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파운더] -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공신화에 대한 민낯

쭈니-1 2017. 7. 3. 17:41

 

 

감독 : 존 리 행콕

주연 : 마이클 키튼, 닉 오퍼맨, 존 캐럴 린치

개봉 : 2017년 4월 20일

관람 : 2017년 7월 2일

등급 : 15세 관람가

 

 

맥도날드 탄생기가 궁금하다.

 

몇 년전 저희 집 근처에 맥도날드 매장이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지하철 역과 멀리 떨어져있는 동네이기에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고 얼마 안있어 스타벅스 매장까지 새롭게 들어서며 저와 구피는 "우리 동네가 많이 발전했나보다."라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 매장이 집 근처에 생기며 저희 가족의 생활 패턴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맥모닝 세트'로 주말 아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웅이가 어렸을땐 장난감을 모으기 위해 온 가족이 해피밀 세트를 억지로 먹는 일도 비일비재했었습니다. 가끔 밥하기 싫고, 반찬이 없을땐 간편하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지난 4월에 개봉한 [파운더]에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파운더]가 맥도날드의 탄생기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후 맥도날드 매장에 가면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5세 관람가였고, 그로인하여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보려던 계획은 어긋나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파운더]가 개봉된지 2개월이 훨씬 지난 후에야 혼자 oksusu를 통해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한물간 세일즈맨, 맥도날드에 반하다.

 

1954년 미국. 52세의 한물간 세일즈맨 레이 크룩(마이클 키튼)는 오늘도 밀크세이크 믹서기를 팔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던중 캘리포니아의 맥도날드라는 작은 식당에서 밀크세이크 믹서기를 무려 여섯대나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확인차 캘리포니아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문한지 30초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스피디 시스템의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며칠 뒤 맥도날드 식당의 운영자인 딕(닉 오퍼맨)과 맥(존 캐럴 린치) 형제를 찾아가 그들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미 프랜차이즈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일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레이는 끄닐기게 맥도날드 형제를 설득하고 결국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계약 체결 이후 레이와 맥도날드 형제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습니다. 공격적인 사업가인 레이는 프랜차이즈 사어브이 성공을 위해 원가 절감에 매달리지만 원칙주의자인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의 변칙을 용납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레이는 맥도날드 형제의 의견을 무시한채 사업 확장을 시작하고, 레이와 맥도날드 형제의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그리고 결국 스트레스로 인하여 쓰러진 맥에게 레이는 거액의 돈으로 맥도날드를 인수하겠다는 계약서를 내밉니다.

 

 

 

야망과 이상은 공존할 수 없는가?

 

많은 분들이 [파운더]를 보시고 나서 레이 크룩을 욕할 것입니다. 사실 그건 당연합니다. 레이 크룩은 맥도날드 형제가 이룩해낸 순수한 이상을 몇푼의 돈으로 빼앗아버렸으니까요. 맥도날드 형제는 단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맥도날드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식다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죠. 하지만 레이는 다릅니다. 그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맥도날드가 필요했을 뿐이고, 그곳에서 만든 음식이 쓰레기이건 말건 상관이 없었습니다.

단적인 예가 밀크세이크입니다. 밀크세이크의 주재료인 우유를 저장하기 위한 냉동창고의 유지비가 부담이된 레이는 파우더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합니다. 하지만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밀크세이크는 만들 수 없다는 맥도날드 형제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맥도날드 형제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진짜 밀크세이크를 맥도날드에서 팔기를 원했고, 레이는 돈을 위해서라면 밀크세이크 맛만 나는 가짜라도 상관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둘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레이는 많은 것을 가져도 더 가지고 싶어했고, 결국 맥도날드 형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아버립니다. 정말 야비하죠? 그런데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룬 거의 대부분의 성공신화에 대한 민낯입니다. 맥도날드의 순수한 이상은 자본주의 철학으로 무장한 야비한 레이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힐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누가 과연 진정한 맥도날드의 창립자(파운더)일까?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Founder'는 창립자, 설립자를 의미합니다. 존 리 행콕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에게 묻습니다. 과연 맥도날드의 진정한 창립자는 누구일까요? 라며... 맥도날드라는 이름과 황금아치, 그리고 스피디 시스템을 고안한 맥도날드 형제일까요? 아니면 맥도날드를 전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키운 사업가 레이 크룩일까요? 

영화가 끝나고나서 저는 기말고사 시험공부에 지친 웅이와 주말동안 가족들에게 삼시세끼를 챙겨주느라 녹초가 된 구피를 위해 간식으로 맥도날드를 선택했습니다. TV광고를 본 후 며칠전부터 시그니처 버거가 먹고 싶다던 구피에겐 그릴드 머쉬룸 버거를, 새우를 좋아하는 웅이에겐 슈비버거를 사줬습니다. 그렇게 햄버거 세개를 사고나니 무려 2만이 훌쩍 넘는 내 용돈이 사라져버린...

간식이라 하기엔 너무 비싸고, 식사라 하기엔 양이 부족한 햄버거를 먹으며 저는 맥도날드의 진정한 창립자는 맥도날드 형제가 아닌 레이 크룩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레이 크룩의 야망은 김치찌개에 익숙한 우리에게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정크푸드라고 손가락질 받는 햄버거를 먹게 만들었으니까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맥도날드 형제가 초심으로 만든 햄버거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젠 영영 그들의 햄버거를 먹을 수 없겟죠? 결국 지금의 맥도날드 햄버거는 레이 크룩 햄버거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