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임금님의 사건수첩] - 유쾌하긴 하지만, 시리즈화 하기엔 조금 약했다.

쭈니-1 2017. 5. 4. 13:27

 

 

감독 : 문현성

주연 : 이선균, 안재홍, 김희원, 경수진

개봉 : 2017년 4월 26일

관람 : 2017년 4월 30일

등급 : 12세 관람가

 

 

황금연휴의 첫 극장나들이는 너로 정했다.

 

4월 29일 토요일부터 5월 3일 수요일까지 저는 황금연휴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5월 4일 목요일에는 출근을 해야하지만 그래도 회사생활하면서 5일간의 연휴는 극히 드문 일이기에 저를 비롯한 저희 회사 직원들은 황금연휴를 보내기 위한 계획을 짜기에 바빴습니다. 하필 연휴기간동안이 웅이의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었기때문에 저는 안타깝게도 여행계획을 세울 수는 없었지만, 집에서 뒹굴어도 연휴는 언제나 즐거운 법입니다.

일단 연휴의 시작인 4월 29일은 에어컨 설치로 하루를 잡아먹었습니다. 작년 그 찌는 듯한 무더위를 에어컨없이 버텼던 저희 가족은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마음먹었고, 황금 연휴 첫날 그 계획을 실현에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에어컨 설치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물론 업체에서 나와 설치해줬지만, 저와 구피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에어컨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때아닌 대청소를 해야했고, 업체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는데도 거의 3시간 넘게 들어서 에어컨 설치가 끝나고나니 황금연휴의 첫날은 허무하게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제 황금연휴의 본격적인 시작은 4월 30일 일요일입니다. 하지만 웅이는 시험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저와 놀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무룩하게 황금연휴의 둘째날을 보내고 있는 제가 불쌍했는지 구피가 '오늘 저녁에 영화보러 가자'며 제 등을 토닥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웅이의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면 같이 보려 했던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웅이가 아닌 구피와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웅이야, 미안!!!)

 

 

 

이거 실화인가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의 제8대 왕인 예종(이선균)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예종은 과학에 능하여 모든 사건은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고, 무술 실력조차도 조선 제일검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예종은 그다지 낯익은 조선왕이 아닙니다. 예종 시대를 배경으로한 사극 영화나, 드라마는 제가 알기로는 없었고, 그렇다고 눈에 띄는 업적이나 사건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매력적인 왕을 우리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러한 궁금증 때문에 영화를 보고나서 예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일단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꽤 역사에 근거해서 예종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역사 속의 예종은 세조의 둘째아들이지만 형인 의경세자가 19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왕세자에 책봉되었고, 세조에 이은 조선의 제8대 왕에 오릅니다. 그는 세조의 총애를 받았던 병조판서 남이가 역모사건에 연루되자 처형하며 강력한 왕권을 만들고자 매우 엄격한 통치를 지향하였다고합니다. 하지만 재위 14개월 만에 사망하였고, 그의 뒤를 이어 의경세자의 아들 자산군이 제9대 왕인 성종에 즉위하였습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남건희(김희원)는 남이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고, 예종이 총애하는 조카 자성군(엄지성)은 자산군으로 한글자만 살짝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실제 예종은 훈구파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설이 재기되고 있는데, 영화 속의 예종 역시 그와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예종은 즉위 14개월 만에 사망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그로인하여 우리에겐 낯선 조선왕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조선명탐정]과 비슷한 전개

 

이렇듯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정조, 세종과 같은 우리에게 낯익은 조선의 왕이 아닌 예종이라는 낯선 왕을 내세워 영화를 신선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자꾸 오버랩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선명탐정 시리즈'입니다.  2011년 개봉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시작으로 2014년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 개봉되며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로 평가되고 있는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파트너 서필(오달수)의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예종은 김민과 닮았습니다. 비록 신분은 왕으로 승격되었지만 과학에 능한 것과 투철한 애민정신, 그리고 근업한 듯하지만 똘끼와 허당끼로 똘똘 뭉친 것이 서로 판박이입니다. 그리고 윤이서와 서필은 서로 상통합니다. 그들은 각각 예종과 김민을 도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캐릭터적 유사점은 사극, 코미디, 추리극이라는 흔치 않은 장르를 공유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선화(경수진)의 등장 장면은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하기 힘든 묘령의 여인 선화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객주(한지민),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히사코(이연희)를 연상시킵니다. 사실 저는 선화라는 캐릭터가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그다지 필요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단지 제2의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되고 싶었던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과도한 욕심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다.

 

예종이라는 낯선 왕을 소재로 했음면서도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노골적으로 따라하며 스스로 신선함을 잃어버린 [임금님의 사건수첩].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은 불필요해보였던 선화의 등장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2010년 1월 MBC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파스타>에서 버럭 셰프로 인기를 모았던 이선균은 <파스타>의 최현옥 캐릭터를 [임금님의 사건수첩]에 고스란히 가져와 예종 캐릭터에 입힘으로써 자신에게 최적화된 예종을 완성해놓습니다. 

특히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신의 한수는 안재홍의 캐스팅입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엉뚱한 매력을 지닌 김정봉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만약 안재홍이 연기한 윤이서가 없었다면 영화의 재미가 거의 절반 이상이 깎여나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만큼 안재홍의 존재감은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절대적이었습니다.

백성을 핍박하는 사대부에 멋진 한방을 날리는 스토리 라인도 영화를 보며 속이 후련했는데, 특히 약육강식을 지껄이던 남건희가 자신보다 강한 예종에 의해 짓밟히는 장면은 짜릿했습니다. 자신은 강하기 때문에 약한 자를 짓밟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던 남건희. 그 역시 약자가 되어 강자에게 짓밟히는 장면은 우리가 절대자를 믿고 기다리는 이유가 아닐까요? 악한 강자를 가볍게 벌줄 수 있는 절대자.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예종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악한 강자를 벌주고, 비록 죄를 지었지만 강자의 핍박에 어쩔 수 없었던 약자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그래도 시리즈화되기는 조금 약한 것이 아닐까?

 

분명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황금연휴의 첫 영화로 부담없이 즐기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영화였으니까요.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제2의 '조선명탐정'이 되기에는 부족해보였습니다. 추리극이라고 하기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장면의 짜음새가 살짝 부족했고, 예종의 독살을 사주하는 인물에 대한 마지막 반전도 너무 훤히 보였습니다. 

실제 예종은 재위 14개월만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영화가 실제 역사와 굳이 궤를 같이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짧은 생을 살다간 예종처럼 [임금님의 사건수첩] 역시 한편의 영화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478만 관객을 동원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387만 관객을 동원한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과는 달리 황금연휴 기간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현재까지 111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

단지 한가지 아까운 것은 안재홍이 연기한 윤이서의 캐릭터입니다. 비록 예종은 짧은 생을 마감하지만, 윤이서 만큼은 성종의 곁에 남아 코믹한 맹활약을 해준다면 어떨까요? 성종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이후 25년동안 조선을 통치했고, 38살의 나이에 사망했다고합니다. 성종의 아들이 그 유명한 연산군입니다. 예종때보다는 훨씬 더 풍요로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만약 그렇게된다면 영화의 제목은 '사관의 사건수첩'이 될런지도... ^^

 

나는 사극 영화가 좋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건, 상상력을 동원한 영화이건,

우리의 역사 속에는 재미있는 소재가 많이 숨어 있기에...

비록 이 영화는 약간 부족했지만,

그래도 사극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