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빌로우 허] - 그녀들이 그려낸 놀랍도록 아름다운 보편적 사랑

쭈니-1 2017. 10. 26. 14:40

 

 

감독 : 에이프릴 뮬렌

주연 : 나탈리 크릴, 에리카 린더

개봉 : 2017년 9월 21일

관람 : 2017년 10월 23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우리는 나와 다른 방식의 사랑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나?

 

지구촌에는 국제법상 인정된 국가 수는 242개국이고, 그 속에서 무려 75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민족, 국가, 그리고 살아온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본성 자체가 그렇지 않습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경계심과 그로인한 증오는 지구촌의 수 많은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사랑 또한 그렇습니다. 한때 단일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과의 연애, 결혼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고, 혼혈인에 대해 경계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아직도 그러한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어떤가요? 이미 동성애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나라가 많이 있지만, 유교사상이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는 아직 금기시되는 실정입니다.

[빌로우 허]는 여성과 여성의 사랑, 즉 동성애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한 대체적인 시선은 딱 두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혐오와 호기심. 나와 다른 방식의 사랑에 대해 혐오를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빌로우 허]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혐오스럽다고 하실 것입니다. 동성애에 대해 혐오를 느끼지 않는 분이라면 여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한 성적 호기심으로 [빌로우 허]를 보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빌로우 허]는 혐오와 호기심만이 가득한 영화일까요?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그녀, 보이쉬한 매력의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빌로우 허]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패션 에디터로 성공한 커리어우먼 재스민(나탈리 크릴)은 완벽한 약혼자 라일(세바스찬 피고)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달라스(에리카 린더)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듭니다. 라일의 출장 중 달라스와 달콤한 데이트를 즐긴 재스민. 이제 그녀는 달라스를 떠나보내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합니다. 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도착한 라일에게 달라스와의 관계가 들켜버리고, 재스민과 달라스, 그리고 라일의 관계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버립니다.

사실 이런 내용의 영화는 많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가 단조운 일상에 지친 여성이 만나는 도발적인 상대로 남편(혹은 약혼자)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또다른 남성으로 설정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만약 [빌로우 허]에서 달라스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면 [빌로우 허]는 그런 뻔한 영화 중 한편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스민이 일탈적 사랑에 빠진 대상은 남성이 아닌 여성입니다. 그로인하여 재스민은 현실의 장벽 앞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합니다. 이미 어린 시절 같은 반 여자 친구와 키스를 나눴다가 어머니에게 들켜 혼쭐이난 경험이 있는 재스민의 입장에서는 달라스와의 사랑은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달라스를 떠나보내고, 잊으려해도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달라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이 그려낸 놀랍도록 아름다운 보편적인 사랑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 역시 [빌로우 허]를 본 것은 호기심 때문입니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게 쉽게 되는 않네요. 암튼 [빌로우 허]의 포스터에 나온 달라스의 보이쉬한 매력과 그와는 상반되는 재스민의 섹시함에 응큼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빌로우 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제 응큼한 호기심은 그녀들의 애절한 사랑에 녹아버렸습니다.

달라스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해야 하는 재스민. 그날 이후 방황을 하는 달라스의 모습과 공허함에 무너지는 재스민의 모습은 제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결국 남들이 뭐라하던,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행복아닐까요?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결말이 좋았습니다. 안정된 생활보다는 가슴뛰는 사랑을 선택한 재스민. 그녀들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며...

[빌로우 허]가 대단한 것은 동성애라는 어찌보면 자극적인 소재를 에이프릴 뮬렌 감독은 아름다운 보편적인 사랑으로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사실 동성애를 하나의 사랑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면 동성애 자체만으로 자극적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에이프릴 뮬렌 감독은 바로 그러한 점을 정확하게 짚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에리카 린더와 나탈리 크릴의 매력도 한 몫했습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닮아 화제를 모았던 세계적인 탑모델 에리카 린더의 매력은 절대적입니다. 이렇게 [빌로우 허]는 동성애에 대한 색안경을 벗겨내고, 동성애 또한 보편적인 사랑임을 보여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