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딘 이스라엘리트
주연 : 데이커 몽고메리, 나오미 스콧, RJ 사일러, 베키 지, 루디 린, 엘리자베스 뱅크스
개봉 : 2017년 4월 20일
관람 : 2017년 4월 23일
등급 : 12세 관람가
웅이도 유치했다는 영화
웅이의 중간고사 시험공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밤에 [콜로설]을 보고 온 저희 가족. 구피는 웅이에게 영화도 봤으니 일요일에는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한가지 있었습니다. [콜로설]은 봤지만 아직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이 남아 있었던 것이죠. 구피는 "안돼!"라며 단호하게 말했지만, 이미 저는 반값 할인으로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 전용 예매권 두장을 사버렸기에 어쩔수없이 영화를 보러가야한다고 버럭버럭 우겼습니다. 결국 구피는 제게 '아들 공부 방해하는 나쁜 아빠'라며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의 관람을 허락했습니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의 관람을 위해 웅이는 일요일 아침부터 공부에 전념했고, 점심식사 후에 저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잠시 공부에서 해방된 웅이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웅이와 함께 이번주 기대작 두편을 연달아 볼 수 있었던 제 마음도 날아갈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이 기대이하였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는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에 대해서 너무 유치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웅이와 여러편의 전체 관람가 등급의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웅이가 유치했다는 반응을 보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한 이 영화에 그러한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은 시리즈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웅이와 함께 2편을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새로운 블록버스터 시리즈 영화를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파워레인저'의 기나긴 역사
사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이 유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원작 자체가 일본의 어린이용 특수촬영 드라마인 <슈퍼전대> 시리즈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슈퍼전대> 시리즈는 1975년 <비밀전대 고레인저>를 시작으로 총 30여편의 시리즈가 제작 방영되었고, 일본에서 인기를 끈 후 전 세계에 진출하여 방송은 물론, 관련 상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시절 '파워레인저'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고, 웅이도 어렸을 적에 '파워레인저'를 곧잘 보곤 했었는데, 2007년 5살이던 웅이는 저와 함께 극장에서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 트레져포스]를 관람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이 어린이용 전대물이라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1995년 1억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 <파워레인저>의 극장판인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저]를 제작했다가 폭삭 망했던 전력이 있고, <파워레인저>와 비슷한 경로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할리우드의 대표적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된 [트랜스포머]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은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저]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삼지 못했고, [트랜스포머]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이 유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영화 자체가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실패사례와 성공사례가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했으니까요.
다섯 아이들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
그렇다면 어떤 부분 때문에 제가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이 게으른 영화라고 생각했는지 조목조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시리즈의 첫 시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아로 낙인찍힌 다섯 아이들이 어쩌다가 '파워레인져스'라는 슈퍼 히어로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의 오프닝은 신생대 지구에서 리타(엘리자베스 뱅크스)와 최후의 혈전을 벌이는 조던(브라이언 크랜스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조던은 리타를 막기 위해 지구에 유성을 보냈고, 그로 인해 공룡 시대는 종말을 맞이합니다. 어디에서 많이 본 오프닝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와 비슷합니다.
제이슨(데이커 몽고메리)를 비롯한 다섯 문제아들이 우연히 슈퍼 초능력을 갖게 되는 과정은 [크로니클]과 비슷합니다. [크로니클]은 평범한 고교생 친구 앤드류(데인 드한)와 친구들이 우연히 발견한 땅굴에서 무언가를 본 이후 특별한 능력을 갖게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크로니클]의 조쉬 트랭크 감독은 이후 [판타스틱 4]의 연출을 맡게 되는데, [판타스틱 4]에서도 십대 청소년 4명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은 이렇게 설정 자체가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내용들로만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전 영화들의 설정을 짜집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영화들보다 심도있게 그리지도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이슨과 킴벌리(나오미 스콧), 빌리(RJ 사일러), 트리니(베키 지), 잭(루디 린)이 반항심 가득한 십대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슈퍼 히어로가 되는 과정은 [크로니클], [판타스틱 4]와 비교해서 너무 부실하기만합니다.
리타의 등장, 그런데 긴장감은 더 떨어진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참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된 다섯 아이들의 캐릭터와 그들이 슈퍼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좀 더 세세하게 잡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은 영화적 재미를 담보로한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에 그러한 세세한 것들보다는 좀 더 거대하고 스펙타클한 재미에 올인해야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거대하고 스펙타클한 재미마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에서 제가 가장 기대한 것은 빌런인 리타(엘리자베스 뱅크스)입니다. 신인 연기자들로 채워진 '파워레인져스'와는 달리 베테랑인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연기했기에 그녀의 카리스마가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족하게할 것이라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개봉전 공개된 리타의 스틸 사진은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막상 영화에서 그녀는 별다른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만 했습니다. 마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처럼 말입니다.
빌런의 존재가 우스꽝스럽다보니 '파워레인져스'와 리타의 대결마저 미지근해져버렸습니다. 리타는 아직 자신의 힘을 각성하지 못한 애송이 '파워레인져스'를 죽일 여러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결국 영화의 마지막엔 우주 밖으로 내던져지는 수모를 당합니다. (이 마지막 장면은 [콜로설]과 비슷했습니다.)
딘 이스라엘리트 감독에겐 벅찬 작업이 아니었을까?
어린이용 변신 로봇 장난감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한 [트랜스퍼머]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그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깊숙한 곳에 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로봇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에도 로봇이 나오는데 '파워레인져스'가 타는 다섯 메카닉의 등장은 물론 영화의 후반부엔 다섯 메카닉이 합체하여 리타의 골다와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다섯 메카닉의 합체 장면이 생략된 것입니다. [트랜스포머]는 반대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통해 변신 로봇에 대한 관객의 로망을 채워줬다면,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은 합체 로봇에 대한 관객의 로망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면해버린 것입니다. (웅이도 합체 장면이 나오지 않아 실망이 컸습니다.)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을 보고나서 들었던 첫번째 생각은 '이 영화, 저예산 영화인가?'라는 의문입니다. 만약 딘 이스라엘 감독의 애초 의도가 어린이용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관객층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블록버스터보다는 저예산으로 만드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순수제작비만 1억달러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처럼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어야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한 작업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낮았던 [백 투 더 비기닝]의 딘 이스라엘리트 감독에겐 벅찼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웅이도 이제 점점 영화적 취향이 성숙해지고 있다.
부디 2편에서는 그러한 웅이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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