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일루셔니스트] - 제목만큼이나 환상적인...

쭈니-1 2009. 12. 8. 19:29

 



감독 : 닐 버거
주연 : 에드워드 노튼, 제시카 비엘, 폴 지아매티, 루퍼스 씨웰
개봉 : 2007년 3월 8일
관람 : 2007년 3월 28일
등급 : 15세 이상

20일이나 지나서 볼 정도로...

전 영화는 대부분 개봉하는 주에 봅니다. 가장 좋은 것은 개봉 일에 보는 것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개봉 주는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러다 개봉 주를 놓치고 나면 차라리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되면'이라며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루셔니스트]는 포기하기 싫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유혹을 어렵게 물리치고, 인터넷에 널려 있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들을 살짝살짝 피해가며 '[일루셔니스트]는 꼭 극장에서 볼꺼야'를 굳게 다짐한 끝에 결국 이 영화가 개봉한지 4주 만에 그 결심을 이루었습니다.
그렇담 제가 [일루셔니스트]를 그토록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감이며, 고전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 탓이기도 하고, 마지막 반전을 맞춰 보겠다는 도전의식 덕분이기도 합니다.
암튼 이렇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저는 수많은 신작들을 물리치고 [일루셔니스트]를 선택했으며 그러한 선택은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에드워드 노튼의 카리스마에 대해서...

에드워드 노튼이 데뷔작은 1996년 [프라이멀 피어]라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개봉 전에는 주연을 맡은 섹시가이 리차드 기어에게 모든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 후에는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새로운 배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프라이멀 피어]라는 영화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만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영화를 보는 내내 에드워드 노튼의 그 선한 얼굴 탓에 그가 피해자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으나 마지막 장면에서 천사의 얼굴에서 서서히 악마의 얼굴로 바뀌는 그의 모습을 보며 영화 속 리차드 기어가 느꼈을 충격을 영화를 보는 저도 같이 느꼈습니다.
그 후 에드워드 노튼은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중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와 밀러스 포먼 감독의 [래리 플린트] 등 거장의 영화에 연거푸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힙니다.
그런 그가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으로 다시한번 제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파이트 클럽]은 [프라이멀 피어]와 마찬가지로 에드워드 노튼의 이중적인 매력을 잘 보여준 영화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멀 피어]처럼 노골적으로 에드워드 노튼의 이중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상반된 이미지와 마지막 반전을 통해 그 상반된 이미지를 하나로 엮음으로써 에드워드 노튼의 카리스마를 간접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일루셔니스트]에서도 그러한 에드워드 노튼의 카리스마가 잘 나타납니다. 평민이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겨야 했던 아이젠하임(에드워드 노튼)은 최고의 마술사로 다시 소피(제시카 비엘)앞에 섭니다. 하지만 그녀는 레오폴드 황태자(루퍼스 씨웰)에 의해 살해당하고 슬픔에 빠진 그는 자신의 마술로 최고 권력자인 황태자에게 도전합니다. 영화의 스토리에 빠져 황태자에 맞서는 에드워드 노튼의 카리스마에 빠져버리면 마지막 반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부드러움. [일루셔니스트]는 바로 [프라이멀 피어]와는 반대로 에드워드 노튼의 이중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마술의 세계에 빠져보자.

제가 어린 시절 유리 겔라라는 마술사가 절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습니다. TV에 나와서 숟가락을 구부리고 시계를 멈추게 하는 그의 마술은 지금 보면 상당히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유리 겔라처럼 숟가락을 구부리겠다며 애끚은 숟가락 참 많이도 망가뜨렸습니다.
그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요? 마술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괜히 가슴이 뜁니다. 작년 가을 [프레스티지]의 개봉을 기다리다 지쳐 네이버 시사회 관계자에게 전화해 결국 시사회에 참석하고 말았던 이유도 마술 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레스티지]는 제게 만족감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이 영화는 마지막 반전에서 마술보다는 마법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마술은 마술일 뿐, 마법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프레스티지]의 마지막 반전은 마술 영화를 기대한 제게 배신감만 안겨주었죠.
하지만 [일루셔니스트]는 다릅니다. 오히려 영화 내내 마법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마지막 반전을 통해 그것이 마법이 아닌 마술임을 밝힙니다. 마술은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교묘한 트릭, 곧 속임수입니다. 그리고 [일루셔니스트]는 바로 그러한 마술의 특성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프레스티지]보다 [일루셔니스트]를 더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마술의 속임수와 마지막 반전의 교묘한 조화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속았다'라는 느낌보다는 흐믓한 미소를 제게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울 경감(폴 지아매티)의 웃음이 더욱 공감되었습니다.


 

 


그럼 마지막 반전을 풀어볼까?

이즈음에서 한 가지 밝히는 것은 전 스포일러가 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숙한 글 솜씨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스포일러가 되어 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반전은 '마술은 진실이 아닌 속임수이다'라는 전제를 이해한다면 쉽게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노튼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하면 그런 당연한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되어 버리죠.
저 역시 영화의 초반엔 어느 정도 영화의 반전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에드워드 노튼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점점 반전의 진실 속에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일루셔니스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요소들입니다.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은 관객들에게 반전에게서 멀어지게끔 유도하고 있으며, 마술이라는 영화의 소재는 마지막 반전의 연관성을 유지시킵니다.
마술이라는 영화의 소재만 놓고 본다면 마지막 반전이 뻔히 보이지만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반전은 점차 가려지는 거죠. 이렇게 영화의 요소들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를 저는 좋아합니다. 너무 뻔한 반전도 싫고, 그렇다고 관객을 속이겠다는 일념아래 연관성이 부족한 반전을 내미는 것은 더더욱 싫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닐 버거 감독. 장편 영화는 [일루셔니스트]가 겨우 두 번째에 불과하다던데... 앞으로 그가 만들 영화가 궁금해질 감독 한명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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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경감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오렌지 나무' 노트를 고의로 방치한것부터-

칼자루 보석까지...

스포일러가 되면 안되겠지만...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본 영화였기에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반전이 있는줄도 몰랐기에^^
 2007/04/02   
쭈니 저는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반전을 울경감에게 두고 있었답니다. 완전 잘못 짚은 셈이죠. ^^  2007/04/02   
카츠라사
저도 반전이 있다고 하여 설마..설마 했던것들이..

정말 거짓말처럼 제 생각했던것들이 다 딱딱 맞아 떨어지더군요

그래서....전 재미없게 봤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노튼' 이란

배우를 알게되었습니다. 여유로우면서 카리스마 있는..

선한얼굴...여튼 영화는 별로였지만 배우는 좋았다는...
 2007/04/03   
비봉산지킴이
저도 윗분과 같이 전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아무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갔다가 정말 깜짝 놀랬더라죠 ^ ^
그리고 닉버거 감독이 아니라, 네일 버거 감독이랍니다 (..)
 2007/04/03   
쭈니 카츠라사님이 저보다 한수위네요. 저도 잠시 아이젠하임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의 분노에찬 표정을 보며 바로 의심을 풀어버렸다는... ^^
비봉산지킴이님... 감사합니다 일단 오타는 고쳤습니다. 씨네서울엔 닐 버거로 나와있더군요. 그런데 전 그걸 잘못보고 닉 버거로 썼다는 ^^;
 2007/04/03   
프리스티지와 비교하며 봐버려서 의심이고 뭐고 없었다는 ^^  2007/05/06   
쭈니 비슷한 소재의 영화이기에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재미있을듯... ^^  2007/05/07   
바이올렛
전... 반전이 예상되던걸요..?
여주인공이 살아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다지 훌륭했던 반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도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프레스티지..랑 많이들 비교 하던데
거기에 합세해보면...
전 프레스티지..를 더 나중에 봤지만
일루셔니스트보다 더 괜찮았던 것 같아요.
 2007/07/08   
쭈니 [일루셔니스트]와 [프레스티지]에 대한 생각이 저와는 정반대시군요. ^^;
전 그냥 막연히 에드워드 노튼이 좋았을지도 모르죠. ^^
 2007/07/09   
재정쓰
어떻게 이홈피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인지라 한마디 쓰고 싶어서... 몰래 가려다 살짝 글 남깁니다. 에드워드 노튼을 좋아하는데 영화는 살짝 기대이하였던것 같아요. 반전도 예상할 수 있었고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볼수 있어서 좋았어요!
혹시 에드워드 노튼을 잘 모르시는 분들게 프라이멀피어라는 영화를 추천합니다. 좀 많이 지난 영화지만 그의 연기가 짱이었죠!^^
 2008/01/17   
쭈니 [프라이멀피어]는 에드워드 노튼의 데뷔작이죠. 아마???
주연을 맡은 라차드 기어보다 오히려 조연급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빛난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
 2008/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