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특별시민] - 나도 그들이 싫어하는 유권자가 되어 끝까지 그들을 심판하겠다.

쭈니-1 2017. 5. 6. 21:50

 

 

감독 : 박인제

주연 :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이기홍

개봉 : 2017년 4월 26일

관람 : 2017년 5월 2일

등급 : 15세 관람가

 

 

5월 9일 장미대선 즈음해서...

 

오는 5월 9일 화요일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입니다. 사실 저는 정치에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만고만하기에 누가 국회의원이 되건, 누가 대통령이 되건 별 상관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IMF 사태를 경험하며 정치를 잘못하면 우리 서민의 삶에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안겨줄 수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고, 그 이후로 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데 있어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이번 대선에 대한 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습니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지 최근까지 결정을 하지 못해서 TV 대선토론을 빠짐없이 시청했고, 뉴스, 기사 등을 챙겨보며 대선 후보들의 행보와 공약, 정책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제 소중한 한표를 누구에게 행사할 것인지 어느정도 마음을 굳혔지만, 그래도 5월 9일 투표를 하러 가는 순간까지 누가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계속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별시민]이 개봉했습니다. [특별시민]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를 통해서 우리나라 정치의 요지경을 꼬집는 정치 드라마입니다. 최민식 외에도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등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이 고루 포진되어 있고, 작년 서울 시청 광장에서 우연히 [특별시민]의 촬영 현장을 구경했던 특별한 인연도 있었기에 제게 있어서 [특별시민]은 꼭 극장에서 챙겨봐야할 기대작이었습니다.

 

 

 

젊은 광고기획자... 정치판에 뛰어들다.

 

[특별시민]은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청춘 콘서트'에서 래퍼들과 흥겨운 공연을 하는 변종구의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젊은 유권자들의 고민을 상담하며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변종구에게 한 여성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녀는 변종구에게 가식적인 모습을 버리고 진실로 소통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박경(심은경). 이제 막 광고계에 뛰어든 새내기 광고기획자입니다. 그리고 변종구는 박경을 자신의 선거캠프에 합류시킵니다.

기본적으로 [특별시민]은 박경이 변종구 캠프에 합류해서 변종구의 민낯을 본 후 다시 유권자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박경은 정치와는 상관없는 저와 같은 일반인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박경에게 심혁수(곽도원)은 말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똥더미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이라고... 손에 똥을 묻히지 않고서는 진주를 찾을 수 없다라고 말입니다.

그 이후부터 박경의 손은 정치라는 똥으로 인하여 점점 더러워집니다. 변종구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려 놓기 위해 동영상을 편집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점점 더 깊숙히 더러운 정치판에 이용됩니다. 그녀를 이용하는 것은 비단 변종구 뿐만이 아닙니다. 베테랑 정치부 기자인 정제이(문소리)는 박경과의 학연을 빌미로 접근하여 그녀에게 변종구 캠프의 특종을 캐내려합니다. 그로인하여 누가 상처를 입던 정제이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출세와 연결된 특종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렇게 비열한 정치판에서 그래도 박경이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던 변종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변이 더러운데 그 중심이 깨끗할 수는 없다.

 

어쩌면 박경은 변종구 캠프의 비열함을 목격했으면서도 이 모든 것이 심혁수 때문이고, 변종구는 이들과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 끝까지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변이 더러운데 그 중심이 깨끗할리는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박근혜 전대통령을 탄핵한 이유입니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주변이 최순실과 같은 더러운 인간들 뿐인데 그 중심에 있는 박근혜 전대통령이 주변인들과는 상관없이 혼자 깨끗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의 더러움은 아무리 아니라며 모르는척해도 중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변종구 캠프를 위해 온갖 더러운 짓은 심혁수가 하지만, 그 중심에는 변종구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신경쓰며 소탈하고 깨끗한 척하지만, [특별시민]은 2시간 1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그의 더러운 민낯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특히 자신의 음주운전 사고를 딸에게 뒤집어 씌우는 장면은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족이라도 팔아버리는 변종구. 그것이 그의 본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변종구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변종구와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는 양진주(라미란) 역시 변종구와 다르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가슴을 노출시키고, 변종구를 깎아내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도합니다. 정말 모든 정치인들이 변종구와 양진주 같다면 과연 내 소중한 한표는 누구에게 행사해야하는지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선거때마다 보는 뉴스들이 실제 영화에서 펼쳐진다.

 

제가 [특별시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내 자신이 박경이 되어 정치판의 더러운 민낯을 보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거때만 되면 일어나는 후보 주변의 사건 사고들이 [특별시민]에서도 여과없이 펼쳐집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안철수 후보는 부인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은 [특별시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변종구는 아내의 고가 그림 구매 의혹에, 양진주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들(이기홍)의 마약 논란으로 한바탕 곤란을 겪습니다.

영화에서는 변종구가 TV 토론회를 앞두고 토론회 진행자에게 사주해서 예상 질문지를 미리 받고, 자신이 불리할 때는 진행자가 끊을 수 있도록 미리 사인을 주고 받는 장면도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특별시민]을 본 날 저녁에 펼쳐진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저는 혹시 토론 도중 손깍지를 끼는 후보가 없는지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변종구가 손깎지를 끼면 TV토론 진행자가 주제를 바꾸는 것으로 약속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듯 [특별시민]은 변종구를 통한 정치판의 요지경이 그저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한 것이 이 영화의 힘이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지 않은 가운데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입니다.

 

 

 

너무 영화적인 설정을 빼버렸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특별시민]은 흥행을 목표로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현실만을 담아낸다면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특별시민]은 영화의 극적 재미를 높이기 위해 중반부에 무리수를 띄웁니다. 그것은 바로 변종구의 음주운전 사고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영화 후반부의 긴장감이 좀 더 쫄깃해졌고, 변종구의 민낯이 더욱 더러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로인하여 [특별시민]에 대한 제 감정이입은 방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조심해야하는 변종구가 음주운전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하필 그 시간에 탈영병이 튀어 나와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은 너무 영화적이어서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애교에 불과합니다. 아내와 딸 문제로 충동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던 변종구와 영화 초반 서울시장을 알아보지 못한 신병이 고참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했다고 이해하면 뭐 흔하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혁수가 죽는 장면은 해도 해도 너무 했습니다. 이런 너무 비현실적으로 극적인 장면이 없이도 현실 정치의 더러운 민낯을 고발하는 정치 드라마로써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었을텐데... 왜 이런 무리수를 띄웠는지 솔직히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충분히 의미심장했습니다. 박경은 다시 유권자가 되어 변종구와 같은 더러운 정치인을 투표로써 심판하는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박경의 빈자리는 정제이가 채웁니다. 그녀는 박경이 그랬던 것처럼 변종구 대신 똥을 묻혀가며 온갖 더러운 짓에 이용되겠죠. 우리가 이렇게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인들이 선거때만 제외하고는 무시하는 유권자가 되어 깨끗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종구와 같은 정치인이 싫어하는 유권자가 되려면...

그들의 가식적인 모습에 속지 않고

그들의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으며

누가 우리 서민을 위해 좋은 정치인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