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넥스트] -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다.

쭈니-1 2009. 12. 8. 19:40

 



감독 : 리 타마호리
주연 : 나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무어, 제시카 비엘
개봉 : 2007년 5월 17일
관람 : 2007년 5월 18일
등급 : 12세 이상

구피를 위해 하루 더 기다려주다.

[스파이더맨 3]은 일찌감치 개봉하자마자 봤고,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는 아직 개봉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만 하는 시점에서 극장에 가면 볼 영화가 없습니다. 매일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체크하지만 '그래, 이 영화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딱히 보이지 않네요.
그러한 와중에 [넥스트]의 개봉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 3]이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가 드디어 개봉한 셈이죠.
사실 개봉 당일 극장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넥스트]는 언제 개봉해?'라며 은근히 [넥스트]에 관심을 갖는 구피가 생각이 나서 도저히 혼자 극장으로 달려가지 못하겠더군요. 그러나 요즘 구피는 허리를 다쳐 극장에 갈 수 없는 상황. 그러한 구피에게 '[넥스트] 보러 갈래?'라고 묻는 것은 약 올리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넥스트]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구피에게 '[넥스트] 혼자 봐도 돼?'라고 물어 봤답니다. 구피는 '혼자 보던가, 말던가.'라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삐쳐버렸답니다. 저야 뭐 구피의 허락을 받아내자마자 곧장 극장으로 향해 그토록 보고 싶었던 [넥스트]를 보고야 말았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가 개봉할 때까지 구피의 허리가 낫지 않는다면 그것도 참 난감하네요. 구피도 저와 마찬가지로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가 개봉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빨리 구피의 허리가 말끔히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시간의 마술사이다.

[넥스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인물은 [전사의 후예]로 전 세계 평론가들에게 인정을 받은 후 [머홀랜드 폴스]로 할리우드에 안착하여, [디 엣지], [스파이더 게임] 등의 스릴러 영화에서 실력을 쌓은 후 블록버스터인 [007 어나더 데이], [트리플 X 2 : 넥스트 레벨]을 연출했던 리 타마호리 감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할리우드의 명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조카지만 삼촌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독립 영화계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은 후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며, 이후 [더 록], [콘 에어], [페이스 오프], [내셔널 트레져], [고스트 라이더]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맹활약중이며 [넥스트]에서는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비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더더욱 아닙니다.
[넥스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인물은 바로 원작자인 필립 K. 딕입니다.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면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등 수많은 할리우드 SF영화들을 다시한번 꼼꼼히 살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필립 K. 딕이 바로 이 쟁쟁한 SF 영화의 원작가이며, 미래 사회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한 SF 소설의 선구자와도 같은 인물입니다.
[넥스트]는 필립 K.딕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만약 이 영화를 본 후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페이첵]이 떠올랐다면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필립 K. 딕의 SF소설은 시간을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미래의 사건을 내다볼 수 있는 예지자나, [페이첵]에서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시스템 등은 그의 특별한 상상력 속에서 영화적 재미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넥스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2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크리스(니콜라스 케이지)입니다. 그는 라스베가스의 마술사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그의 특별한 능력을 감지한 FBI의 캘리(줄리안 무어) 요원을 통해 도난당한 핵무기로부터 미국을 구할 영웅으로 선택되어 집니다. 남들보다 2분이라는 시간을 앞서 갈 수 있는 크리스의 특별한 능력은 필립 K. 딕의 상상력과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이 만나 흥미진진한 SF액션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의 능력은 사랑 앞에서 더욱 특별해 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분 동안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크리스라는 라스베가스의 마술사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2분일까요?
2분이라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은 이 영화의 키포인트입니다. 시간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SF영화에서 자주 써먹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치밀한 시나리오가 요구됩니다. 과거를 바꾼다면 현재가 바뀔 것이며, 미래를 보게 된다면 그 순간 미래는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명제는 [넥스트]에서도 유효한데 크리스가 미래를 내다보는 순간 미래는 바뀝니다. 그러므로 크리스는 그 바뀐 미래 속에서 최적의 미래를 끊임없이 찾아내야만 합니다.
결국 크리스에게 무한대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아닌 단 2분간의 시간을 내다보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영화는 시시각각 바뀌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시간의 바뀜은 시간을 소재로 한 다르 SF 영화와는 달리 2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매개체로 한다는 점에서 [넥스트]를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2분이라는 시간은 [넥스트]의 마지막 반전의 트릭으로도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다용도인 셈이죠. 관객은 크리스의 능력이 2분이라는 시간동안만 유효하다는 명제에 매료되어 이야기에 빠져든 나머지 크리스가 운명의 여자인 리즈(제시카 비엘)의 앞에선 그러한 제한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그냥 흘려버리게 됩니다.
약간은 반칙적인 리즈에 대한 예외 조항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 관객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넥스트]를 이상한 SF액션 영화로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합니다.


 

 


네버 엔딩 스토리

'이상한 SF액션 영화'라는 표현은 이 영화가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영화는 시리즈 영화가 아닌 이상 시작이 있으면 그에 걸 맞는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넥스트]는 스스로 SF액션 영화에 걸 맞는 끝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 걸 맞는 끝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 영화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만을 보고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크리스는 도난당한 핵무기로부터 미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리즈와의 행복한 사랑을 이루면 되는 것입니다. 모두들 그런 영화의 끝을 상상했을 것이며 실제로 영화는 종반까지 그런 결말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즈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2분이라는 시간의 법칙이 깨지자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고 맙니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2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허무하게 허공 속을 맴돌고 있는, 결코 끝나지 않는 네버 엔딩 스토리 같습니다.
크리스는 미국을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낼까요? 아니면 크리스와 리즈는 운명의 사랑을 이룰까요? 모든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상한 SF액션 영화를 도대체 뭐라 해야 할지...
분명한 것은 [넥스트]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다름에 박수를 칠 것인가, 아니면 야유를 보내 것인가는 다분히 관객 개개인의 취향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이 생뚱맞은 영화의 끝에 야유는 아니더라도 어이없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지 못해 분해하고 있을 구피에게 말했답니다. '안보길 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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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a
앗 저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뻔한 결말을 암시하는 여운을 주긴 합니다만..
(사실 영화초반에 이 모든게 미래를 보고 있음을 알려주니까;;)

니콜라스 케이지 요즘 너무 죽 쓰던데..
간만에 본 영화라 그런지 전 만족스러웠다느^^
 2007/06/08   
쭈니 역시...
요즘 namja님... 너무뜸하시다했더니...
역시한동안 영화를 보지못했기 때문이군요.
여름장학하시면 자주 영화도 보시고, 저희 집도 자주 놀러와주세요. ^^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