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리들리 스콧
주연 : 마이클 패스벤더, 캐서린 워터스턴
개봉 : 2017년 5월 9일
관람 : 2017년 5월 15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나는 버림받았다.
지난주 화요일 19대 대선선거를 마친 이후의 제 최대 관심사는 [에이리언 : 커버넌트]였습니다. 일찌감치 구피는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에이리언' 영화를 보고나면 그 후유증이 너무 오래가서 밤마다 악몽을 꾼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함께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보러갈 파트너로 웅이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리언 : 커버넌트]의 관람등급은 15세 관람가. 웅이와 함께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보러 가려면 먼저 구피의 허락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끈질기게 구피를 졸랐습니다. 네가 나와 함께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보러 가지 않으니, 웅이와 함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구피의 승낙을 어렵게 받아냈지만 이번엔 뜻밖에도 웅이가 "엄마와 함께 보러가지 않으면 나도 안볼래요."라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케이블 TV에서 [프로메테우스]가 방영할때마다 재미있게 보던 웅이이기에 당연히 [에이리언 : 커버넌트]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웅이 역시 구피와 마찬가지로 '에이리언' 영화는 무섭다며 극장에서 양옆에 엄마, 아빠가 있어주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구피와 웅이에게 버림을 받은 저는 혼자서라도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보기로 했지만, 저도 구피, 웅이처럼 겁쟁이이다보니 쉽게 보러가지 못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버렸습니다. 이러다가는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극장에서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저는 결국 월요일 저녁에 혼자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보러 갔습니다. '에이리언'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저를 외면한 구피와 웅이를 원망하며...
드디어 제작된 정식 [에이리언] 프리퀼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2012년 6월에 개봉해서 전세계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이며, 1979년 제작되어 SF공포영화의 시초가된 [에이리언]의 프리퀼입니다. 특히 [에이리언] 시리즈는 1편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이어 2편은 제임스 카메론, 3편은 데이빗 핀처, 4편은 장 피에르 주네가 연출하며 1997년까지 이어졌고, 이후에도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로 명맥을 이어나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SF영화입니다.
[에이리언]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얼마나 높았는지 리들리 스콧 감독이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퀼이 아니라고 직접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및 평론가들은 [프로메테우스]에서 [에이리언]의 흔적들을 찾아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러한 관객의 기대에 부흥하고자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제작전부터 [에이리언]의 프리퀼임을 확실하게 선언하고 제작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와는 달리 '에이리언'이 어디에서 어떻게 탄생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프로메테우스]에서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가 가까스로 살아남아 머리만 남아버린 A.I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과 함께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떠난지 10년 후를 담고 있습니다. 대규모의 식민지 개척의무를 가지고 목적지로 향하던 '커버넌트'호는 미지의 행성으로부터 온 신호를 감지하고 그곳을 탐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커버넌트' 호의 선원들이 미지의 행성에 내리는 순간 관객들은 최악의 외계 크리쳐로 평가받고 있는 '에이리언'의 경이로운 탄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여전사 VS A.I (이후 영화의 스포 포함)
[에이리언]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여전사의 존재감이 강렬했습니다. 1편부터 4편까지는 여전사의 대명사가된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맹활약했고,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엘리자베스 쇼, 그리고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는 대니얼스(캐서린 워터스턴)가 새로운 여전사의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눈여겨봐야할 것은 여전사 대니얼스가 아닌 A.I 월터와 데이빗입니다.
사실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A.I는 언제나 중요한 위치에 서있었습니다. 1편에서는 애쉬(이안 홈)가, 2편에서는 비숍(랜스 헨릭스)이 A.I로 출연한바 있었지만 리플리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묻혀버렸었습니다. 그러다가 4편에서 콜(위노라 라이더)의 등장으로 A.I는 리플리에 버금가는 중요한 캐릭터로 우뚝 섰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여전사 엘리자베스 쇼가 있었지만, 모사에 능하고 생존의지까지 있는 미스터리한 A.I 데이빗의 존재감은 오히려 엘리자베스 쇼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 A.I는 여전사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선점했습니다. 리플리를 잇는 새로운 여전사로 기대를 모았던 엘리자베스 쇼는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는 비참한 몰골의 시체로 잠시 등장할 뿐이고, 대니얼스는 리플리를 잇는 강력한 여전사가 되기엔 2% 부족해보입니다. 그 대신 [프로메테우스]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A.I 데이빗과 '커버넌트' 호의 새로운 A.I 월터(마이클 패스벤더)가 대니얼스의 부족한 2%를 채웁니다.
[프로메테우스]의 떡밥회수
[에이리언 : 커버넌트]가 여전사보다는 A.I 위주로 영화가 흘러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시리즈의 최대 화두인 '에이리언'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이 데이빗의 탄생기인 것은 괜한 것이 아닙니다.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는 데이빗을 창조하며 "내가 네 아버지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데이빗은 묻습니다. "아버지가 날 창조했다면 아버지를 창조한 것은 누구입니까?" 피터는 "우리가 함께 대답을 찾아보자꾸나."라고 대답하지만 데이빗은 "나는 영원히 살 수 있지만 아버지는 언젠가 죽지 않습니까?"라며 되물으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시킵니다.
이러한 데이빗의 모습은 [프로메테우스]에서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죠."라는 의미심장한 대사와 맞물려 있습니다. 결국 데이빗은 엔지니어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이 A.I를 창조해냈듯이 자신도 어떤 생물체를 창조하겠다는 욕망에 휩싸인 것이죠. 그것이 엔지니어가 실험을 하다가 멈춘 '에이리언'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보기엔 끔찍한 괴물이지만, 데이빗은 자신의 창조물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봅니다.
결국 '에이리언'에 의한 인간의 파멸은 좀 더 완벽한 피조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피터가 애초에 데이빗이 아닌 좀 더 수동적인 월터를 만들어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빗은 자신을 창조해냈지만 자신보다 하등한 인간이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모든 면에서 월등한 자신의 피조물 '에이리언'이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의문투성이 캐릭터였던 데이빗은 이렇게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 '에이리언'의 탄생과 더불어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성해놓습니다.
회수하지 못한 떡밥은 [에이리언 : 어웨이크닝]으로...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퀼로써의 역할에 너무 충실히 따르다보니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써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분명 '에이리언'의 탄생에 대한 비밀과 의문투성이였던 A.I 데이빗의 캐릭터는 완벽하게 설명했지만, [프로메테우스]가 던진 수 많은 떡밥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 중에서 인류의 탄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 해결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엘리자베스 쇼가 엔지니어의 우주선을 타고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떠난 이유는 그들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인간을 만들었으면서도 어찌하여 '에이리언'과 같은 괴물을 만들어 인간을 죽이려 했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 질문을 던질 엘리자베스 쇼는 이미 죽어버렸고, 질문에 대답할 엔지니어들도 데이빗에 의해 몰살을 당합니다. 결국 [프로메테우스]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들의 죽음으로 묻혀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에이리언] 프리퀼 3부작 중 세번째 영화인 [에이리언 : 어웨이크닝]은 시간대 순으로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 커버넌트] 사이에 놓이게 된다고합니다. 이는 다시말해 엘리자베스 쇼와 데이빗의 10년간의 행적을 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된다면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서 회수하지 못한 [프로메테우스]의 떡밥을 [에이리언 : 어웨이크닝]은 완벽하게 회수할지도 모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 어웨이크닝]이 흥행에 성공하면 또 다른 프리퀼 3부작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에이리언'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가?에 대한 대답은 끝났다.
이제 인간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가?에 대한 대답만 남았다.
혹시 인간은 '에이리언'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쥐이고 지구는 실험실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기원에 대한 대답은 궁금하지만 그 실체에 다가갈수록 두려워진다.
'영화이야기 > 2017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믿어야 한다. (0) | 2017.05.23 |
---|---|
[보안관] - 이성민의 클라스를 한단계 높여주다. (0) | 2017.05.18 |
[석조저택 살인사건] - 가면을 쓰더라도 내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으면 된다. (0) | 2017.05.15 |
[보스 베이비] -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좋아할 애니메이션 (0) | 2017.05.10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 얼뜨기 영웅에서 완벽한 슈퍼 히어로로 진화하다. (0) | 2017.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