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모놀리스] - 최첨단 테크놀로지는 정말 우리는 편하게 할까?

쭈니-1 2017. 9. 28. 17:19

 

 

감독 : 이반 실베스트리니

주연 : 카트리나 보우든

개봉 : 2017년 4월 20일

관람 : 2017년 9월 27일

등급 : 12세 관람가

 

 

최첨단 테크놀로지는 정말 우리를 편하게 할까?

 

저는 제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과도한 기능때문에 당혹스러웠던 적이 많습니다. TV리모콘의 그 수 많은 버튼들에 질리기도 했고, 가끔은 엉뚱한 버튼이 눌러져서 TV를 보는데 애를 먹기도 합니다. 휴대 전화는 또 어떤가요? 컴퓨터에 버금가는 다양한 기능들을 보다보면 저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 전화의 기능 중 10%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TV에 채널과 볼륨 버튼만 있었고, 휴대 전화기는 전화와 문자 기능만 있었던 심플했던 예전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모놀리스]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자동차 '모놀리스'와 '모놀리스'에 어린 아들이 갇혀 곤욕을 치루는 샌드라(카트리나 보우든)의 이야기입니다. 사정은 이러합니다. 20대 후반의 아름다운 초보 엄마 샌드라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모놀리스'에 두살배기 아들 데이비드를 태우고 부모님 댁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도중 남편과 자신의 옛 동료가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을 하게된 샌드라는 이성을 잃고 남편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목적지를 변경합니다. 그러다 황량한 도로 위에서 사슴을 치는 사고를 당합니다.

만약 샌드라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자동차였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놀리스'는 너무 과도하게 안전했고, 자동차 안에 홀로 남겨진 데이비드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 나간 샌드라를 완벽하게 차단시켜버립니다. 분명 안전하기 위해, 편리하기 위해 최첨단 인공지능 자동차 '모놀리스'를 구매한 것일텐데, 오히려 그것이 샌드라에게 위험이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초보 엄마 샌드라의 성장기.

 

[모놀리스]는 거의 샌드라의 모노드라마(일인극)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영화에 샌드라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샌드라의 두살배기 아들 데이비드도 나오고, 샌드라의 남편과 옛 동료의 화상 통화 장면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만난 젊은 커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오로지 샌드라 한 명 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샌드라의 변화입니다. 그녀는 한때 가수로 잘나갔지만, 음악 프로듀서인 남편과 만나 지금은 전업주부가 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의 자신을 그리워합니다. 아직 어린 데이비드에게 "그렇다고해서 널 낳은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도 자기 스스로을 위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뒷좌석에 데이비드가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 중 담배를 피우고, 데이비드가 칭얼거리자 귀찮다는 듯 자신의 핸드폰을 주는 샌드라의 모습은 좋은 엄마와는 거리가 멉니다. 만약 그녀가 데이비드를 생각했다면 고작 확실하지 않은 의심 때문에 차를 돌려 남편이 묶고 있는 호텔로 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고가 나고, 데이비드가 '모놀리스' 안에 갇히고 나서도 샌드라는 우왕좌왕 할뿐입니다. 오히려 온도가 치솟고 있는 '모놀리스' 안에 데이비드를 남겨두고 어이없게도 잠을 자기까지합니다. 그랬던 그녀가 점차 변합니다. 들개에 맞서고, 데이비드를 구하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감행합니다. 그 선택에 '뜨악'하긴 했지만, 탱크보다 단단한 '모놀리스'라면 그럴 수 있을런지도...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초보 엄마 샌드라가 아닌, 데이비드를 구하기 위한 여전사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샌드라의 엄마로써의 성장이 흥미로웠습니다.

 

 

 

솔직히 많이 심심하다.

 

분명 [모놀리스]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가장 안전한 자동차가 과도한 안전성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자동차로 변하는 아이러니는 현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풍자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샌드라가 엄마로써 한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잡아냅니다. 하지만 [모놀리스]는 심심한 영화이도 합니다. 분명 소재는 좋았지만 이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이 너무 단순합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자동차... 이는 섬뜩한 사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하지만 [모놀리스]는 들개 한마리의 위협 외에는 아무런 사건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저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도저히 열리지 않는 자동차의 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샌드라의 모습으로만 채워버립니다. 저는 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혹시 미치광이 살인마라도 만나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하며 영화를 봤는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가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탈리아 국적의 영화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제작비 대부분은 '모놀리스'의 최첨단을 구현하는 특수효과 장치로 사용하고, 미국 올로케와 [피라냐 3D], [무서운 영화 5] 등 저예산 공포영화로 얼굴을 알린 카트리나 보우든을 캐스팅하고 나니 여력이 없었나봅니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로 발전해나갔다면 풍성한 재미가 있는 영화일 수 있었을텐데... 영화가 끝나고나니 약간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