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밤의 해변에서 혼자] - 그녀를 위한 한풀이, 혹은 변명

쭈니-1 2017. 5. 12. 11:11

 

 

감독 : 홍상수

주연 : 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정재영, 문성근, 송선미, 안재홍

개봉 : 2017년 3월 23일

관람 : 2017년 5월 11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상과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 스캔들

 

솔직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분명 그의 영화는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제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홍상수 감독의 초기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극장전]까지는 빼놓지 않고 관람했고, 그 중 [강원도의 힘], [오! 수정]에는 영화적 재미를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극장전]을 시사회로 본 이후 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다시 호기심이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충격적인 스캔들 때문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유부남이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나이차가 꽤 많았기에 두 사람의 스캔들은 다른 연예인 스캔들과는 달리 비난과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스캔들 논란의 절정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제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켰습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한국에서 유부남과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룬 여배우 영희(김민희)의 독일과 한국에서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김민희의 현상황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영화인 셈입니다. 물론 저 역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12년 만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도전하였습니다.

 

 

 

독일의 해변과 강릉의 해변에서 여배우 혼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두 개의 쳅터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 쳅터는 한국에서 유부남 감독과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룬 여배우 영희가 독일의 지인 지영(서영화)와 함께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한적한 거리를 거닐고, 지영의 지인인 독일인 부부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해변에서 조용한 일상을 보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독일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영희.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도 나처럼 지금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두번째 쳅터는 한국에 돌아와 강릉의 지인을 만난 영희의 일상입니다. 스캔들로 힘들어하는 영희에게 선배인 천우(권해효), 명수(정재영), 준희(송선미)는 응원을 보냅니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영희는 다시 배우로써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다시 혼자가 된 영희는 강릉의 해변을 혼자 걷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승희(안재홍)를 만납니다. 승희는 영희와 스캔들이 난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의 조감독입니다. 그제서야 상원이 촬영을 위해 강릉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영희는 상원과 그의 촬영 스캡과 함께 술자리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꿈이었습니다. 강릉 해변 모래사정에소 혼자 잠이 들었던 영희는 모든 것을 털고 일어섭니다.

 

 

 

인간관계의 불편함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항상 그러했듯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 역시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재미를 위한 그 어떤 인위적인 영화적 설정을 가미하지 않은채 그냥 영희의 현실 속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제 눈길을 끄는 것은 영희가 어쩔 수 없이 갖게되는 인간관계의 불편함입니다.

독일인의 집에서 지인인 지영과 초대된 영희. 영희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독일인 부부와 대화를 하기 위해 진땀을 뺍니다. 그리고 지영에게 "나 혼자 말하고 있잖아. 언니도 말좀 해."라며 투덜거립니다. 강릉에서도 선배인 천우, 명수, 준희와 만나 술자리를 갖는데 이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영희는 술에 취해 "우리 모두 사랑할 자격이 없어."라고 선언하지만 그녀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리기만합니다. 상원의 촬영스캡과 함께 한 술자리는 불편함의 극치입니다. 이 자리에서 영희와 상원은 다른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본의 아닌 심정 고백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불편함은 상원과 영희의 스캔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상원과의 스캔들이 없었다면 곧이 독일에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선배들과 불편한 술자리를 갖지도 않았을 것이며, 상원의 촬영스캡들 앞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상원과 영희의 스캔들을 알면서도 모른척 하고, 그녀를 위로하려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영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 뿐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더라.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러닝타임은 1시간 40분입니다. 제가 목요일 밤에 굳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저는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분명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극찬한 김민희의 연기는 좋았지만, 영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불편함이 영화를 보는 제게도 느껴졌고, 그래서 1시간 40분 동안 불편한 술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첫번째 챕터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희를 들춰업고 사라지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두번째 챕터에서 호텔 유리창을 열심히 닦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역시 영화의 감상을 방해했습니다.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철저하게 현실적인 영화를 찍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비현실적인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저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교적인 사상이 뿌리깊게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부남인 자신과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룬 김민희를 위한 한풀이, 혹은 변명과도 같은 영화라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역시 그들의 스캔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인가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저 뿐만이 아닌가봅니다. 전혀 선정적이지 않고,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영화 심의위원회는 이 영화가 유부남과 여배우의 스캔들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했다고합니다. 그것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스캔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인식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