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원라인] - 착한 범죄자의 개과천선

쭈니-1 2017. 5. 18. 18:25

 

 

감독 : 양경모

주연 : 임시완, 진구, 박병은

개봉 : 2017년 3월 29일

관람 : 2017년 5월 1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 세상에 착한 범죄는 없다.

 

한동안 제가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에 치중하다보니 다운로드 영화 관람이 조금 소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극장에서 놓치고 다운로드로 보려했던 영화들이 자꾸 쌓여만가네요. 그래서 지난 수요일에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집안 청소를 깨끗이 한후 오늘은 다운로드 영화를 보겠다고 구피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다운로드 영화를 보려면 저희 집에 한대밖에 없는 TV를 선점해야하거든요. 제가 선택한 영화는 우리나라의 범죄 영화인 [원라인]. 가벼운 분위기의 영화이기에 내심 구피도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구피는 거실 TV를 내게 맡기고 안방을 들어가버렸습니다.

구피가 [원라인]을 보지 않은 이유는 이 영화가 범죄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원라인]이 보이스피싱 관련 영화라고 생각한 구피는 아무리 영화라고해도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원라인]이 보이스피싱이 아닌 불법사기대출 관련 영화라고 적극 해명을 했지만 구피가 보기엔 보이스피싱이나 불법사기대출이나 비슷하게 느껴졌나봅니다.

하긴 가끔 영화에서 범죄자들을 미화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밝은 분위기의 범죄영화가 그러한데 아무리 가진 자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라고해도 엄연히 법을 어긴 범죄인만큼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들을 로빈후드, 혹은 홍길동과 같은 영웅으로 표현하기도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원라인]은 어떨까요?

 

 

 

평범한 대학생이 작업대출의 세계에 뛰어들다.

 

평범한 대학생 민재(임시완)는 은행에서 대출받기위해 작업대출업체를 소개받습니다. 재직증명서를 위조해서 수입이 없는 대학생을 직장인으로 둔갑시킨 후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게끔하는 작업대출업계의 전설 장과장(진구) 덕분에 3천만원 대출에 성공한 민재는 장과장의 스카웃 제외로 본격적인 작업대출업계에 발을 담급니다.

선한 인상과 뛰어난 순발력, 그리고 채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줄 아는 말솜씨로 단숨에 작업대출계의 샛별로 거듭난 민재. 하지만 박실장(박병은)과 송차장(이동휘)의 배신으로 장과장이 잠수를 선언하며 위기를 맞이합니다. 할수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뤄나가기로 결심한 민재는 홍대리(김선영) 등 사람을 모아 '원라인'이라는 작업대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승승장구합니다.

한편 작업대출업계를 일망타진하려는 천형사(안세하)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고, 민재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박실장과 송차장 역시 민재의 숨통을 조여옵니다. 그리고 민재는 자신으로 인하여 작업대출을 받았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의 실태를 알게되고, 천형사에게 제보하여 작업대출업계의 범죄를 뿌리뽑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장과장과 함께 박실장을 엿먹이기 위한 위험천만한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굉장히 깔끔한 느낌을 주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라인]은 굉장히 깔끔한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에 앞서 걱정했던대로 영화의 중반까지는 범죄를 미화시키는 장면이 꽤 있습니다. 선한 범죄자측에 끼는 장과장과 민재는 작업대출을 하면서 한가지 원칙은 지켜나갑니다. 그것은 바로 담보대출을 알선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담보대출은 나쁜 것, 신용대출은 착한 것이라고 단정짓습니다. 그렇기에 민재는 자신의 작업대출이 남을 돕는 행위라고 스스로 체면을 겁니다.

만약 [원라인]이 선한 범죄자인 민재가 악한 범죄자인 박실장을 응징하는 것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다지 깔끔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경모 감독은 이러한 범죄 영화의 함정을 살짝 피해갑니다. 민재가 돈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하며 관객의 동정심을 사고, 그가 스스로 작업대출이 남을 돕는 것이 아닌 범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끔 이끕니다. [원라인]은 그러한 과정을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진행해나갑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작업대출업계를 일망타진하려는 수사팀도 선과 악으로 나뉘어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양경모 감독은 선과 악의 구분이 그저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는 점을 관객에게 어필합니다. 그리고 민재의 개과천선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이런 식의 전개라면 구피도 이 영화에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시완... 그는 이제 연기잘하는 배우이다.

 

[원라인]을 보며 임시완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전까지만해도 아이돌 그룹 출신의 배우라는 선입견이 조금 남아있었거든요. 물론 그가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2013년 개봉한 [변호인]부터였지만, [변호인]의 경우는 송강호의 아우라가 워낙 강해서 임시완의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라인]에서는 온전히 임시완을 위한 임시완의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선하고 순진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돈에 대한 추악한 욕심을 드러내는 민재의 모습은 임시완에 의해 완벽하게 구현됩니다. 영화의 후반에 천형사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눈물짓는 장면에서는 영화의 중반까지 보여줬던 민재의 추악함이 말끔하게 씻어나갈 정도였습니다. 저 배우가 언제부터 저렇게 연기잘하는 배우로 성장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가 [보안관]을 보기 위해 잠시 극장 관람을 미뤄둔 [불한당 : 나쁜놈들의 세상]에서 임시완은 연기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설경구와 함께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살짝 걱정이 되었었는데, [원라인]을 보고나니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도 임시완의 연기를 기대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