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시간위의 집] - 공포와 감동, 그리고 시간여행의 복잡한 스토리 구조가 한데 엉켜있다.

쭈니-1 2017. 6. 8. 14:03

 

 

감독 : 임대웅

주연 : 김윤진, 옥택연, 조재윤

개봉 : 2017년 4월 5일

관람 : 2017년 6월 6일

등급 : 15세 관람가

 

 

공포영화로의 도전

 

현충일 저녁... 구피가 오랜만에 집에서 영화보자고 말합니다. 오전에 구피만 혼자 남겨두고 웅이와 극장에서 [대립군]을 보고 온 저는 갑작스러운 구피의 제안에 "이게 웬 횡재냐!"라는 마음으로 구피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oksusu로 영화 볼 준비를 했습니다. 어떤 영화가 보고 싶냐며 oksusu로 볼 수 있는 영화 목록을 주욱 나열했는데, 예상 외로 구피가 선택한 영화는 [시간위의 집]이었습니다.

구피의 선택이 예상 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시간위의 집]은 공포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겁이 많은 저는 공포영화를 잘 못봅니다. 그런데 구피와 웅이도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가족에게 있어서 공포영화는 금기시되어있다시피합니다. 그런데 구피가 공포영화인 [시간위의 집]을 보자고 선택한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절대로 [시간위의 집]을 볼 수 없지만 구피와 함께라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위의 집]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올때마다 구피가 외마디 비명를 질러 저를 더욱 공포에 질리게 했습니다. 솔직히 영화 자체는 그다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스산한 분위기와 더불어 정체모를 의문의 존재들이 뜬금없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저도 질끈 눈을 감아야만 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여성의 진실 (이후 스포가 가득합니다.)

 

[시간위의 집]은 1992년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 외딴 집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채 깨어난 미희(김윤진)는 깨져서 뽀족해진 거울조각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지하실에는 남편 철중(조재윤)이 칼에 찔려 죽어 있었고, 아들 효제(박상훈)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효제가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미희는 효제를 애타게 불러 보지만 이미 효제는 사라지고 난 후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희는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수감됩니다. 그리고 25년후 후두암에 걸려 가석방된 미희는 25년전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최신부(옥택연)를 만납니다. 최신부는 25년마다 이 집에서 의문의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희에게 알리고 어서 빨리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희는 25년전 사라진 아들을 되찾을때까지 이 저주받은 집에서 나갈 수 없다며 버팁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주받은 집의 비밀이 벗겨집니다. 25년 주기로 시간의 문이 열리고,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시간에 갇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채 같은 공간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간의 문을 통해 25년전인 1992년 사건 현장에 도착한 미희는 효제에게 칼을 들이댄 철중을 죽이고, 심장병에 걸린 효제를  치료하기 위해 25년후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2017년 현재로 돌아온 미희는 효제의 어릴적 친구였던 최신부에게 효제를 맡깁니다.

 

  

 

1992년과 2017년의 시간 사이에 갇힌 미희

 

[시간위의 집]은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한 영화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공포도 고풍스러운 집의 스산한 분위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뜬금없는 등장에 불과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도 결국 시간 속에 갇힌 사람들임이 밝혀지면서 [시간위의 집]의 공포 분위기는 급작스럽게 감동 분위기로 돌변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뒤죽박죽되면서 영화의 내용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점입니다. 일단 영화는 1992년과 2017년으로 나뉠 수 있는데, 1992년의 미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공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효제는 마치 미희를 공격한 것이 누구인지 아는 듯하고, 그 존재에게 받은 쪽지를 미희에게 전해줍니다. 쪽지엔 철중이 효제를 죽이려한다는 경고가 적혀 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해도 철중과 미희 사이에서 태어난 지원이 사고로 죽지 않았고, 철중이 미희 전남편의 아들인 효제 때문에 지원이 죽었다는 피해의식에 빠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미희는 시간의 문이 열리자 노인이 된 효제를 만나게 됩니다. 효제를 미희에게 1992년으로 돌아가거든 절대 자신을 살리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엄마의 인생을 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위기에 빠진 자식을 외면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결국 미희는 1992년에 가서 효제에게 경고를 하고, 효제를 공격하는 철중을 죽이고, 효제를 시간의 문으로 끌어들입니다. 이렇게 1992년 미희를 공격하고 호제를 납치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2017년의 미희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공포와 감동, 그리고 시간여행의 복잡한 스토리 구조

 

[시간위의 집]은 이렇게 미희의 모성애를 통해 후반부의 감동을 만들어내려 애씁니다. 그러나 문제는 공포와 감동, 그리고 시간여행의 복잡한 줄거리 속에서 [시간위의 집]이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했다는 점입니다. 중반까지 공포 분위기를 잘 이끌어 냈지만 후반의 감동으로 공포는 너무 싱겁게 사그러들고, 미희의 모성애로 후반부 감동이 잘 전달될 때쯤, 시간여행이라는 복잡한 스토리 구조가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합니다.

2017년의 미희가 1992년의 미희를 왜 피하는지 별다른 설명도 없고, 급기야는 미희가 효제를 2017년으로 데려가야 하는 이유도 별 설득력이 없습니다. 효제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다는 부연 설명이 있지만 만약 효제가 2017년으로 끌려가지 않았다면 1992년의 미희는 살인죄를 뒤집어 쓰지 않았을 것이며 (철중이 효제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 효제를 최신부한테 맡기지 않아도 미희 스스로 효제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의 엑소시즘 영화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각본을 썼고, [스승의 은혜], [무서운 이야기] 등 공포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임대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분명 제대로된 공포 분위기와 제법 잘 짜여진 각본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공포, 감동, 시간여행을 모두 만족키시려는 욕심이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