버렛의 태도는 차갑기만합니다. 그는 모드가 오갈데 없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무시하고 폭언을 쏟아냅니다. 특히 "이 집의 서열이 나, 개 닭 다음이 당신이야."라고 밝히는 부분에선 인간적인 모열감마저 느끼게끔 했습니다.

에버렛의 집에 머물게된 모드가 에버렛과 한 침대를 쓰는 장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에버렛은 "내가 고아원에 있을땐 예닐곱이 껴서 잤어."라고 이야기하지만 남녀가 한 침대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성희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드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에버렛의 모습을 보며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내 사랑'인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고아원에서 사랑 없이 자란 에버렛의 서툰 사랑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버렛도 결국은 모드 없이 살 수 없음을 알고 산드라(캐리 매쳇)의 집으로 떠난 모드에게 돌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이전의 에버렛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되긴 했지만, 확실한 것은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예상했던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그녀의 삶


하지만 그것은 제 선입견이었습니다. 비록 사랑 표현에 서툴렀지만 모드에겐 에버렛의 사랑이면 충분했던 것입니다. 하긴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은 그녀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린시절부터 앓은 관절염으로 집 안에 가둬지다시피 키워졌지만 창밖 세상만으로도 만족했던 그녀. 이다 이모가 자신의 딸이 죽었다고 속이고 입양보냈다는 고백을 해도 멀찌감치서 딸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던 그녀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비관했을 것이고, 이다 이모를 원망하며 딸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드는 그러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해고, 그것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에버렛과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에버렛은 거칠었고, 서툴렀습니다. 그러나 모드는 그러한 에버렛을 바꾸려하지 않고 그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였고, 그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찾았습니다.

마지막 순간 에버렛의 사랑 속에서 눈을 감는 모드의 모습에서 그녀는 정말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삶은 그림에서 고스란히 투영되었고, 그녀는 캐나다 최고의 화가로 영원히 남게 해준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햇던 그녀의 삶. 그녀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그것을 누리고 있는 저로써는 행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