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콜로설] - 지구 반대편의 재난에 대한 우리의 책임감

쭈니-1 2017. 4. 24. 17:57

 

 

감독 : 나초 비가론도

주연 : 앤 해서웨이, 제이슨 서디키스

개봉 : 2017년 4월 20일

관람 : 2017년 4월 22일

등급 : 12세 관람가

 

 

쭈니네 가족 취향이 독특한가?

 

며칠 전부터 저희 가족의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콜로설]입니다. [콜로설]은 서울에 괴수가 나타났고, 그 괴수는 미국의 한 여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배경이 서울이라는 점에서 저희 가족의 호기심을 자극시켰고, 믿음직한 배우인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스토리 라인 덕분에 저희 가족은 [콜로설]을 기대작으로 선택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구피는 웅이가 중간고사 시험 공부에 전념해야할 지난 토요일에 [콜로설]만큼은 꼭 봐야한다며 제게 예매를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영화 관람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도 했습니다.(영화 관람 비용은 항상 제 용돈으로 충당되었었습니다.) 그 덕분에 웅이는 토요일 하루종일 공부에 전념하다가 저녁에 [콜로설]을 보며 머리를 식힐 수가 있었습니다. 평소의 구피였다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며 웅이의 영화 관람을 필사적으로 막았을텐데, 그만큼 구피도 [콜로설]만큼은 웅이와 함께 보고 싶었을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콜러설]을 상영하는 극장이 좀처럼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한 SF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개봉 첫주 흥행만큼은 확실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집에서 조금 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한 밤중에 겨우 볼 수가 있었는데, 하루에 2회 상영밖에 하지 않았고 극장 안에는 거의 텅 비어있다시피해서 저희 가족을 당황시켰습니다. 구피는 "어쩌지? 이 영화, 재미없나봐."라며 영화 시작전부터 걱정했지만, 저는 "남들이 재미없어하면 어때. 우리만 재미있으면 되지."라며 애써 구피를 위로했습니다. 

 

 

 

대책없이 찌질한 그녀, 책임감이 생기다.

 

[콜로설]은 뉴욕에서 남자친구인 팀(댄 스티븐스)의 집에 얹혀사는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라는 찌질한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그녀가 얼마나 찌질한가하면... 특별한 직업이 없으면서 구직의 의욕은 없고, 하루종일 하는 것이라고는 친구들과 밤새워 술을 퍼마시다가 아침이 되어 들어와서는 자신은 집에 들어오려고 했지만 친구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 뿐입니다. 결국 팀은 그녀에게 결별을 선언하며 집에서 나가달라고 최후통첩을 합니다. 

팀의 집에서 쫓겨난 글로리아는 한동안 찾지 않았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텅빈 부모님의 집에서 에어 매트릭스 하나 달랑 놓고 쪽잠을 자야하는 신세. 그런데도 뉴욕에서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의 바에서 또 밤새 술을 퍼마십니다. 그리고 오스카의 친구인 조엘을 노골적으로 유혹합니다. 제가 아무리 앤 해서웨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글로리아라는 캐릭터는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특히 자신을 향한 오스카의 마음을 알면서도 조엘과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은 "이 여자 뭐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책임한 글로리아에게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서울에 나타난 괴물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8시 5분, 마을의 놀이터에 글로리아가 들어서면 괴물도 똑같은 시간에 서울에 나타나고, 글로리아가 하는 행동, 몸짓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글로리아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재미있어 했지만, 자신의 무책임한 몸짓과 동작 때문에 서울의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간단해 보였던 해결책이 점점 복잡해진다.

 

분명 글로리아가 처한 상황은 특별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저 글로리아가 아침 8시 5분에 동네 놀이터에 안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글로리아는 괴물을 통해 서울의 시민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고 술도 끊어가며 놀이터에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생겨납니다. 서울에 괴물이 아닌 거대 로봇이 새롭게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거대 로봇은 오스카가 연결이 되어 있었던 것이죠. 다시말해 아침 8시 5분에 오스카가 동네 놀이터에 가면 거대 로봇이 서울에 나타나 오스카가 하는 행동, 몸짓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입니다.

이제 해결책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글로리아는 오스카가 아침 8시 5분에 놀이터에 가는 것을 막아야만합니다. 하지만 글로리아와 조엘의 관계를 알아버린 오스카는 점점 광기에 휩싸이고, 급기야는 글로리아를 협박하기에 이릅니다. 이제 글로리아는 오스카가 서울의 시민들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오스카가 시키는데로 해야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글로리아는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요? 서울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글로리아는 그냥 오스카가 서울의 시민들을 죽이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팀과 함께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기만하면 됩니다. 괴물에 의한 난동은 글로리아의 책임이지만, 굳이 오스카가 저지르는 난동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오스카를 막기 위해 서울로 향합니다. 영화 초반 대책없이 찌질했던 그녀, 이제는 그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을 갖게된 것입니다.

 

 

 

나와 상관없는 재난에 대한 우리들의 책임감

 

아마도 많은 분들이 [콜로설]을 그저 조금 독특한 저예산 SF영화쯤으로 생각하실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랬고, 구피와 웅이는 아직도 그러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좀 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와 상관없는 재난에 대한 우리의 책임감을 영화는 직설적으로 묻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글로리아도, 오스카도 서울에 무슨 일이 벌어지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든 괴물이 미국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테러 사건이 벌어지고, 자연재해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도 우리는 뉴스를 보며 "어쩌다가 저런 일이..."라며 잠시 걱정을 할 뿐, 이내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왜냐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의 무관심이 언젠가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질투심으로, 혹은 재미삼아 서울을 쏙대밭으로 만든 오스카가 영화의 마지막에 당했던 것처럼, 나와 상관없어 보였던 테러와 재난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스카와는 달리 글로리아는 적극적으로 서울의 재앙을 막기 위해 달려듭니다. 마치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테러, 자연재해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서는 자원봉사자처럼, 글로리아는 모르는척 외면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러지 않고 재앙을 막기 위해 서울로 향합니다. 이렇게 [콜로설]은 인류가 처한 위기를 나와 상관없다 생각하지 말고 다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만... ^^

 

 

 

솔직히 영화의 완성도는 기대이하이다.

 

저는 영화를 볼 때 될수있으면 재미있게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콜로설]의 경우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통해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제 생각을 구피와 웅이에게 이야기했지만 전혀 공감하지 못하더군요. 저는 글로리아와 오스카의 차이가 자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재난에 대한 책임감 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섬뜩해보이던 오스카의 행동들이 나와 상관없어보이는 재난에 대한 우리들의 무책임과 비슷하다고 느낀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콜로설]을 나름 의미있는 영화로 기억하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워보입니다. 일단 가장 관심있게 지켜본 서울에 대한 표현 부분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콜로설]은 서울과 부천에게 약 20분에 달하는 장면을 촬영했다고합니다. 하지만 2015년 서울에서의 촬영으로 화제가 되었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는 달리 [콜로설]에 나오는 우리나라는 굉장히 낯설었습니다. 특히 건물 꼭대기에 '장난감 상점'이라는 커다란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장면은 실웃음이 터져나오게끔 했습니다.

오스카가 악당으로 변하는 과정도 너무 갑작스러웠고, 사건의 발단이된 25년전 글로리아와 오스카의 연결고리도 조금은 뜬금없었습니다. 그리고 글로리아는 서울로 가면 오스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도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군데 군데 헛점도 많이 보이고, 허술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저는 [콜로설]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구피는 재미없었다는 반응이었지만, 웅이는 꽤 재미있어 했으니 저희 가족의 만족도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사는 지구촌에는 오늘도 끊임없이

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과 테러, 재난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러한 것들이 나와 상관없다고 외면한다면

우리는 오스카와 똑같은 악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