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나는 부정한다] - 모든 의견이 동등하지는 않다.

쭈니-1 2017. 6. 29. 15:40

 

 

감독 : 믹 잭슨

주연 : 레이첼 와이즈, 티모시 스폴, 톰 윌킨슨, 앤드류 스캇

개봉 : 2017년 4월 26일

관람 : 2017년 6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존재한다.

 

며칠전 미국 애틀랜타 주제 일본 총영사가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너무나도 가슴아픈 생생한 증언이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는 일본은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몇 푼의 돈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무마하려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려하지 않는 것일까요?

[나는 부정한다]는 1996년 홀로코스트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과 유대인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의 길고 긴 법정공방을 담은 실화 영화입니다. 데이빗 어빙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해자들에게 돈을 노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비꼬고,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이 만든 거짓 괴담을 일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우리는 압니다. 홀로코스트는 분명 역사적 사실이며, 히틀러가 이끄는 나찌에 의해 수백만명의 유대인이 끔찍하게 학살을 당했음을...

데이빗 어빙이 홀로코스트는 없었다는 주장과 일본의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주장은 어찌보면 비슷합니다.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란기에 자행된 인간성을 상실한 끔찍한 만행이고, 생존자의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을 노린 거짓말로 치부되는 것까지... 하지만 이 세상엔 변하지 않는 사실이 분명 존재합니다. 홀로코스트는 분명 존재했고,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라는 사실은 아무리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는 사실인 것입니다.

 

 

 

거짓에 맞서 진실을 지켜낸 세기의 재판

 

1994년 미국 애틀랜타. 유대인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는 강연에서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인 데이빗 어빙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는 데보라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녀는 고소합니다. 1996년 영국 런던. 데이빗 어빙의 고소로 영국의 법정에 서야하는 데보라 립스타트. 그녀는 영국 법조계의 투견으로 유명한 변호사 앤서니 줄리어스(앤드류 스캇)와 노련한 베테랑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을 고용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고소를 당한 데보라 립스타트가 홀로코스트가 존재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해야만하는 상황. 데보라 립스타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증언으로 홀로코스트를 증명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앤서니 줄리어스는 이를 반대합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법정에서 데이빗 어빙에게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앤서니 줄리어스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증언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데보라 립스타트에게도 함구령을 내립니다.

미국과는 너무 다른 사법체제 때문에 앤서니 줄리어스와 리처드 램프턴을 믿지 못하는 데보라 립스타트. 하지만 앤서니 줄리어스와 리처드 램프턴은 노련하게 데이빗 어빙을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앤서니 줄리어스의 전략은 진실과 사실들로 데이빗 어빙을 질식하게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언론의 포커스가 데이빗 어빙에게 맞춰져 있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데이빗 어빙에게 통쾌한 승리를 거둡니다.

 

 

 

모든 의견이 동등하지는 않다.

 

솔직히 [나는 부정한다]는 영화적 재미만 놓고 본다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법정 영화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 아닌, 일방적으로 데보라 립스타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데보라 립스타트와 앤서니 줄리어스, 리처드 램프턴의 의견 충돌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영화 후반 판결을 앞둔 판사가 데보라 립스타트 측에게 "데이빗 어빙이 진짜로 홀로코스트가 없다고 믿는다면 홀로코스트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 라고 묻는 장면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지만, 어차피 [나는 부정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이고, 데보라 립스타트가 승소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만큼 그로인한 긴장감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는 부정한다]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의미로 봐야할 영화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만 믿고 조작까지 서슴치 않는 사람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데보라 립스타트는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순 있지만 거짓을 말하고도 책임을 피할 순 없죠. 모든 의견이 동등하진 않아요.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엄연히 존재해요."

영화 초반에도 데보라 립스타트의 강연회에서 한 여성이 "홀로코스트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논쟁을 안한다고 들었어요.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얘기하는게 민주주의잖아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이에 대해 데보라 립스타트는 소송에서 이긴 후에 완벽한 대답을 한 것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거짓을 말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러한 데보라 립스타트의 일침은 홀로코스트 부인론자 뿐만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의 피해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도 새겨들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