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톰 맥그라스
더빙 : 알렉 볼드윈, 마일즈 크리스토퍼 박시, 스티브 부세미, 토비 맥과이어
개봉 : 2017년 5월 3일
관람 : 2017년 5월 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황금연휴가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랠 선물
비록 5월 4일에 저는 출근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4월 29일 토요일부터 5월 7일 일요일까지는 몇 십년에 한번 누릴 수 있는 황금연휴였습니다. 구피는 이 황금연휴 기간 중에 에어컨과 냉장고를 새로 사서 저희 집을 업그레이드시켰고, 저는 극장에서 네편의 영화와 다운로드로 네편의 영화를 감상하며 영화 보기 목적을 이뤄냈습니다. 웅이는 중간고사 시험을 끝냈고 아이언맨 손목시계를 득템했으며, 저희 가족 모두는 통영의 장사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으니 황금연휴를 아주 알차게 보냈다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알차게 보냈다고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황금연휴의 마지막날인 일요일에는 황금연휴가 끝나간다는 생각에 무기력증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일요일 낮에 갑자기 회사에 가야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더욱더 짜증이 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휴 후유증인지도... 그러나 그렇게 짜증만 내고 있을 수는 없죠. 일요일의 회사 업무를 재빨리 마치고 황금연휴가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웅이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저와 웅이가 선택한 영화는 [보스 베이비]입니다.
웅이가 어렸을 적에는 웅이와 함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보러 다니는 것에 우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웅이가 청소년이 되고나니 살짝 눈치가 보입니다. 저는 워낙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에 앞으로도 쭈욱 보러 다닐테지만, 혹시나 웅이는 유치하다며 거부하지는 않을런지... 그런데 다행히도 웅이가 [보스 베이비]를 보고 싶다고 말해줘서 황금연휴의 마지막을 [보스 베이비]로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는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솔직히 [보스 베이비]는 그다지 새로운 애니메이션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아기가 엄마, 아빠의 사랑의 결실이 아닌 베이비 주식회사에서 상품처럼 가정집으로 배달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그리고 아기들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 천진난만하지 않고 오히려 순진한 엄마, 아빠를 이용할 정도로 어른보다 더 능글맞습니다. 그러한 설정은 1990년 국내에 개봉한 [마이키 이야기]를 연상시킵니다. [마이키 이야기]는 브루스 윌리스가 아기 마이키의 목소리를 연기했었는데, 굵직한 보이스를 자랑하는 알렉 볼드윈이 '보스 베이비'의 목소리를 연기한 전략은 [마이키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아기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남다른 상상력은 지난 2016년 12월에 개봉했던 [아기 배달부 스토크]에서 이미 선보였었습니다. [아기 배달부 스토크]는 황새가 아기를 배달한다는 옛날 옛적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아기 배달을 멈추고 글로벌 인터넷 쇼핑의 택배 회사로 탈바꿈한 황새들. 그런데 실수로 아기 공장이 재가동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차기 사장 승진을 눈 앞에 둔 [아기 배달부 스토크]의 주니어(앤디 샘버그)는 [보스 베이비]의 '보스 베이비'의 캐릭터와 일맥상통합니다.
이렇게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 베이비]는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절대강자 [미녀와 야수]를 2위로 끌어내리고 2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합니다.
귀여움이 이 영화의 무기
그렇다면 [보스 베이비]의 그 무엇이 관객의 취향을 저격했던 것일까요? 일단 [보스 베이비]의 최고 무기는 귀여움입니다. 그런데 귀여움이라는 무기는 [마이키 이야기]에서도, [아기 배달부 스토크]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무래도 아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보니 아기의 귀여움을 무기로 내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스 베이비]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것은 어른들의 눈에 비친 아이의 귀여움을 정확하게 잡아냈다는 점입니다.
[보스 베이비]에서 7살 소년 팀(마일즈 크리스토퍼 박시)은 절박합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아기가 나타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 버린 것입니다.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보스 베이비'의 정체를 엄마, 아빠한테 알려야합니다. 절박한 것은 '보스 베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아지들에게 빼앗긴 어른들의 사랑을 아기들에게 되돌려야하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띈 '보스 베이비'는 팀과 손을 잡고 아기들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작전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분명 팀과 '보스 베이비'는 절박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팀의 절박함은 그저 철없는 투정으로, '보스 베이비'의 절박함은 귀여운 아기의 어리광으로 보입니다. 저와 같은 성인 관객 입장에서는 팀과 '보스 베이비'의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하기에 그들의 절박함을 이해하면서도, 영화 속 어른들의 심정 또한 알고 있기에 더욱더 재미있게 영화의 귀여움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웅이도 그러했다.
제가 더욱 [보스 베이비]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팀의 절박함이 꼭 웅이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결혼 전부터 아기는 둘을 낳고 싶었습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래서 웅이가 태어나고나서 딸을 하나 더 낳으려는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하지만 웅이가 결사 반대했습니다. 웅이에게 "동생이 생기면 어떻겠니?"라고 물으니 웅이는 "싫어요. 나 하나면 되요."라며 완강히 고개를 가로 젓더군요. 나중에 웅이에게 물으니 그 이유가 동생이 자기 장난감을 망가뜨릴 것 같아서라고 합니다. 친구 동생들이 그랬다면서... 어느날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동생한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긴 팀의 절박함은 어쩌면 웅이와 같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요?
'보스 베이비'의 절박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돌입하였습니다. 그만큼 개나 고양이등 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린이날 만난 저희 어머니도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시더군요. 멀리 떨어져사는 아들, 딸보다는 매일 같이 함께하는 반려견이 지금 어머니께는 어쩌면 더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출산률은 최저치를 기록 중이라고합니다. '퍼피 주식회사'의 궁긍의 귀여움으로 무장한 강아지 출시를 막아 아기에 대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보스 베이비'의 절박함은 많이 과장되긴 했지만 그래도 단순히 웃으 넘길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기도합니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좋아할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를 보러 가면서 극장에 어린 관객들이 많아 시끄러우면 어쩌나 걱정을 해야했습니다. 하지만 극장 안에 들어선 순간 그러한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린 관객들이 선호하는 더빙 버전이 아닌 자막 버전의 [보스 베이비]를 선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극장 안에는 청소년 관객과 성인 관객들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제 옆자리에 앉은 신혼부부처럼 보이던 젊은 커플의 대화는 흥미로웠습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우리 무슨 영화봐?"라고 묻습니다. 남성은 여성에게 "응, [보스 베이비]라는 영화야."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여성은 스마트폰을 꺼내 [보스 베이비]를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남성은 "이제 영화 시작하는데, 스마트폰을 켜면 어떻게해?"라고 질책했고, 여성은 "그래도 내가 보는 영화가 뭔 영화인지는 알고 봐야지."라고 맞섰습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남성을 따라나선 여성의 [보스 베이비]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내내 여성은 웃느라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어찌나 재미있게 웃으시는지, 어쩌면 저보다 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은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보스 베이비]에 대한 성인 관객의 반응은 대부분 그러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황금연휴가 끝나간다는 아쉬움을 잠시나마 잊고 유쾌하게 웃으며 황금연휴의 마지막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 주식회사'를 위협하는 '퍼피 주식회사의 음모를 보며
어쩌면 저출산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도
'보스 베이비'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가볍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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