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사일런스] - 감동을 기대했지만, 철학적 질문과 만나다.

쭈니-1 2017. 6. 5. 18:34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주연 : 앤드류 가필드, 리암 니슨, 아담 드라이버

개봉 : 2017년 2월 28일

관람 : 2017년 6월 4일

등급 : 15세 관람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는 러닝타임이 항상 길다.

 

니아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던가요?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평일엔 너무 피곤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하지만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이 되면 아침 일찍 눈에 저절로 떠집니다.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 더 자려고 노력을 해도 그게 잘 안됩니다. 한때는 하루종일 잘 수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안되네요.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구피와 웅이 모습을 쳐다보다가, 괜히 저 때문에 구피와 웅이가 잠에서 깰까봐 조용히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침부터 할 것도 없고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하필 제가 선택한 영화가 [사일런스]입니다. [사일런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 거장의 영화답게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40분에 육박합니다. 하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는 러닝타임이 긴 편입니다. 제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갱스 오브 뉴욕]도 러닝타임이 2시간 45분이니까요. 결국 토요일 아침에 1시간 정도 보고, 일요일 저녁에 나머지 1시간 40분을 봐야만 했습니다.

[사일런스]는 17세를 배경으로 일본에 선교를 떠난 신부들의 고난을 다룬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촬영상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영화입니다. (수상은 [라라랜드] 차지였습니다.) 원래 종교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영화 두편을 볼 수 있는 2시간 40분을 꼬박 [사일런스]에 투자했네요.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신부들의 고난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리암 니슨) 신부의 실종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주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키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의 안내로 도착한 일본은 로드리게스와 가르페의 예상보다 훨씬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관군을 피해 낮에는 폐가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크리스천이라는 이유로 관군에게 잔인한 죽음을 당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며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게 됩니다.그리고 기회주의자인 키치지로의 밀고로 로드리게스는 관군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관군에게 붙잡혀 끊임없이 배교를 강요당하는 로드리게스는 가르페와 자신을 믿고 따르던 신자들의 죽음에 오열합니다. 하지만 그를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의 등장입니다. 배교를 한 페레이라 신부는 로드리게스에게 배교를 권하고, 로드리게스는 큰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페레이라 신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맙니다.

 

 

 

감동을 기대했지만, 철학적인 질문을 만나다.

 

2시간 40분이라는 어마무시한 러닝타임과 제가 싫어하나는 종교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일런스]를 보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미션]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작 [미션]은 1750년을 배경으로 남미 오지로 선교 활동을 떠난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 신부와 악랄한 노예상이었지만 과거를 참회하고 헌신적인 신부의 길을 걷는 멘도자(로버트 드 니로)의 고행을 담은 영화입니다.

저는 [사일런스]가 온갖 고행을 이겨내고 일본에서 선교를 하는 로드리게스 신부의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사일런스]는 그러한 감동보다는 고난의 순간에 왜 신은 침묵하는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살기 위해 신을 거부해야만 했던 페레이라와 로드리게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페레이라 신부는 실존 인물이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영화를 보며 예수의 그림을 밟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일본 신자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그림을 밟더라도 믿음을 간직한다면 예수를 배신하는 것이 아닐텐데...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인지... 그래서일까요? 결국 배교를 선택하지만 마지막 죽는 순간 십자가를 소중하게 간직한 로드리게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믿음은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마음 속 깊숙한 곳에 간직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비록 종교를 믿지 않기에 이 영화의 내용과 철학이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집요하게 로드리게스의 배교를 강요하는 일본인의 모습등이 꽤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