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SICAF 2007] - 파프리카

쭈니-1 2009. 12. 8. 19:42

 



감독 : 콘 사토시
더빙 : 하야시바라 메구미, 푸루야 토루, 에모리 토루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역시 놀랍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무려 4편의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프로그램을 관람했던 지난 5월 23일, 그날 제가 본 영화중 최고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아시아의 빛 섹션에 초대된 콘 사토시 감독의 [파프리카]였습니다.
사실 [파프리카]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무작정 예매를 하고 보러 갔기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바로 이전에 봤던 [심사위원 특별전 1 : 이고르 쿄발료프]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아메리칸 클래식 1 : 척 존스], [가제트빌에서 온 로테]도 영화제 첫 참가라는 제 부푼 기대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기에 [파프리카] 역시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파프리카]가 시작하고 몇 분이 흐르자 점점 영화에 빠져드는 절 발견했으며,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꿈과 현실이 뒤범벅된 놀라운 상상력의 현장 속에서 저 역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멀게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가깝게는 콘 사토시 감독의 전작들인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를 연상하게 하는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일본에서 유학을 했던 예전 회사 동료에 의하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애니메이션의 천국이라더군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의 힘은 훨씬 대단하다네요. 하긴 일본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거의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렇게 역량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즐비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우리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꿈을 지배하려했던 사람들이 있다.

[파프리카]는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무의식의 세계를 모니터해서 치료하는 장치인 DC미니가 도난을 당하며 시작합니다. 개발을 담당했던 치바 아츠코는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꿈 치료사 파프리카와 함께 사건 속으로 뛰어들지만 현실의 세계까지 침범해 들어오는 꿈의 세계는 일본 전역을 위기에 빠뜨립니다. 과연 아츠코와 파프리카는 무시무시한 꿈의 침략으로부터 일본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츠코는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파프리카]는 1993년에 발표된 츠츠이 야스타카의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은 그 해 일본 SF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원작의 작품성은 이미 검증이 된 셈이죠.
콘 사토시 감독은 이 검증된 소설 위에 놀라운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펼쳐 놓습니다. 꿈과 현실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색체가 드러내는 이국적인 풍취와 꿈과 비견되는 영화와 현실의 매력적인 혼합의 세계 속으로도 안내합니다.
사실 꿈과 영화 그리고 현실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이 영화의 전개는 네트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던 [공각기동대]처럼 영화 자체가 복잡하고 난해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콘 사토시 감독은 직접 각본에 참여를 하며 꽤 복잡할 수 있는 스토리의 전개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짜임새 있는 나열을 해놓습니다.
꽤 어려운 단어들이 속출하고 이중적인 캐릭터와 이중적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점입가경의 사건들이 이렇게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니, 저로써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죠.
하긴 [퍼펙트 블루]와 [천년여우]도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와 이중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렵지 않게 제가 즐길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콘 사토시 감독의 이러한 특기가 [파프리카]에서도 잘 반영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콘 사토시 감독이야 말로 진정한 꿈의 지배자가 아닐 런지...


 

 


이건 오타쿠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이다.

오타쿠 : '당신', '댁'이라는 뜻을 지닌 이인칭 대명사의 일본어로 마니아보다 더욱 심취하여 집착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여 광기(狂氣)가 있다는 뜻으로 낚시광·바둑광·골프광 등을 사용하였는데, 그들보다 더욱 깊이 빠져들어 있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부른다. 특정 분야에만 관심을 가져, 일반적 상식을 결여한 사람으로 보는 부정적 이미지도 지니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 친구가 '이건 오타쿠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이다.'라고 선언을 하더군요. 위의 네이버 백과사전을 살펴보더라도 오타쿠라는 단어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엔 자폐증, 결벽증, 심미적 취향을 가진 연쇄 살인마의 이미지도 오타쿠와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프리카]는 꽤 독특한 캐릭터와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결말을 통해 '오타쿠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오타쿠라 불리울만한 캐릭터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DC미니를 개발하지만 식욕을 거부 못하는 거대한 몸집과 어린아이에서 성장을 멈춘 마음을 가진 쿠우사쿠 토키타입니다.
대개의 영화들이라면 이런 캐릭터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고 희생당하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파프리카]에서는 영화의 마지막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관객들이 모두 부러워할만한(혹은 시기할만한) 해피엔딩을 이루어냅니다.
이 영화의 특이한 캐릭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엄한 형사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관객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줬던 토시미 토나가와도 의외의 완소 캐릭터였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캐릭터와 결말은 [파프리카]를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영화가 끝나고 화려한 상상력의 세계와 예상치 못한 웃음 속에서 행복을 맛보았던 저는 '그래, 이 맛에 영화제를 오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괴로운 영화들도 봤지만 그래도 마지막 영화가 행복해서 제 첫 영화제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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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만
아..이거 정말 보고싶었는데..예매까지 해놓고, 깜박잊어놓고 못갔다는.ㅠㅠ 건망증 좀 어떻게 해야할듯.ㅠㅠ  2007/05/26   
ㅠㅠ
예전에 얘기만 듣고 재밌겠다 했었는데... 보셨군요!ㅠㅠ 부럽습니다ㅠㅠㅠ  2007/05/26   
쭈니 양석만님... 에매하시고 잊으셨다니... 대단한 건망증이십니다.
ㅠㅠ님... 조만간 극장에 정식 개봉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때 보시면 될듯 하네요. 분명 재미있습니다. ^^
 2007/05/27   
리듬이
파프리카 정말 최고입니다!!

덕분에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도 다 보게 되더라구요,.,ㅋ

우리나라는 도대체 왜 이렇게 못 만드는건지,.,

원더풀 데이즈, 천년여우 여우비 다 봤는데, 정말 얘들용 애미네이션 -_-;;

원더풀 데이즈가 그나마 난것 같은데, 스토리가 왜케 허약한지,.

우리나라 애니작가들 다 일본으로 연수시켜야돼여!!ㅋ
 2007/06/17   
쭈니 연수시킨다고해서 되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천국이죠.
그런 애니메이션천국을 만드는데 단 몇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 아닌 오랜 시간동안의 노하우 축적과 국민들의 애니메이션 사랑, 그리고 우수한 인제 발굴이 중요한 몫을 해냈습니다.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의 상업적 가치를 깨달은 것이 불과 몇년이 되지 않습니다.
긴 시간이 소비되더라도 차근차근 배워나간다면 언젠가는 일본의 우수한 애니메이션같은 영화들을 한국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으 까요?
단기간내에 그러한 성과를 이뤄내려한다면 흉내내기에 불과할테니까요.
저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부럽기만 합니다. ^^
 2007/06/17   
바이올렛
예전에 일본의 어느 애니메이션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나네요.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올림픽의 쓰모와 같다..' 뭐, 이런 식으로 얘기 했던 것 같던데...
그만큼 자신감이 철철 넘쳐 흐른다는...
그래도 뛰어 넘고 싶다는 바람은 멈출 수 없죠.^^
 2007/07/10   
쭈니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시장이 넓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한 한정된 시장이 아닌 성인까지 포함시킨 폭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성인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충분히 매니아층이 형성이 되어 있죠.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꾸 어린아이 관객들만을 의식하며 만드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바뀌겠죠.
전 믿습니다.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