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히라카와 유이치로
주연 : 후지와라 타츠야, 아리무라 카스미
개봉 : 2016년 8월 17일
관람 : 2017년 3월 26일
등급 : 15세 관람가
타임리프 영화는 언제나 내 관심을 이끌어낸다.
한때 저는 [러브레터]로 대표되는 일본의 멜로 영화에 흠뻑 빠졌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링]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공포영화를 탐구했던 적도 있고, [데스노트], [20세기 소년]과 같이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꼬박꼬박 챙겨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일본영화를 한두편 보면 많이 봤다고 할만큼 일본영화는 제 관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습니다.
[나만이 없는 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2016년 8월 17일에 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스타트랙 비욘드]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기대작으로 꼽았을뿐, [나만이 없는 거리]는 그저 소재가 독특해서 관심이 가는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타임리프를 소재로한 영화를 안보고 건너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도 이 영화가 개봉한지 7개월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챙겨보게된 이유입니다.
일요일 오후, 웅이가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공부방에 들어간 순간, 저는 안방 침대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 [나만이 없는 거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대로 소재로 좋았고, [배틀로얄], [데스노트]를 통해 제게는 익숙한 몇 안되는 일본배우인 후지와라 타츠야와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아이 엠 히어로]를 통해 국내에서도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아리무라 카스미도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결말부분이 너무 대충 마무리된 것같아 아쉬움도 남는 영화였습니다.
타임리프 능력을 가진 사토루, 그가 18년 전으로 간 까닭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만화가를 꿈꾸는 사토루(후지와라 타츠야), 그에겐 한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타임리프 능력입니다. 사토루 주변에 예기치못한 사건이 일어나면 사토루의 타임리프 능력은 자동적으로 발동되는데, 사건을 막기 전까지 무한 반복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토루의 어머니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게다가 사토루는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쫓기게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사토루는 18년전 어린시절로 돌아가게됩니다.
아동 연쇄납치 살인마에 의해 사토루와 같은 반 친구인 카요가 살해당하기 하루전으로 돌아간 사토루는 카요를 살려야만 어머니의 살해를 막을 수 있음을 직감합니다. 카요를 살리기 위해 왕따 소녀인 카요와 친구가 되고 그녀를 생일 파티에 초대하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살해를 막지 못할 뿐더러, 자신을 믿어주고 숨겨준 아이리(아리무라 카스미)마저 범인의 표적이 되어 위험에 빠졌음을 알게됩니다. 결국 사토루는 아동 연쇄납치 살인마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게됩니다.
하지만 18년전 과거로 돌아가봤자, 사토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꼬마에 불과합니다. 결국 카요를 구해내고,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범인에 의한 차디찬 죽음 뿐입니다. 과연 사토루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선택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해낼수 있을까요?
영화의 초, 중반까지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저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초, 중반과 후반으로 나눠서 봤습니다. 초, 중반까지 보고나서 구피가 정성껏 만들어준 닭튀김을 먹어야했기 때문입니다. 닭튀김을 먹으며 구피에게 [나만이 없는 거리]의 내용을 설명해주며 함께 다시 보자고 약속했을 정도로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뒤엉키며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청년인 사토루가 타임리프를 통해 18년전 어린시절로 돌아가 왕따 소녀인 카요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으로 초, 중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는 카요를 구하기 위해 어린 사토루가 하는 행동들은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깊은 부분입니다.
솔직히 저는 범인이 누구인지 영화의 초반부터 눈치챘습니다. 그런 면에서 히라카와 유이치로 감독은 스릴러 영화에서는 별다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셈입니다. 사토루의 어머니가 아동납치를 막아내는 초반 장면에서부터 아예 대놓고 범인을 가르쳐줬으니까요. 하지만 범인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초점을 두고 본 것은 과연 사토루가 범인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라는 부분입니다.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이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기대하며 영화의 후반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후반부가 되자마자 갑자기 힘이 떨어진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보기 시작한 [나만이 없는 거리]의 후반부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 같은 영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만이 없는 거리]는 초, 중반과 후반의 영화적 재미가 극명하게 갈라졌습니다. 연쇄 아동납치 살인마가 어린 사토루를 강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는 마치 뭔가에 쫓기는 듯이 서둘러 영화를 끝내버립니다.
어린 사토루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챕니다. 그렇기에 범인은 어린 사토루를 죽이기 위해 강으로 던져버립니다. 그와 동시에 사토루의 시간은 현재로 돌아옵니다. 다시말해 강에 던져진 18년전 사토루는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이 많은 일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어린 사토루는 어머니에게 범인의 정체를 말했을 것이고,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만이 없는 거리]는 이 모든 것을 생략합니다. 뭐 그럴수도 있습니다. 사토루의 타임리프 능력으로 인하여 18년이라는 시간이 건너뛰어졌으니까요.
하지만 현재로 돌아온 사토루가 유력 정치인이 된 범인을 잡는 과정은 건너뛰어도 너무 심하게 건너뛰었습니다. 그로인하여 사토루의 마지막 선택이 뜬금없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결국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완성한 결말은 '이게 뭐야?'라는 제 불평속에 파묻혀버렸고, 그와 동시에 구피와 이 영화를 다시한번 보겠다는 약속도 자연스럽게 파기되었습니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정말 심해도 너무 심한 용두사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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