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매력

쭈니-1 2017. 5. 7. 01:34



감독 : 크리스티앙 데마르, 프랑크 에킨시

더빙 : 마리옹 꼬띠아르, 필리프 카터린느, 마크 앙드레 그롱당

개봉 : 2016년 12월 15일

관람 : 2017년 5월 3일

등급 : 12세 관람가



고속버스에서 지루함을 달래준 영화


5월 3일 저희 가족은 통영의 장사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웅이의 중간고사가 5월 2일에 끝난 것을 기념하고, 황금연휴 기간 중에 해외여행은 못가더라도 국내여행만큼은 다녀오자는 생각에 급하게 정한 일정입니다. 문제는 제가 5월 4일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 머나먼 통영을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버스타고 개봉역에 도착, 지하철타고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전까지, 대전에서는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통영에 간다음 배를 타고 장사도로 가는 그야말로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한 대장정이었습니다.

분명 장사도는 좋았지만 장사도에서의 2시간 관광을 위해 10시간 이상을 버스와 KTX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어찌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여행일정이었지만, 그래도 구피, 웅이와 함께 미세먼자 가득한 탁한 공기가 아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나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장사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버스에서 웅이와 함께 본 영화입니다. 웅이가 고속버스에서 잠이 안온다며 볼 영화가 없냐고 물었고, 부랴 부랴 oksusu를 뒤져보니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라는 제목의 프랑스 애니메이션이 있더군요. 사실 제가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볼 계획에 없었지만, 고속버스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만약 나폴레옹 3세가 프로이센과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다면...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1870년 7월 18일 프랑스와 프로이센 전쟁 전날 나폴레옹 3세가 젊은 과학자 커스타브를 비밀리에 방문하며 시작합니다.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프랑스 군인에게 사용할 무적의 약물을 커스타브에게 요구했지만, 커스타브가 내놓은 것은 실험 도중 부작용으로 나타난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말하는 동물이었습니다. 결국 나폴레옹 3세는 분노했고, 사고로 연구소는 폭발하고맙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3세는 그 자리에서 즉사합니다.

사실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폐위당했고, 프랑스는 제3공화정이 들어와야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3세가 전쟁 이전에 죽었기 때문의 그의 어린 아들인 나폴레옹 4세가 황제로 즉위했고, 그는 프로이센과 평화협정을 맺었으며 역사는 바뀝니다. 1870년 전쟁은 없었으며 나폴레옹 일가는 계속 프랑스를 지배하게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세계 곳곳에서 과학자들이 실종되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의 실종으로 발명되어야 할 것들이 발명되지 못하며 과학은 퇴보합니다. 그리고 석유와 원자력 대신 석탄을 과도하게 채취해 에너지 위기가 왔고, 광산은 고갈되어 숯이 사용되면서 유럽의 모든 숲이 벌목에 들어갑니다. 프랑스 제국과 아메리카 연합은 캐나다 목재를 놓고 전쟁을 벌였고, 프랑스 제국은 무기 제조를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을 강제징집하기 시작합니다. 커스타브의 아들인 팝스와 폴은 비밀리에 커스타브의 연구를 이어오다 경찰에 발각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매력


이렇듯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굉장히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에 쫓기던 할아버지가 실종되고 부모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혼자가 된 아브릴(마리옹 꼬띠아르)은 유일한 친구인 말하는 고양이 다윈(필리프 커터린느)과 살며 부모님의 연구를 진행하고, 팝스의 행방을 쫓는 경찰은 좀도둑 줄리우스(마크 앙드레 그롱당)을 시켜 아브릴을 감시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아브릴은 부모님이 살아있고, 부모님의 실종에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기본적으로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할리우드의 SF 블록버스터와 맞먹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세계관으로 할리우드 SF영화와 차별화를 선언합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정겨운 그림체입니다. 뭔가 대충 그린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랑스럽더군요.

영화가 후반부에 가면서 너무 정형화된 결말로 귀착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웅이와 함께 1시간 45분 동안 집중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저와 웅에겐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이번 장사도 여행이 즐거웠던 이유는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영화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가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