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300] - 신화와 판타지, 그 어느 사이에서...

쭈니-1 2009. 12. 8. 19:27

 



감독 : 잭 스나이더
주연 : 제라드 버틀러, 데이빗 웬햄, 레나 헤디
개봉 : 2007년 3월 14일
관람 : 2007년 3월 21일
등급 : 18세 이상

20일 만에 영화를 보다.

3월 들어 감기몸살과 방통대 출석 시험, 퇴사 등 개인적인 일들이 줄줄이 터지는 바람에 극장 근처에 갈 시간조차도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20일 동안이나 극장에 가지 못했던 적이 없었기에 영화를 못 봐 생긴 금단 현상이 극에 달했었습니다. 그 사이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극장에서 간판이 내려지는 것을 보며 '저 영화 보고 싶었는데'를 마음속으로 울부짖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300]이 개봉하였습니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스펙타클의 향연이라기에 기대작으로 손꼽아 놓았지만 여전히 제 개인적인 상황은 좋지 못했고 그렇게 [300]마저도 극장에서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박스오피스에서의 승승장구 소식에 이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1위 행진중이라는 기사를 읽고 나니 정말 이 영화마저 극장에서 놓치면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극장에 갔습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 때문에 피곤에 찌들은 구피마저 설득해서 한밤중에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구피는 영화보다 잠들 거라며 투덜거렸지만 전 알고 있었습니다. 저보다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막상 영화가 시작하면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영화에 집중할 것임을...
암튼 이렇게 오랜만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본 [300]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스펙타클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독특한 비주얼을 뽐내는 영상미와 남자다움을 앞세운 카리스마는 근래 봤던 영화중에서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새로운 비주얼의 전도사... 프랭크 밀러

[300]은 일단 눈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영화라는 것이 애초에 영상을 기초로 한 대중문화이다 보니 눈이 즐겁다는 것은 절반의 성공과도 같습니다.
영화라기보다는 만화 같은 영화의 색감과 신화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영상.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독특한 그림엽서 같아서 영화를 보면서도 저 장면 갖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시체가 산처럼 쌓이는 잔혹한 영상에도 불구하고 '잔혹하다'라는 생각보다는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의 영상은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마치 다른 세상의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300]을 보며 생각난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씬 시티]입니다. [300]처럼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한 [씬 시티]는 [300]과 마찬가지로 프랭크 밀러의 원작만화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DC, 마블 같은 기라성 같은 출판사와 손을 잡고 전문 만화작가의 길을 걸은 프랭크 밀러는 '로보캅'의 원안과 '데어데블', '엘렉트라'등의 캐릭터를 창조해낸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라네요.
[씬 시티]에선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이 공동 감독을 했으며, [씬 시티 2]에서도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함께 다시 공동 감독을 맡는다고 하니 그는 이제 만화 작가에서 영화감독으로의 영역까지 넓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300]에서 감독인 잭 스나이더보다도 원작자인 프랭크 밀러가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바로 [씬 시티]에서부터 이어져 나온 프랭크 밀러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결국 [씬 시티]에서도 그랬듯이 이러한 새로운 비주얼은 프랭크 밀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 런지... 앞으로 그의 이름이 걸려있는 영화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서 봐야겠습니다. 전 눈이 즐거운 영화에 한없이 약하거든요. ^^


 

 

 


이건 역사 드라마가 아니다.

하지만 눈이 즐거운 이 영화는 내용에 대한 논란 때문에 비판을 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페르시아 군에 대한 이 영화의 묘사가 그리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300]이 명백히 역사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락 영화인 이상 이러한 논쟁은 공허한 투덜거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이 영화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300]은 역사 드라마가 아닙니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스파르타의 300명의 용사들이 겨룬 테르모필레 협곡에서의 혈전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러한 테르모필레 협곡의 전투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소재로 한 이 영화를 역사 드라마로 단정 짓는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역사 드라마가 아닌 신화, 혹은 종교 영화인 것처럼 테르모필레 협곡에서의 전투를 그린 [300] 역시 오랜 세월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신화인 것입니다. 그 누구도 [트로이]를 보며 역사 논쟁을 하지 않는 것처럼 [300] 역시 신화를 다룬 액션 영화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 증거로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영상미와 캐릭터들을 들 수 있습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왔을법한 이상한 몰골의 페르시아 군사들과 거대한 괴물들의 존재, 그리고 만화 같은 영상과 영웅들의 비장미는 스스로 영화의 현실성에 대한 부정이며 [300]이 판타지와 신화의 그 어느 사이에 위치해 있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오픈해놓은 영화에게 실제 존재했던 나라와 왕,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을 것이라 예상되는 사건을 소재로 했기에 현실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오락 영화의 정체성에 충실한...

물론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분명 기분을 나쁠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 영화중에는 분명 서양을 무조건 나쁘게 묘사한 영화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종영한 TV 드라마 [주몽]의 경우에도 중국의 한나라를 일방적으로 나쁘게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주몽]이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것은 드라마 자체가 사실에 입각한 전통 역사 드라마가 아닌 고구려의 개국 신화를 드라마화한 것이라는 사실 덕분일 것입니다.
이렇게 이 영화의 오락적인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눈으로 보고 즐긴다면 분명 [300]은 비주얼이 훌륭한 뛰어난 오락 영화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며(우리나라 최고의 블록버스터인 [괴물]의 미국 흥행은 생각보다는 실망스럽더군요. 역시 반미 감정이 녹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일까요?) [300]의 뛰어난 영상미와 오락 영화적 재미가 부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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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a
2%의 부족함이 잇다고 하나 장르에 비하여
만족감을 무지하게 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문제야 다큐도 아니고 영화에게 따질 문제는...

영화 초반15분동안은..
제가 게이가 된줄 알았습니다.

어찌들 남정네들 복근만 보이던지..
캐스팅을 복근의 왕자만 보고 캐스팅한줄 알았습니다요;;
 2007/03/24   
쭈니 구피는 이 영화를 연인끼리 보면 보고 나오면서 싸우게 된다고 그러더군요.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넌 복근이 이게 뭐냐'고 핀잔줘서...
전 아주 당당하게 구피한테 말했죠.
영화속 여자들의 가슴 정말 이쁘다고...
니가 핀잔주면 나도 '넌 가슴이 이게 뭐냐'고 핀잔줄꺼라고... ^^;
 2007/03/25   
사랑포유
저두 지금 운동중이랍니다 ㅠㅠ
몸도 다 CG 라고 우겨봐야 소용엄떠군요^^;;
 2007/03/27   
쭈니 운동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곧 느끼실겁니다. ^^;  2007/03/27   
ZARD
영상만 웅장했지...그다지...보면서도 보구나서도 재밌었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는...  2007/03/28   
쭈니 저처럼 웅장한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죠. 결국 취향의 차이일듯... ^^  2007/03/28   
카츠라사
간만에 쭈니님 글을 읽네요..군대 제대하고 나서 첫 영화를 봤는데 '300'이었거든요. 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말 한장면 한장면이 만화적인 분위기와 신화적인 요소가 잘 조합이 된거 같습니다. 이게 무슨 영화를 떠나 정말 잘!well made 인 작품인거 같네요.  2007/03/29   
미^ ^
너무 보고싶었는데 늦었네요^ ^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네요ㅋㅋ
극장에서 옆에 커플이 앉았는데 여자분이 굉장히 깜짝깜짝 놀라면서 너무 눈을 자주 가리시더라구요..ㅋㅋ 약간 오버성이..ㅋㅋ
속으로 저런식으로 다가리면 볼수 있는게 없을텐데..ㅋㅋ
라고 생각하면서 한번도 놀라지 않으면서 오히려 즐거워하며 영화를 본 제가 이상한건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ㅋㅋ
저는 영화가 너무 재밌었거든요..ㅋㅋ
장면하나하나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ㅋㅋ
보고나서 속이 다 시원했다는..ㅋㅋ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어떤 여자분 두분은 왜 저런 내용없는 영화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내시더라구요..ㅋㅋ
저는 왜 우리나라는 저런 멋진 영상을 만들수 없는거냐고 생각했었는데..ㅋㅋ 역시 영화평은 매우 상대적이라는거..ㅋㅋ
나중에 남자친구랑 같이 요런식의 영화를 보게 되면 내숭이라도 쬐끔 부려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ㅋㅋㅋㅋ
 2007/03/29   
쭈니 확실히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다르군요.
뇨즘 덧글이 없어 심각했는데 [300]만은 덧글이 넘쳐난다는... ^^
암튼 반갑습니다. 카츠라사님, 미^ ^님... ^^
 2007/03/29   
주노
다들 재밌게 보신듯 하네요^^
여담이지만 페르시아의 왕 역할을 한 배우는 사실 스파르타 군
의 엑스트라 중 한명이었다고 하네요.ㅋ
마지막에 스파르타 왕이 던진 창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션-
마치 계단을 오르듯 올라가는 그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정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었어요^^
 2007/04/02   
쭈니 그랬군요.
페르시아 왕으로 나왔던 배우도 꽤 잘 알려진 배우인데...
스파르타군 엑스트라라...
확실한것은 엄청난 신분상승이네요. ^^;
 2007/04/02   
미^ ^
흠흠.. 300에 대해 여러번 놀라네요..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 역의 그 분이..
러브액츄얼리의 칼역을 맡았던 로드리고 산토르 였다니..ㅋㅋ
미녀삼총사2에 나왔던 사람하고는 같은 역할인줄은 알았는데
300의 페르시아 왕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ㅋㅋ
이렇게 숨은 연기자 찾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
 2007/04/09   
쭈니 그런가요???
흠~ 그건 저도 몰랐던 사실이네요. ^^
 2007/04/10   
정말 오랜만에 왔습니다 ^^;;;
300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 인터라 한글 남깁니다
남자다움의 압도라고 할까요..??
스파르탄.. 이 한 단어로 정리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
 2007/04/12   
쭈니님.. 퍼퓸 보세요 (향수)
최곱니다 나비효과와 동급.. 혹은 그이상일지도 ^^;;
 2007/04/12   
쭈니 [향수]는 극장에서 보려고 버텼는데 어쩔수없이 다운로드로 봐야할지도... [나비효과]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니... 기대만땅입니다. ^^  2007/04/13   
샛쉬
향수 재밋습니돠~  2007/04/22   
쭈니 많은 분들이 [향수]를 추천해 주시는 군요.
꼭 보겠습니다.
 2007/04/23   
바이올렛
영상미가 꽤 맘에 들었던 영화입니다.
전 남자들의 허벅지가 그렇게 멋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 단단한 다리로 사신을 밀어치는 모습에, 허걱...

우리 나라는.. 움... 고대 신화로 오락성을 지닌 영화가 나오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양적인 신비로움이 가득한 '청용이나 주작..등등이 실사로 제대로 보여진다면 기존의 괴물영화보다 훨씬 멋진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제 갠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영화 '괴물'은 제가 보기엔 흥행성이 별로 없던데 (작품성을 비하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객을 동원한지 모르겠어요.
무지 심각해 뵈는 영화였는데...
 2007/07/08   
쭈니 [괴물]의 흥행은 아마 그만큼 우리 관객들이 판타스틱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원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사실 우리 블록버스터들은 약간 현실적인(예를 들어 남북관계같은) 감이 있었거든요.
청룡과 주작이 나오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왠지 재미있을것 같네요.
같은 이유로 [디 워]도 기대중입니다. ^^
 2007/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