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넘버 23] - 짐 캐리의 연기변신만으로도 의미 있는...

쭈니-1 2009. 12. 8. 19:30

 



감독 : 조엘 슈마허
주연 : 짐 캐리, 버지니아 매드슨
개봉 : 2007년 3월 22일
관람 : 2007년 3월 28일
등급 : 15세 이상

조엘 슈마허 감독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다.

1997년 [배트맨 앤 로빈]을 본 후 조엘 슈마허 감독을 싫어하기 시작했던 저는 10년이 지난 2007년에서야 [넘버 23]으로 화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조엘 슈마허 감독은 제가 가장 좋아했던 [배트맨 시리즈]를 철저하게 망가뜨린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이미 10년이 흐른 일이고, 크리스터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비긴스]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전 여전히 팀 버튼의 '배트맨'이 그립습니다.) 어느 정도 원상복귀해 놓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라고 외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10년 만에 조엘 슈마허 감독과의 화해를 결심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짐 캐리의 연기변신입니다. 할리우드의 코미디 배우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배우이며(벤 스틸러, 아담 샌들러, 잭 블랙, 월 패럴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코미디 전문 배우들은 이상하게 저와는 코드가 맞지 않더군요. 요즘 잭 블랙이 약간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매니아적인 코미디 영화는 제겐 웃음불가), 요즘은 당당하게 코미디 배우의 틀을 깨고 나와 진정한 배우의 시험대에 오른 짐 캐리. 그가 과연 정통 스릴러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펼칠지 궁금했습니다.
[넘버 23]의 포스터를 가득 채운 엽기적인 짐 캐리의 얼굴은 '어쩌면 스릴러 영화에서도 짐 캐리가 어울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겨 주었으며, 며칠 전 보았던 영화의 예고편은 그런 기대감을 확신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러한 짐 캐리의 연기변신을 보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조엘 슈마허 감독과의 화해가 선행될 수밖에 없었던 셈입니다.(싫어하는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는 없죠.)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짐 캐리

모두들 짐 캐리하면 먼저 코미디 영화가 생각 날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출세작은 [마스크], [에이스 벤츄라], [덤 앤 더머]같은 코미디 영화이며, 요즘도 [라이어 라이어], [브루스 올마이티], [뻔뻔한 딕 & 제인]을 통해 코미디 영화에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꾸준히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모험심이 강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특히 짐 캐리의 최초의 실패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케이블 가이]의 경우는 한창 잘 나가던 짐 캐리로써는 의외의 선택이었죠. 사이코적인 기질을 발휘하며 주인공인 스티븐(매튜 브로데릭)을 끈질기게 못살게 굴던 케이블TV 설치원 칩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의 오버스러운 표정 연기가 웃음뿐만 아니라 공포도 안겨줄 수 있음을 과시한 것입니다.
[케이블 가이]이후에도 짐 캐리는 [배트맨 포에버]의 리들러, [레모니 스니킷의 위험한 대결]의 울라프 백작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꾸준히 악역에 도전중입니다. 할리우드에서도 초특급 개런티를 받는 그가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니 제겐 그런 그의 모험심이 꽤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짐 캐리의 진정한 연기 변신의 성공작은 [트루먼 쇼]입니다. 전 [트루먼 쇼]를 보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짐 캐리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죠. 하지만 그는 해낸 겁니다.
[트루먼 쇼]에서부터 이어진 짐 캐리의 정통 연기는 [맨 온 더 문], [마제스틱]을 거쳐(이 두 영화는 안타깝게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에 이릅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제게 상당히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짐 캐리가 짐 캐리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트루먼 쇼]에서도 짐 캐리는 몇몇 장면에서 짐 캐리다웠습니다.(거울을 보며 혼자 쇼하는 장면 같은...)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조엘은 짐 캐리다운 그 무엇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완전히 백지인 상태에서 짐 캐리는 자신의 연기변신을 이루는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그가 짐 캐리라는 것을 믿을 수가 있겠는가?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넘버 23]은 완벽하게 [이터널 선샤인]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영화 자체가 아니라 짐 캐리라는 배우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넘버 23]은 [이터널 선샤인]처럼 짐 캐리가 짐 캐리로 보이지 않는 영화입니다.
일상이 따분한 소심남 월터(짐 캐리)는 어느 날 아내가 건네준 이상한 책을 통해 자신 깊숙이 감춰져있던 숫자 23에 대한 편집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책속의 주인공인 핑거링 형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월터는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작가가 자신의 범죄를 우회적으로 기록한 책이라는 비밀을 알게 되고 숫자 23의 저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의문의 작가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이 영화에서 짐 캐리는 소심남 월터와 소설 속 터프남 핑거링 형사를 동시에 연기합니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 그 누구도 짐 캐리의 이전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특히 핑거링 형사라는 캐릭터의 경우는 짐 캐리에게 누가 '저건 짐 캐리가 아닌 다른 배우야'라고 한다면 믿어버릴 정도로 완벽한 연기 변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솔직히 [넘버 23]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흥미진진했던 초반과 중반이 마지막에 가서는 너무 올바른 결말로 맺어지며 김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스릴러 영화에서 올바른 결말이라니... 나이 70세를 바라보는 노장 조엘 슈마허 감독이 갑자기 관객들에게 '착하게 살거라'를 외치고 싶었던 것인지...
하지만 짐 캐리라는 배우 자체만 놓고 본다면 정말 최고의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젠 그가 코미디 배우라는 선입견이 제겐 완전히 지워진 듯합니다. 이제 그는 코미디도 잘하지만 멜로와 스릴러 영화에도 잘 어울리는 진정한 배우로 제게 완전히 인식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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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라사
마지막 씬에...만약...살인을 정당화 시키고 엔딩 크레딧 올렸다면 전 정말 극장 테러 했을것입니다. 요즘 헐리우드 작품 몇몇은 은근슬쩍 살인을 정당화 시키더라구요. 그래서 이 엔딩은 저만의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진거 같아요..ㅋ  2007/04/04   
주노
쭈니님 요새 저랑 영화 보는 취향과 더불어 순서까지도 비슷하네요^^

신기합니다.ㅋ

마지막에 '모든것은 아내와 아이작 박사가 꾸민 짓이다'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났어도 충격적이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인공의 증상(스포일러가 안 되길 바라며,,)은 어찌보면 식상해서요^^

개인적으론 월터 부자간의 관계도 부러웠다는..ㅋ

정말이지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완벽한 가정이었는데 말이죠
 2007/04/05   
쭈니 카츠라사님... 살인의 정당화... 물론 안되죠. 하지만 제 생각엔 스릴러인 이상 짐 캐리가 다시 예전의 편집증 환자가 되어 가족을 위협하다가 죽는 것도 괜찮을지도... 그럼 너무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릴러가 될려나요??? ^^
주노님... 순서까지 비슷하다니... 그렇담 혹시 [이장과 군수]봤나요? 어제 봤는데... 영 별로였다는...
 2007/04/05   
주노
다행히(?) 안봤다는..ㅋㅋ

감사합니다.
 2007/04/05   
쭈니 비디오로 보셔도 될듯한 영화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
 2007/04/06   
namja
영화적..스릴러적인 완성도로 보자면 아쉬운 부분 상당수이나,
흡입력이나 연기만큼은 칭찬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본지 몇달된거 같은게 가물가물하네요.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장치들..
이야기적 요소를 풀어헤치다가 되려 길을 잃어버려서,
허둥지둥 끝내버리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반전이라면..
'몬가 더 있을거야'라는 관객에게..
'이게 다야'라는 허무감을 약간 주는 반전이랄까요^^
 2007/04/06   
쭈니 스릴러로써는 반전이 상당히 약하긴 했죠.
반전 맞추기에 약한 구피도 '설마...'하면서 봣다가 '정말 이게 다야?'라는 반응을 보이더라는... ^^
 2007/04/08   
길가던행자
짐캐리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배우라서 친구랑 같이가서 봤습니다 ㅋ;; 역시..연기파라는;; 이번에 살짝 광기를 드러내는 듯한 연기가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ㅋ;  2007/08/11   
쭈니 네, 저도 그의 영화라면 앞으로 무조건 극장으로 갈 생각입니다. ^^  2007/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