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임스 건
주연 :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커트 러셀, 카렌 길런, 마이클 루커
개봉 : 2017년 5월 3일
관람 : 2017년 5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어린이날 + 어버이날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물론 어느덧 중학교 2학년된 웅이는 이제 어린이가 아닌 어엿한 청소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어린이날이 되면 은근 저와 구피에겐 선물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문제는 어린이날 며칠 후엔 어버이날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린이날과는 달리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니기에 대개 어버이날 행사는 어린이날에 치뤄지곤합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는데, 올해는 어머니를 모시고 한옥마을에서 산책을 한 후 제 친구가 운영하는 왕십리의 찜닭 맛집에서 식사를 했답니다.
웅이는 그것이 못내 서러웠나봅니다. 제게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행사를 하네요."라며 섭섭해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웅이의 섭섭함을 달래줄 강력한 선물 또한 준비해놨습니다. 왕십리에 있는 마블컬렉션 엔터식스에 웅이를 데려가 선물을 사주고 (제 여동생이 웅이에게 아이언맨 손목시계를 사줬는데, 웅이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종일 자랑하며 다닙니다.) 저녁엔 극장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를 관람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개봉이 참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 한시름 놓았습니다. 만약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가 개봉하지 않았다면 어린이날 영화로 [보스 베이비]를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구피가 [보스 베이비]는 극장에서 보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으니 [보스 베이비]를 보더라도 어린이날 기념 영화로는 반쪽자리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물론 구피와 웅이가 모두 좋아하고 기대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가 때마침 개봉해줘서 저희 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어린이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더욱 강력해진 병맛 코미디, 그런데 그것이 너무 매력적이다.
사실 2014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개봉했을 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열광하는 저와 같은 몇몇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이 낯선 슈퍼 히어로 영화에 관심을 갖는 관객은 그다지 많이 않았습니다. 그러한 무관심은 당시의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드러나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극장가의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7월 31일에 개봉했지만,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된 [명량]에 가려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순위는 4위. [명량]은 물론 그 전주에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 2], [군도]에도 밀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스타급 배우는 없었고, 그렇다고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익숙한 슈퍼 히어로도 없었지만, 우주의 어중이 떠중이 범죄자들이 모여 얼떨결에 결성한 자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활약은 신선했습니다. 그들은 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에 맞서 싸우고, 전 우주를 구할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으면서도 병맛 코미디와 개그를 잊지 않으며 유쾌하게 전투를 벌입니다. 그것이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만의 영화적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서는 그러한 유쾌함이 더욱 막강해졌습니다. 영화의 오프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소버린 행성에서 거대한 괴물인 아빌리스크와 싸우는 장면에서부터 두드러집니다. 긴장감 넘쳐야할 이 장면에서조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흥겨운 음악과 베이비 그루트(빈 디젤)의 귀여운 춤, 그리고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가득 채워버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 매력입니다.
캐릭터는 강화되었고, 멤버 수는 증가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속편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속편 영화들의 최대 화두는 전편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케일을 키우고 캐릭터를 늘려나갑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편이 가지고 있던 병맛 코미디를 이어나가면서도 모든 것을 전편에 비해 업그레이드시킵니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그쳤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캐릭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먼저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는 드디어 아버지인 에고(커트 러셀)를 만납니다. 에고와의 만남을 통해서 그는 자신이 신적인 존재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되고, 무한한을 능력을 지녔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키워준 또 다른 아버지 욘두(마이클 루커)의 소중함도 알게됩니다. 낳아준 아버지가 에고라면 키워준 아버지는 욘두인 셈인데, 에고와 욘두 사이에서 스타로드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결핍을 극복하고 진정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리더로 다시 태어납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빌런의 역할을 했던 네뷸라(카렌 길런)는 가모라(조 샐다나)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도 멤버로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와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주며 새 멤버가 됩니다. 이로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캐릭터를 강화하고 멤버 수를 늘리며 속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씨앗을 뿌렸다고해서 전부 아버지는 아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우리에겐 생소한 슈퍼 히어로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캐릭터를 1편에 이어 더욱 강화시키고 풍성하게 만들며 성공적인 속편 영화가 됩니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부터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스타로드의 아버지 에고를 등장시킴으로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만의 스토리 라인을 독자적으로 구축해나가기도합니다.
일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부터 알려진 것은 스타로드의 아버지는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고, 욘두가 스타로드를 납치했다는 점까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에고는 단순한 외계인이 아닌 행성 그 자체의 존재이며, 신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에 스타로드는 그러한 에고의 능력에 경탄합니다. 왜 아니겠습까? 스타로드에게도 에고의 유전자가 있으니 스타로드 역시 신적인 존재일테니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이 발생합니다. 왜 욘두는 스타로드를 에고에게 데려가지 않았을까요? 단지 스타로드의 몸집이 작아서 그를 도둑질하는데 쓰기 위해서? 과연 그깟 이유로 욘두가 신적인 존재에 맞섰다는 것이 설명될까요? 로켓(브래들리 크퍼)은 말합니다. 씨앗을 뿌렸다고해서 전부 아버지는 아니라고... 비록 사랑 표현에 서툴렀지만 어쩌면 욘두가 진정한 스타로드의 아버지가 아니었을런지...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저는 제 옆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고 있는 웅이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섯개의 쿠키영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엔딩 크레딧 이후의 쿠키영상입니다. 만약 마블 영화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여러분은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도 마찬가지인데... 이 영화엔 무려 다섯개의 쿠키영상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 쿠키영상 모두 하나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번째 쿠키영상은 욘두의 오른팔이었던 크래글린이 욘두의 무기인 휘파람으로 조종하는 화살을 연습하는 장면인데... 어쩌면 크래글린이 욘두의 빈자리를 채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두번째 쿠키영상은 스타카르(실베스타 스탤론)을 비롯한 라바저스의 멤버들이 뭉치는 장면인데 새로운 슈퍼 히어로 집단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일까요? 라바저스 멤버들을 맡은 배우에 실베스타 스탤론과 양자경 등 쟁쟁한 배우들이 깜짝 출연해서 그냥 쿠키영상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세번째 쿠키영상은 마블의 아버지인 스탠 리의 재등장입니다. 스탠 리는 마블 영화에 항상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잠깐 등장해서 영화를 자세히보지 않으면 그의 등장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서는 영화 본편과 쿠키영상에도 출연하며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네번째 쿠키영상은 로켓에게 밧데리를 도둑맞은 소버린의 여사제 아이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새로운 생체 병기를 만들었다고 선언하는 장면인데 이름이 아담이라고 하네요. 아마 아담 워록이라는 새로운 슈퍼 히어로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 쿠키영상은 귀여운 베이비 그루트가 사춘기 그루트가 되어 스타로드의 속을 썩히는 장면인데... 반항적인 표정으로 핸드폰만 보는 사춘기 그루트와 웅이가 어찌나 닮았던지... 이렇게 다섯개의 쿠키영상까지 모두 챙겨보고나니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합류가 확정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병맛 활약담이 더욱 기대됩니다.
가볍지만, 유치하지 않고...
코믹하지만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진정 이 영화는 재미있게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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