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범죄도시] - 좀비잡던 그 놈, 이번엔 조폭을 맨 손으로 때려 잡다.

쭈니-1 2017. 10. 17. 13:56

 

 

감독 : 강윤성

주연 : 마동석, 윤계상

개봉 : 2017년 10월 3일

관람 : 2017년 10월 13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멋진 남편이 되고 얻은 자유시간

 

지난 10월 12일은 저희 회사 창립 19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창립일을 맞이하여 모범상 및 5년, 10년 근속상 시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10년 근속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것이 2007년 8월이었으니 정말 10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시상자셨던 사장님도 제게 상패를 주시며 "벌써 10년이 흘렀네."라며 미소를 지으시는데 감회가 새롭더군요. 하긴 2007년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웅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으니...

10년 근속상 부상으로 상패와 3일간의 휴가, 그리고 1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구피는 제게 100만원의 상금은 쓰고 싶은데 쓰라더군요. 순간 약간의 고민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돈 걱정없이 술을 진탕 마실까? 아님, 통장에 넣어 둔 후 내년에 여행갈때 보태쓰라고 구피한테 멋지게 내밀어 볼까? 이런 저런 고민을 했지만 결국 제 선택은 구피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날 저녁 구피에게 "10년동안 날 뒷바라지 해주느라 고생 많았어. 이 돈은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써야해."라며 1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구피는 이러한 제 선택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감동을 하더군요. 솔직히 100만원으로 구피의 겨울 외투 하나 사기에도 빠듯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구피가 감동을 해주니 저 역시도 제 선택에 대해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음날인 금요일은 구피에게 회사 끝나고 혼자 영화를 보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혼자 영화를 보며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음 속으로 정리.... 하는 것은 솔직히 개소리이고, 제 주머니에 들어왔다가 금방 나간 100만원에 대한 아쉬움을 홀로 쓸쓸히 달랬습니다. 흑흑흑~ 100만원 전부 주지 말고 몇 십만원을 빼놓을걸... 멋진 남편인척 하고 싶었던 쭈니의 뒤늦은 후회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전무후무한 매력을 지닌 배우 마동석

 

사실 [범죄도시]는 애초에 제 관람 리스트에 없었습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킹스맨 : 골든서클]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집 근처 멀티플렉스의 영화 시간표를 보니 [킹스맨 : 골든서클]의 시간대는 띄엄띄엄 있었고, [범죄도시]가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킹스맨 : 골든서클]은 누적관객 500만을 앞두고 흥행세가 꺾여 있는 반면, [범죄도시]는 관객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최근 들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 기세를몰아 어느새 [범죄도시]의 누적관객은 같은 날 개봉한 초호화 캐스팅의 [남한산성]을 뛰어 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범죄도시]가 이렇게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범죄도시]의 흥행이 오로지 마동석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동석은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전무하무한 배우입니다. 그의 우락부락한 얼굴과 덩치를 보면 조폭, 형사 등 그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마동석은 그러한 이미지를 깨버리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이미지를 자신에게 덧붙입니다. 그 결과 마블리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의 도전이 성공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3년에 개봉한 [결혼전야]를 보면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절세미녀 비카(구잘)와 결혼한 순수한 꽃집 노총각 건호를 연기했지만 [결혼전야]의 흥행성적이 보여주듯이 그의 변신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16년에 제대로 포텐이 터졌습니다. 6월에 개봉한 [굿바이 싱글]에서 톱스타 주연(김혜수)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는 스타일리스트 평구 역을 맡아 귀여운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더니 7월에 개봉한 [부산행]에서는 아내 성경(정유미)에게 쩔쩔 매지만 좀비를 맨 손으로 때려잡는 듬직한 상화 역으로 [부산행]의 천만 관객을 이끌었습니다.

 

 

 

좀비잡던 그 놈, 이번엔 조폭을 맨 손으로 때려잡다.

 

2016년 [굿바이 싱글]과 [부산행]에서 귀여움과 액션을 동시에 선보였던 마동석은 2017년에도 [범죄도시]와 [부라더]를 통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 만의 액션을 선보인 그는 11월 개봉 예정인 [부라더]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었지만 가보나 팔아먹는 석봉이라는 코믹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입니다. 마동석의 터프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은 한동안 계속될 듯합니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그가 [범죄도시]에서 맡은 역할은 형사 마석도입니다. 조선족 조폭들이 활개를 치던 가리봉동을 관할하는 그는 솔직히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는 아닙니다. 가리봉동의 조선족 조폭들을 때려 잡는 대신 그들만의 질서를 유지시키고 춘식이파 보스 황사장(조재윤)에게는 은근슬쩍 접대도 받는 적당히 부패한 형사입니다. 그런데 마석도의 지휘아래 위태롭지만 평화로운 가리봉동에 일대 피바람에 불어 닥칩니다. 신흥범죄조직의 보스 장첸(윤계상)이 가리봉동의 최강자로 우뚝 서기 위해 넘어서는 안될 벽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가리봉동을 장악하던 기존 조직의 보스를 잔혹하게 토막 살해한 장첸. 그로인해 그는 가리봉동 패권을 무리없이 장악하지만 경찰의 타깃이 됩니다. 지금까지 주먹 하나로 가리봉동 조선족 조폭을 평정하고 평화를 유지시켰던 마석도에겐 새로운 강적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마석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첸을 제압합니다.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장첸과 맨 주먹 사투 끝에 제압하는 마석도의 모습은 그렇기에 관객에게 쾌감은 안겨줍니다. 마치 [부산행]에서 좀비를 맨주먹으로 때려 잡는 상화의 모습을 볼 때의 쾌감이 [범죄도시]에서도 이어진 셈입니다.

 

 

 

실화의 힘... [청년경찰]의 논란을 뛰어 넘다.

 

[범죄도시]를 보다보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청년경찰]이 떠오릅니다. [청년경찰]은 누적관객 565만 관객을 동원하며 [군함도]에 이어 썸머시즌 한국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군함도]와 [청년경찰]의 제작비 규모를 생각한다면 진정한 승자는 [군함도]가 아닌 [청년경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조선족의 범죄 소굴로 묘사하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급기야 재한동포총연합회,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등이 [청년경찰]에 대한 상영금지 신청을 법원에 내며 김주환 감독이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청년경찰]의 논란이 있었기에 [범죄도시]의 개봉에 앞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범죄도시] 역시 가리봉동의 조선족 조폭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넘어온 조선족 장첸의 악랄한 범죄가 주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청년경찰]관느 달리 큰 논란이 없이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매를 먼저 맞은 [청년경찰]의 덕을 본 것도 분명 있었을 것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논란을 비껴나간 원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강윤성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 전에 이 영화는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왕건이파 사건은 2004년 5월 왕건이파로 활동했던 조선족 윤모씨를 비롯한 14명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이고, 흑사파 사건은 2007년 4월 가리봉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조직된 연변 조직 흑사파 두목 양모씨 등 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한 사건입니다. 이렇듯 [범죄도시]는 [청년경찰]과는 달리 실화의 힘과 영화에서 장첸 조직을 잡기 위해 가리봉동의 평범한 조선족 상인들이 경찰을 돕는 장면을 통해 조선족 문제가 아닌 범죄 문제로 영화의 프레임을 옮김으로써 조선족 혐오 논란을 비껴갔습니다.

 

 

 

참 영리한 영화이다.

 

제가 [범죄도시]를 기대작 리스트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청년경찰], [브이아이피], [살인자의 기억법] 등 최근 들어서 연달아 관람한 엇비슷한 한국형 범죄 영화에 지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그러한 제게도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마동석이 조폭을 맨 주먹을 때려 잡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고, 유쾌한 웃음을 지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범죄도시]는 상업영화로써 성공한 셈입니다.

그러고보니 [범죄도시]는 정말 영리한 영화입니다. [부산행]을 통해 완벽하게 구축된 마동석의 이미지를 잘 활용했으니까요. 마동석은 [부산행]이후 [두 남자]에서 아이돌 스타인 최민호와 함께 주연을 맡아 액션을 선보였지만 [두 남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흥행을 마감했습니다. [두 남자] 역시 마동석의 액션 영화이지만 [부산행]이 구축한 마동석의 강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두 남자]의 실패를 거울 삼아 마석도 형사에게 강하지만 귀여운 매력도 살짝 심어 놓음으로써 [부산행]의 마동석과 최대한 가까운 [범죄도시]의 마동석을 구축합니다. 

게다가 조선족 혐오 논란을 비껴가는 것만 봐도 [범죄도시]의 영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조선족이 아닙니다. 범죄의 세계에 빠져든 사람들이 문제일 뿐입니다. 대다수의 평범한 조선족은 단지 피해자일 뿐입니다. [청년경찰]은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느라 그러한 사실을 간과했지만, [범죄도시]는 마석도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선량한 대다수의 조선족을 조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범죄도시]는 참 영리한 영화입니다. 역시 영화의 흥행에는 이유가 있네요. [범죄도시]를 보며 새삼 깨닫습니다.

 

'마블리' 마동석은 이제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듯이

이제 [부라더]에서는 어떤 거칠지만 귀여운 매력을 발휘할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