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브 개건
주연 : 매튜 맥커너히, 에드가 라미레즈,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개봉 : 2017년 3월 22일
관람 : 2017년 6월 14일
등급 : 15세 관람가
둥지새 / 정끝별
발없는 새를 본적 있니?
날아 다니다 지치면 바람에 쉰다지
낳자마자 날아서 딱 한번 떨어지는데
바로 죽을 때라지
먹이를 찾아 뻘밭을 쑤셔대 본적 없는
주둥이없는 새도 있다더군
죽기 직전 배고픔을 보았다지
하지만 몰라, 그게 아니었을지도
길을 잃을까 두려워 날기만 했을지도
뻘밭을 헤치기 너무 힘들어 굶기만 했을지도
낳자마자 뻘밭을 쑤셔대는 둥지새
날개가 있다는 것을 죽을 때야 안다지
세상의, 발과 주둥이만 있는 새들
날개 썩는 곳이 아마 多情(다정)의 둥지일지도
못 본 것 많은데 나, 죽기전 뭐가 보일까
시집 : <자작나무 내 인생> 중에서...
욕망은 우리를 발 없는 새로 만든다.
[골드]의 '아주 짧은 영화평'을 쓰기 전에 다짜고짜 정끝별님의 시 <둥지새>를 올린 것은 [골드]를 보는 내내 발 없는 새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케니(매튜 맥커너히)는 발 없는 새에 대한 시를 좋아한다고 언급했고 (케니가 언급한 시가 설마 정끝별님의 <둥지새>는 아니겠지만....) 황금을 찾아 끊임없는 욕망을 드러내는 케니의 행동 역시 죽기 전에는 땅위로 내려올 수 없는 발 없는 새를 연상시켰습니다.
[골드]는 1993년 광산개발회사 브리-X 스캔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브리-X는 인도네시아 정글 오지에서 20세기 최대 금맥을 발견함으로써 큰 화제가 된 회사입니다. 브리-X의 금맥 발견 소식에 세계 각지에서 브리-X에 투자하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결국 금맥 발견은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수 많은 투자자들을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인 론 우드루프를 연기하기 위해 21kg 감량에 성공했던 매튜 맥커너히가 [골드]에서는 인생 한방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거는 케니로 변신하기 위해 햄버거만 먹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21kg를 찌웠다고 합니다. 그런 매튜 맥커너히의 열정이 있기에 [골드]를 보는 내내 저는 영화 속에 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최대 규모의 금광을 발견한 케니의 인생역전
경기 불황으로 이제는 한물간 광산개발업자 케니. 그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인도네시아의 지질학자 마이크(에드가 라미네즈)를 찾아갑니다. 그의 이론인 불의 고리를 이용하면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금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케니는 마이크와 의기투합하여 인도네시아 정글을 탐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170억 달러 규모의 금광을 발견하는데 성공합니다.
금광 발견이라는 소문이 터지자 그동안 케니를 무시하던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를 하겠다고 몰려들고, 케니는 약혼녀인 케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함께 성공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케니의 금광을 탐내는 사람들의 음모로 인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금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케니와 마이크는 인도네시아 국왕의 막내아들을 찾아가 동업을 제시하며 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합니다.
성공에 젖어 초심을 잃은 케니에게 실망한 케이가 떠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완벽한 성공처럼 보였던 바로 그 순간,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이 밝혀집니다. 마이크가 케니를 속인 것이죠. 주식을 팔아 1억6천만 달러의 거액을 손에 쥔 마이크는 행적을 감추고, 케니는 FBI에 의해 조사를 받게 됩니다. 결국 케니 역시 바보같은 피해자임이 밝혀지며 풀려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후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케니에겐 희망이 있었습니다. 성공이 아닌 자신의 본 모습을 좋아해준 연인 케이와 마이크가 행적을 감춘 후 보내준 마지막 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이다.
[골드]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금광을 향한 케니의 열정에서 에너지가 느껴졌고, 케니와 마이크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케니와 케이의 진정한 사랑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케니가 목숨을 걸고 찾은 금광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의 욕심과 그들에게서 금광을 지키려는 케니의 노력도 인상적이었는데, 스티븐 개건 감독은 이러한 케니의 열정을 에너지 가득한 연출력으로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에너지가 느껴진 진짜 이유는 인생 역전의 한방에 대한 우리 모두의 욕망 때문입니다. 케니의 모습을 보며 저는 케니와 감정이 이입되어 애타게 금광을 찾아 헤맸고, 금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음 졸였으며, 이 모든 것이 마이크의 속임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케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멍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케니와 마이크의 우정이 너무나도 끈끈했기 때문에 모든 사실이 밝혀졌을 때에도 '설마 마이크가...'라며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결국 케니는 발 없는 새가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그러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땅위에 떨어진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땅위에 떨어진 케니는 불행했을까요? 아닙니다. 모든 것을 다 가졌을때는 보이지 않았던 진정한 행복이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비로서 보였으니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정끝벌님의 시 <둥지새>처럼 길 잃을까봐 두려워 날기만 했던 발 없는 새처럼 실패가 두려워 성공을 향해 달려만 가던 케니는 땅위에 내려와서야 진정한 행복을 찾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케니의 마지막 모습은 금광을 찾아을때보다 더 행복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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